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학에 대해
가장 체계적으로 정리한 입문서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복음 선포의 사명을 부여하시고 승천하신 후, 사도들은 온 힘을 다해 세계 곳곳에 주님의 기쁜 소식을 전했다. 이 사도들의 뜻을 이어받은 이들이 바로 ‘교부’들이다. 교부는 글자 그대로 ‘교회의 아버지’(敎父)로, 그들은 자신들이 전해 받은 성경과 전승을 통해 그리스도교를 전파하고 교회의 체계를 세웠다. 따라서 신학을 공부하는 이라면 교부들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러나 교부와 관련된 내용을 공부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생소한 이름이나 작품들이 많고, 그들이 쓴 저서는 원어가 그리스어나 라틴어로 되어 있어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학을 공부하는 이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교부학 도서가 나왔다. 바로 《교부학 입문》이다. 이 책은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 20년 넘게 교부학을 가르쳐 온 이상규 신부가 쓴 것으로, 교부들에 대한 모든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신학생은 물론, 교부들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쓴 첫 번째 책이기에 교부들에게 거리감을 느낀 사람들도 이 책을 통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계시 헌장〉에서는 교부들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다. “교부들의 말씀은 믿고 기도하는 교회의 일상 가운데 풍부히 흐르며, 전승이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교회의 전승에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교부들과 그들의 문헌을 아는 것은 하느님의 계시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 ‘머리말’ 중에서
교회의 기초를 닦은 교부들을
한눈에 만날 수 있는 책
《교부학 입문》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에서는 교부의 정의와 교부학의 중요한 내용을 배우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적인 사항을 알려 준다. 제2부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 사도 교부부터 시작하여 중세 스콜라 시대에 들어서기 전인 교부 말기까지, 각 시대별 주요 교부들의 생애, 저서, 가르침을 다룬다. 특히 영지주의 이단에 대한 설명을 포함하여 이단으로 단죄받은 인물들에 대해서도 언급하여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한다. 그리고 각 장의 마지막에는 ‘신학적 반성’ 부분을 통해 내용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지막 제3부에서는 교부들의 문헌 양식에 따라 순교 문헌, 수도 생활 문헌, 시문학 등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교부학’이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국내 독자들을 위해 오랜 시간 저자가 준비해 온 최적의 입문서다. 따라서 신학을 공부하는 이라면 이 책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교부들이 복잡한 시대 속에서 어떤 고민을 품고 글을 쓰고 사상을 펼쳐 나갔는지 탐구하다 보면, ‘교부학’을 배우는 차원을 넘어, 우리가 믿는 종교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교부들은 진정한 가톨릭 전승(Traditio)을 증언하고 보증해 주는 분들로서 우리 시대의 신학적 문제에도 그들의 지대한 영향력은 계속되며, 권위 또한 계속 발휘된다.
- 본문 중에서
책 속으로
교부(敎父)는 글자 그대로 ‘교회의 아버지’라는 뜻으로, 넓게는 교회의 지도급 인물, 즉 주교들을 가리킨다. 현대에는 일반적으로 공의회 문헌의 첫머리와 끝부분에 그 문헌을 결정하고 반포한 주교들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된다. 그러나 교부학에서 ‘교부’는 고대 그리스도교 저술가에 한정한다. 이들은 특별히 예수와 사도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교회의 ‘전통’을 계승하고 후대에 전수하며, 마치 생물학적 ‘아버지’가 ‘아들’에게 생명을 전하듯이 신앙의 유산(depositum fidei)을 전해 주기에 ‘교회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_46p 제1부 제2장 ‘신학 역사 안에서 교부’ 중에서
교부학의 일차적인 목표는 고대 그리스도교의 저작물과 그 저자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위해 문학적, 신학적, 영성적인 다차원의 심화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모든 신학 과목, 특히 교의 신학에서는 교부들의 가르침을 교과 과정의 가장 처음에 제시하지만, 교부학은 이러한 가르침으로 대체될 수 없는 독특한 역할을 수행한다. 교부학은 사도 시대 이후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교부들의 ‘통합적인’(integritas) 신앙의 가르침을 생생하게 접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회 전통이 발생했던 특별한 순간에 대한 이해는 모든 신학이 수행해야 할 과제 중 하나며, 신학이 단순히 현재나 이전의 과거에만 연연하지 않고 더 근원적인 원천으로 시선을 돌리게 한다.
_82p 제1부 제3장 ‘교부학 입문을 위한 예비지식 중에서
따라서 계시와 신학, 신앙과 이성, 케리그마와 도그마의 내적 연관성이 조화를 잃으면 다양한 왜곡이 발생한다. 영지주의가 대표적인 예다. 계시라는 절대 기준이 이성적 논리에 지배당하는 경우다. 계시라는 명백한 원칙이 제거된 채, 단순한 이성적 접근을 통한 신학 작업의 결과물이 영지주의 이단이다. 이때 신학은 인간의 머릿속에 구축된 신화로 전락한다. 반면 이성을 도외시한 채 예언의 권위와 기적만을 증거 삼아 계시 진리에 대한 믿음을 고집하면 신학은 더 이상 ‘학문’이라 할 수 없는 ‘신앙절대주의’(fideism)에 머물 것이다. 계시에 대한 그 어떠한 이성적 접근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려는 태도에 매몰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참된 의미의 신학이라고 할 수 없다.
_164p 제2부 제2장 ‘성경과 관련된 문헌’ 중에서
사실 많은 설명을 요하는 단어의 사용은 늘 애매모호한 입장과 태도로 흐를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실리우스는 ‘우시아’(ousia/essentia, substantia, natura)라는 용어를 하느님의 단일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정리했고, 세 위격에 대해서는 ‘휘포스타시스’라는 개념으로 표현했으며, 마침내 유명한 ‘하나의 본성과 세 위격들’(mìa ousìa trèis hypòstaseis)이라는 정식을 도출했다. 바실리우스의 용어 정리를 토대로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우스는 니케아 공의회의 핵심 개념으로 성자에게 적용되던 ‘동일 본질’(homoousios)을 성령에게까지 적용시킬 뿐만 아니라 ‘하느님’(Theòs)이라는 용어까지도 성령께 사용했다. 이러한 이유로 카파도키아 교부들의 신학을 ‘신(新)니케아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_323p 제2부 제8장 ‘카파도키아 교부: 니케아의 재해석과 수덕 신비 사상’ 중에서
대그레고리우스 교황은 뛰어난 사목적 능력과 외교적 역량을 보여 주면서도 완덕을 향한 영적 여정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의 작품 곳곳에서 수도 생활에 대한 향수와 영적 달콤함에 대한 열망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영적인 바람을 뒤로하고 최고 목자로서 맡겨진 교회의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했다. 교황령에 대한 전반적인 행정 업무를 재정비하는 동시에 그곳에서 나오는 이익으로 체계적인 구제 사업을 벌였고, 《그레고리우스 성사집》과 《그레고리우스 성가집》을 편찬하여 교회를 내적으로 쇄신했다. 아울러 당시 북부 이탈리아를 장악한 롬바르드족과의 평화 협정을 이끌어 내면서 아리우스파에 속했던 그들을 개종시켰다. 교황의 이러한 선교 열의는 브리타니아에 수도승을 파견한 것에서도 나타난다.
_451p 제2부 제13장 ‘교부 시대 말기’ 중에서
4세기 중엽이 지나 아타나시우스에 의해 집필된 《안토니우스의 생애》는 수도 생활의 이상적 모습을 잘 드러낼 뿐만 아니라 굉장한 호응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출간과 함께 라틴어로 번역되어 모든 ‘성인전’과 ‘생애’의 준범이 되었다. 이 책은 균형 잡힌 수도 생활의 이상을 드러낸다. 엄격하고 때로는 혹독해 보이는 은수 생활이 의미 없는 참혹한 생활이 아니라 진정한 인간성의 고양이며 참된 자아를 실현할 뿐만 아니라 세상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것임을 제시한다.
_498p 제3부 제2장 ‘수도 생활에 관한 문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