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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은 고뇌와 기쁨, 두려움과 신뢰, 행복의 갈망까지 인간의 여러 감정을 담고 있다. 그러나 시편의 고대적인 사고방식이나 낯선 배경은 우리에게 어렵게 다가오기도 한다.
우리가 매일 바치는 성무일도나 주일 미사 화답송에서 시편이 진정으로 우리의 영적 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편, 기도의 언어》(시편을 읽는 40가지 단어)는 바로 이러한 고민을 안고 있는 모든 이를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시편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대화하고자 하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 모두에게 고대 시편의 원천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오랜 강의와 피정 경험을 바탕으로, 시편을 특징짓는 어휘를 명료하게 설명하며 독자들이 성경 안으로 더욱 쉽게 다가서도록 이끈다.

이 책은 시편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門)을 열어 주는 40개의 핵심 낱말에 집중한다. 저자는 시편의 어휘가 광범위하지 않고 같은 단어가 반복해서 사용되는 독특한 특징을 설명하며, 기도할 때마다 독창적이고 우아한 말을 찾기보다는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진실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낱말 자체는 대화의 실마리일 뿐, 기도의 본질은 하느님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있다는 의미이다. 또 히브리말 어근을 통해 각 낱말이 지닌 다양한 뉘앙스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예를 들어, ‘자애(헤셋)’라는 한 단어가 ‘사랑, 선함, 부드러움, 충실함’ 등 여러 의미로 번역될 수 있음을 알려 주며, 독자들이 시편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시편의 본질에 더욱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으로

우리 가운데 시편 기도를 통해 깊은 감명을 받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우리는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그분과 하나가 되어 동행하기 위하여 시편 기도를 바친다. 즐거울 때는 ‘할렐루야’ 노래와 감사의 환호가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 입술에서 흘러나온다. 
― 7p. 

이 책은 ‘시편의 특징적인 어휘’를 구성하는 특수한 낱말의 문門을 통하여 시편의 세계로 들어가도록 도움을 주려고 한다. 이 아이디어는 시편을 제대로 음미하고, 각 시편이 지닌 고유한 차이를 쉽게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는 단순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을 제공할 것이다.
― 11p.

가련한 사람은 모욕을 당한 사람, 곧 폭력의 희생물이 된 사람과 사회 변두리 인생을 지칭한다. 여기서 가난이 금욕주의적 이상처럼 칭송되지 않는다면, 실제로 가난은 무력감, 비참함, 불행을 동반한다. 아울러 시편은 인간의 불행에 속하는 가련함의 파란곡절을 회상시킨다. 
― 23p.

감사 시편의 구조를 살펴볼 때, ‘야다’ 동사의 뜻과 그 뜻이 지닌 중요성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시편 118편을 살펴보자. 이 시편은 하느님을 깊이 신뢰하는 성실한 이가 주님께서 자신에게 베푸신 놀라운 일들을 드러내는 ‘고백’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공동체는 하느님과 그분의 놀라운 업적을 찬미하며, 그의 고백에 모든 구성원이 동참하도록 초대하며 마무리한다. 
― 27p. 

19세기 말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성경에서 거룩함은 일반적으로 매혹적인 황홀함과 두려움을 유발시키는 종교의 거룩함의 개념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되었다. 거룩함을 표현하기 위하여 성경 저자들이 사용한 어근 ‘카다스’에는 반드시 ‘따로 떼어놓은 것’이라는 개념이 전제되어 있다.
― 29p. 

일반적으로, 구약성경에서 ‘구원’이라는 낱말은 신약성경과 그리스도교 신학에서 이 단어가 지니고 있는 영성적인 의미, 곧 죄의 용서, 악의 영향력과 사탄에게서 해방 등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지는 않다. 그보다는 위험, 재앙으로부터의 ‘구출’ 또는 구체적이고 눈에 보이는 원수에게서의 ‘구출’을 뜻한다. 이것은 실제로 ‘승리’를 뜻하는 군사적인 문맥 안에서도 쉽게 발견된다(판관기에서 자주 나타난다).
― 33p.

시편 전체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하느님의 이름은 ‘야훼’이다. 시편 저자들의 하느님은, 진정한 의미에서 ‘모세에게 자신을 계시하신 인격적인 하느님’이시다. 이분은 이집트에서 억압받는 백성을 위하여 결정적인 개입을 통하여 당신이 누구신지 계시하신 바로 그 하느님으로서, 당신 백성과 동행하시는 항상 살아 계신 하느님이시다.
기원전 3세기 전부터 유다인들은 하느님의 이 으뜸가는 이름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기 위하여 이 이름을 소리 내어 발음하지 않고 항상 다른 이름으로 대체하여 불렀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의심 없이 최근 프랑스 번역본들은(많은 현대 번역본도) ‘야훼’라는 이름을 ‘주님’으로 옮긴다.
― 151p. 

















글쓴이 : 장 피에르 프레보스트
몽포르의 마리아 선교회Montfortain의 수사 신부로서 캐나다 오타와에 있는 성 바오로 대학교Saint Paul University의 교수를 역임했고, 캐나다 여러 대학의 객원 교수로도 활동했다. 《How to Read the Apocalypse》, 《How to Read the Prophets》등의 저서를 통해 영향력 있는 성서학자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굳혔다. 또 많은 강의와 세미나, 피정 경험을 바탕으로 기도의 본질을 이해하고 삶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옮긴이 : 이기락
서울대교구 사제로서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2024년 2월까지 예언서와 역사서, 히브리어 중심으로 강의를 하였다. 구약성경 번역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성경》(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05년) 번역 작업에 직접 참여하였고, 2003년 5월~2011년 2월까지는 주교회의 성서위원회(번역)·‘새번역성서합본위원회’·‘주석성경’ 총무를 역임하면서 《주석성경》(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10년) 번역 및 출간 작업에 함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