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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이름이 없는 지혜는 불완전하다!”

20세기 가톨릭 신학의 거장

로마노 과르디니가 《고백록》을 통해 밝혀낸

인간 인격의 심연과 하느님의 섭리


20세기 가톨릭 신학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영성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대표적인 사상가인 로마노 과르디니. 그의 저서 《과르디니와 함께 고백록 읽기》는 그리스도교 영성 문학의 대표작인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록》을 깊이 있게 해설한 작품이다. 과르디니는 《고백록》을 통해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겪은 하느님을 향한 회심의 여정을 도덕적 회고나 심리 분석, 혹은 단순한 철학적 전환으로 치부하는 모든 해석을 명확하게 거부한다.

과르디니에게 《고백록》은 한 인간이 자신의 존재 전체를 걸고 역사 속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께 응답하는 실존적인 기록이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고백confessio’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것을 포함한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 하느님의 진리 안에 자신을 놓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자신의 수치심과 자기주장의 저항 속에서도 하느님의 인식에 결합하는 것이다.

이 책은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내면적 투쟁을 통하여 과르디니의 핵심 개념인 ‘마음’과 ‘인격’을 탁월하게 설명한다. 청년 아우구스티노가 키케로의 《호르텐시우스》를 통해 지혜에 대한 열정에 불타올랐을 때도, 그 뜨거운 열기 속에서 그리스도의 이름이 없다는 사실에 결국 뒤로 물러났던 것처럼, 철학적 진리가 하느님 계시와 은총 없이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음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

오늘날 신앙인들에게 이 책은 자신의 영적 실존을 재검토하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번민과 결단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 역시 하느님의 섭리가 자기 삶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깨닫고, 궁극적으로 은총을 통해 참된 회심에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역사적인 아우구스티노 연구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아우구스티노의 개인적인 특성과 사상을 영구적인 형태로,

그리고 그리스도교 인간 존재의 항구하게 열려 있는 가능성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이 연구는 아우구스티노에 해당되는 전체 중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철학과 신학이 아직 현대적 의미로 분리되지 않은 그러한 영역을,

말하자면 중세 시대의 경우처럼 아직 둘 사이의 거리가 멀지 않아서,

오히려 그리스도교적 인간 존재를 전체로 수용하며,

방법론적인 구분에 개의치 않고서 이러한 전체로부터 사유를 바라보는,

살아 있는 영역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신앙 안에서 자신을 이해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며 성장하는 아우구스티노의 모습을 보는 데 목적이 있다.

- ‘서문’ 중에서


20세기 가톨릭 신학의 대가 로마노 과르디니가 저술한

《고백록》에 대한 탁월한 신학적·철학적 해설서


20세기 가톨릭 신학을 대표하는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의 영향력은 학문과 종파의 울타리를 뛰어넘는다. 과르디니는 살아생전 그리스도교 인문학을 전 세계로 알렸으며, 그 영향력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우리는 과르디니의 성찰을 우리 시대에 적용하여 오늘날의 사건들 속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씀 속에 남아 있다. 과르디니가 쓴 책의 공통점은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인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가톨릭 교회 안에서 인문주의와 인본주의적 사고를 발전시키면서, 독자들에게 ‘하느님을 향해 불타오르는 마음을 발견할 수 있는 여정’으로 초대하고자 했으며, 이는 21세기 현재에도 유효하다.


새로운 시대 앞에서 흔들리는 교회를 위해 헌신했던 로마노 과르디니는 아우구스티노에게 기대고자 한다. 왜냐하면 그에게 아우구스티노의 ‘고백’은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 하느님의 인식 속에 자신을 놓는 행위이자 회심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우구스티노의 회심 여정’이라는 부제를 가진 《과르디니와 함께 고백록 읽기》는 《고백록》 안에 묘사된 아우구스티노의 회심 여정이 고백을 통해 새로운 삶을 맞이하는 과정을 2부에 걸쳐 신학적이고 철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하고 깊이 고찰한다.


Ⅰ. 해석의 토대

이 책은 《고백록》을 중심으로 아우구스티노 신학에 깊이 뿌리 내린 ‘고백’의 본질에 집중한다. 고백은 하느님 앞에 실오라기 하나 없이 자신을 내어놓는 행위로서 자신의 내면을 닫으려는 의지와 반대된다. 고백은 나와 하느님의 내밀한 대화인 동시에 소리 내어 밝히는 차원에서 공적인 행위이다. 고백은 겹겹이 층을 쌓아 나를 이루는 내면이 역동하는 드라마인 동시에 하느님의 현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이기도 한 전적으로 ‘실존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과르디니는 이 책을 통해 아우구스티노가 《고백록》 안에서 고유한 ‘마음’과 ‘인격’ 이론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는지 살펴본다.


Ⅱ. 여정과 결단

2부에서는 앞서 살펴보았던 이론이 뿌리 내리고 있는 아우구스티노의 삶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과르디니가 말하는 고백이란, 하느님의 현존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인간의 실존적인 행위이다. 그러므로 《고백록》을 관통하는 ‘고백’은 결코 아우구스티노의 기억, 즉 그와 어머니 모니카의 관계, 그와 친구 알피우스의 관계, 그와 아들 아데오다투스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 없이는 이해할 수 없다. 과르디니가 조망하는 아우구스티노의 ‘고백’은 소용돌이치는 아우구스티노의 회심 과정과 결코 떨어질 수 없으며, 아우구스티노의 회심의 길은 고백을 통하여 ‘나의 주인이신 하느님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삶, 즉 새로운 삶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과르디니가 평생 동안 일구어 나가고자 했던 신학적 작업의 기반을 담고 있다. 과르디니의 신학의 핵심은 ‘마음’과 ‘인격’이다. 그리고 가톨릭 신학 안에서 ‘마음’과 ‘인격’은 위대한 교부 아우구스티노의 저작물 안에서 발견되고 발전된다. 특히 《고백록》은 이 핵심을 가장 탁월하게 묘사하고 해명하고 있다. 이로써 과르디니는 《고백록》을 해설하면서 자신만의 사상을 심오하게 발전시킨다.

더불어 과르디니가 나누고자 했던 이야기는 《과르디니와 함께 고백록 읽기》 한국어판에서 더 깊은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이 책을 옮긴 김형수 신부가 선종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김 신부의 유고작이자, 〈로마노 과르디니 시리즈〉의 첫 번째 도서이다. 이 책이 시리즈의 첫 번째 도서로 출간된 이유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진리를 추구하고 지침 없이 회심의 길을 걸었던 김 신부의 삶이 이 책을 집필한 과르디니의 목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김 신부의 선종 후 일 년이 지나 세상의 빛을 보는 《과르디니와 함께 고백록 읽기》가 지금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더욱 값지게 다가왔으면 하고 바란다.


책 속으로


아우구스티노가 회심하고 자신의 고백록을 기록해 바친, 그리스도교의 하느님께서는 철학의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 구약 성경과 신약 성경에서 증언하는 거룩하시고 살아 계신 분이시다. 이분은 몸소 역사 속으로 들어오셔서 그 안에서 활동하신다. 이분은 개별 인간을 부르시고 그를 역사 속으로, 삶의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신다. 따라서 이런 역사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수만큼 생겨난다. 매번 존재하는 모든 것, 세상 사물과 인간이 이 이야기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매번 모든 것이 이 이야기를 위해 존재하기에, 존재하는 모든 것, 세상과 인간 존재는 이 이야기 안에서 자신의 중심과 이름을 얻게 된다.

_10~11p. ‘서문’ 중에서


이 책은 신앙 안에서 자신을 이해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며 성장하는 아우구스티노의 모습을 보는 데 목적이 있다. 아우구스티노의 사상을 분석적으로 제시한 이 책의 Ⅰ부 역시 그렇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이 책은 체계를 지향하는 연구에서 허용될 법한 것에 비하자면, 여러 내용을 종종 더 강하게 강조하고 더 예리하게 구분하며 더욱 세심하게 재구성한다. 여기서 각각의 진술 그 자체가 개념적으로 올바른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진술이 개념과 그 배후에 살아 있는 것을 얼마나 명확하게 만드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_14p. ‘서문’ 중에서


인간은 하느님께로 가는 길이다. 아우구스티노는 자신의 삶을 통해 하느님게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증언하기를 원한다. 《고백록》을 읽는 독자는 이 점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실천해야 한다.

_30p. ‘고백’ 중에서


삶의 공간이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하게 구별되어 대비되는 것처럼, 자아가 단일한 단위의 어떤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조직인 것처럼, 살므이 과정도 풍부하게 펼쳐지고 자신 안에서 엮인 사건을 형성한다. 이 다양함의 배후에는 하나의 인간이라는 동일한 단일성이 있다. 인간은 자신의 고유한 존재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로 살아가는 존재이다.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만남으로써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만남을 의식 속으로 가져감으로써, 하나인 그 사람은 자신의 인간 존재의 내용과 그에 대한 물음을 대화와 드라마에서 전개할 수 있다.

_62p. ‘내면의 드라마’ 중에서


결국 하느님께서 계시다는 의식이 점점 더 강해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분이 바로 이분이시다. 그분은 아우구스티노를 향해 계신다. 체험하는 사람 자신은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의 존재 의미의 실현은 오직 하느님께 향할 때에만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사유적 의미에서의 의식이 아니라, 모든 이론적 사유, 윤리적 판단 또는 실천적 결정 이전에 놓인 그 내적인 대립, 현실에 직면함, 상황에 대한 앎이다. 체험하는 사람은 한 현실의 접촉으로부터 다른 현실로 넘어가서 접촉하고 있다. 그는 다가오는 것에 있어서 현실의 압박, 가치에 대한 열정, 판단의 요구 아래에 있다. 이 모든 것은 항상 점점 더 강렬해진다. 누군가가 더 가까이 다가오면서 그의 요구도 함께 다가온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회심의 여정은 다가오고 침투하는 분의 역사가 된다.

_224~225p. ‘아우구스티노가 보는 관점의 발전’ 중에서

과르디니에게 있어 아우구스티노, 특히 《고백록》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르디니의 사상의 핵심적 개념에 속하는 마음과 인격이 가장 탁월하게 묘사되고 해명되는 저서가 《고백록》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과르디니와 함께 읽는 고백록》은 신학적이고 철학적인 탁월한 문학 고전에 대한 해설서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과르디니 사유의 심오한 정수가 드러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_386~387p. ‘감수자의 말’ 중에서










서문


Ⅰ. 해석의 토대


1 · 고백  


2 · 기억  


3 · 내면성  


4 · 내면의 드라마  


5 · 정신, 감각적인 것, 종교적인 것, 마음 


6 · 복된 삶과 완전함 


7 · 에로스와 마음  


8 · 지혜 


9 · 복된 삶과 하느님의 현존  


10 · 인간 존재에 대한 경탄  


11 · 창조와 섭리  


12 · 아우구스티노의 “이교성”  


13 · 어머니 모니카  


14 · 아우구스티노가 보는 관점의 발전  


Ⅱ. 여정과 결단


1 · 소년 시절, 청년 시절, 젊은 시절  


2 · 로마와 밀라노  


3 · 해명  


4 · 결단  


5 · 새로운 삶  


부록


아이의 목소리인가, 하느님의 부르심인가 


옮긴이의 말  


감수자의 말  

글쓴이 : 로마노 과르디니

이탈리아 태생의 독일 가톨릭 신학자, 철학자이자 가톨릭 전례 개혁자.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과 튀빙엔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1910년 마인츠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1915년에는 성 보나벤투라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23년 베를린 대학 종교철학 교수로 임용되었으나, 나치를 비판한 논문 「구세주Der Heiland」(1935)가 문제가 되어 퇴직당했다. 전후에 튀빙엔 대학 철학과 교수가 되었고, 1948년에서 1962년까지 뮌헨 대학에서 기독교 세계관 및 종교철학 교수로 재직하였다. 1968년 뮌헨에서 사망했다.

과르디니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가톨릭 지성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가톨릭 청년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문학, 철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올바른 삶에 대해 고찰하는 그의 강의와 저작들은 종교계 안팎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사상가 한나 아렌트, 소설가 플래너리 오코너 등도 과르디니의 저작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1952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평화와 인권에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는 독일 출판인협회 평화상을 수상했다. 1970년에는 바이에른 가톨릭 아카데미가 로마노 과르디니 상을 제정했고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등이 수상했다.

과르디니의 저서들은 오늘날에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고 있다. 특히 세계대전과 나치즘을 경험한 후 맹렬한 자본주의화 속에서 뒤틀린 생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본질을 일깨우기 위해 펼친 강연을 묶은 『삶과 나이』는 1953년 처음 출간된 이래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쇄를 거듭하며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요 저작으로 『전례의 정신Vom Geist der Liturgie』 『거룩한 표징Von heiligen Zeichen』『소크라테스의 죽음Der Tod des Sokrates』 『근대의 종말Das Ende der Neuzeit』 등이 있다.


옮긴이: 김형수 신부

부산교구 소속 사제로서 독일 뮌헨 예수회 철학 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고, 부산가톨릭대학교에서 철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2019년부터 현재까지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상주 교수로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주로 쿠자누스와 관련된 중세 플라톤주의와 그리스도교 철학의 연관성과 신비주의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니콜라우스 쿠사누스의 신 인식과 자기 인식』 (누멘), 『처음 읽는 중세 철학』(공저, 동녘)이 있고, 역서로는 『신앙과 이성적 통찰』 (가톨릭대학교출판부), 『신비주의의 근본 문제』 (가톨릭대학교출판부), 『신의 바라봄』 (가톨릭출판사), 『예수의 유산』 (분도), 『그리스도교의 인간상』 (가톨릭대학교출판부), 『왜 인격들에 대해 말하는가』 (공역, 서광사), 『그리스도교 철학: 주체성의 발견』 (가톨릭출판사), 『그리스도인의 시편 묵상』 (가톨릭대학교출판부), 『바이스마르의 존재론』 (가톨릭대학교출판부), 『하느님의 진리와 사랑』 (성서와함께), 『우리가 정말로 믿는 것과 이해하는 것에 대하여』 (가톨릭대학교출판부) 등이 있으며, 그 외 수십 편의 철학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