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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대표 신학자와 신비가의

위대한 만남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과 글라라 성녀,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과 요안나 프란치스카 드 샹탈 성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영적 동반자로서 서로의 신앙 여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들은 하느님을 더 깊이 따르기 위해 영적인 우정을 나누며, 서로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현대에도 이러한 영적 관계를 맺은 두 인물이 있다. 바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신학자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와 여성 신비가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다. 이들은 27년 동안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서로의 영적 성장을 지원했다. 특히 발타사르는 영적 지도자로서 오랜 시간 슈파이어를 지켜보며, 그와 나눈 이야기와 함께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을 집필했다. 바로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와의 첫 만남》이다. 이 책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을 넘어서, 하느님을 향한 사랑이 얼마나 깊고도 의미 있는지 보여 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아드리엔이 제게서 받은 것보다 제가 아드리엔에게서 훨씬 더 많은 신학적인 가르침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27년 동안 고해 사제이자 영적 지도자로서 아드리엔의 내적인 삶을 세밀하게 관찰했지만, 아드리엔의 소명이 참되다는 것과 그가 자신의 소명을 실천하며 보여 준 겸손함과 순수함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_머리말 중에서


발타사르가 생생하게 전하는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의 생애와 영성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는 스위스의 의사이자 개신교 신자였다. 그는 어린 시절 성모님과 이냐시오 성인을 만나는 신비 체험을 했다. 그 후 삶에서 여러 어려움을 마주하며 방황했지만, 발타사르를 통해 가톨릭으로 개종하면서 신비가로서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 그는 많은 현시를 보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술한 다양한 작품을 남기고 선종했다. 발타사르는 이 책에서 슈파이어가 자신의 신학에 미친 지대한 영향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그는 여러 매체를 통해 자신의 신학적 관점이 슈파이어가 아니었으면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라고까지 언급했다.


발타사르는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와의 첫 만남》을 통해 슈파이어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소개한다. 먼저 그의 생애와 신학, 주요 작품을 다룬 후, 그가 남긴 진술과 기도문을 소개하며 슈파이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런 흐름 속에서 슈파이어의 사상을 더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이끌어 준다. 독자들은 책의 앞부분에서 슈파이어의 생애를 살펴보며 그의 신학과 영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후 진술 부분에서는 앞서 다룬 내용에 대한 확고한 토대를 찾을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그의 영성이 응축된 기도문을 통해 슈파이어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고자 한 메시지를 깨달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발타사르가 슈파이어를 소개하면서 전달하려고 했던 핵심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는 가장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이러한 그리스도교적 가능성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가능성이란 믿음의 관상과 기도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해지고 탄력을 받으면서, 세속적인 직업과 책임의 영역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_본문 중에서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

오늘날을 살아가기 위한 영성을

보여 주다


이 책을 처음 접하는 이들은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의 영성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그가 전하고자 하는 가르침을 명확하게 알게 될 것이다. 사랑으로 친교를 이루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을 바라보고, 천사의 주님 탄생 예고 때 성모 마리아처럼 순명하는 태도, 수난당하고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고 저승에 내려가시는 비참한 상황에서도 성부의 뜻에 따른 성자 예수님의 태도로 살아가는 것이 슈파이어의 신학과 영성 전반에 흐르는 핵심적인 가르침이다. 발타사르는 이러한 메시지를 이 책을 통해 알려 주고자 한다.


특히 발타사르는 슈파이어의 작품을 자신의 작품보다 중요하게 여기며 출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덕분에 여러 작품들이 출간될 수 있었고, 2023년부터 《기도의 세계》를 시작으로 《사랑, 신과의 만남》, 《예수의 최후 기도》와 같은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이러한 한국어 번역서들을 읽을 때, 슈파이어를 소개하는 이 책을 함께 읽는다면 그의 영성을 이해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슈파이어는 질병으로 큰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신이 하느님께 받은 것을 전하고자 힘썼다. 이는 우리가 지닌 신앙을 바탕으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이웃에게 실천하도록 이끌기 위해서였다. 그는 생애 내내 이러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하느님의 뜻에 충실하게 자신을 맡기는 것이 슈파이어와 발타사르가 오늘날 신앙인에게 전하고자 하는 삶의 자세다.


발타사르와 슈파이어의 작품들은 신학적 내용이 확실히 보장된 동시에 깊은 영성적 전망이 스며 있는 더할 나위 없는 보화로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신자들에게 훌륭한 영적 안내서가 되어 주리라 생각합니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책 속으로


마침내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아드리엔은 병동을 조용히 돌면서 환자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임종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하지만 강의실에 모인 환자들과 분만실의 미혼모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한 환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간호사에게 떠넘기던 의사에게도 화가 났습니다(그 의사는 바젤 대학교의 교수직을 포기할 때까지 모든 학생에게 수업을 거부당했습니다). 한편, 조용히 힘든 일을 하는 많은 간호사들에게는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아드리엔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이웃을 위한 봉사의 길에서 아직 온전히 발견하지 못한 하느님을 찾는 법을 배웠습니다.

_45p ‘의학 공부 중에서


사랑을 바탕으로 한 삼위일체적 삶의 신비는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열려 있습니다. 아드리엔에게 그리스도인의 삶은 이러한 개방성 안에서, 엄밀히 말하면 삼위일체 안에서 실현됩니다. 즉 성령의 인도로 성부에게서 시작해서 성자와 함께 세상에서 걷는 여정이자 성부를 향해 나아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 하지만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아드리엔은 스스로 자신을 낮추시어 ‘주님의 종’이 되신 하느님의 아드님의 순명에서, 정확히 말해 삼위일체적인 대립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바로 그 상황에서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올리브 동산, 십자가, 지옥으로 내려가신 사건이 바로 그것입니다.

_97-98p ‘신학적 위치 중에서


그때 갑자기 그가 제 손을 잡았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놀랐습니다. 그는 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네가 나와 함께 갈 거라고 생각했단다. 함께 가지 않겠니?” 저는 두려운 마음에(가난한 사람에게 무엇을 거절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선생님. 하지만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그러자 그는 즉시 제 손을 놓았는데, 그 모습이 왠지 슬퍼 보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저는 계속 제 길을 갔습니다. 하지만 그 후 며칠 동안 같은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예’라고 대답해야 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나는 ‘아니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어.”

_180p 이냐시오 성인과의 만남 중에서


개종한 이후, 이웃 사랑은 완전히 다른 풍요로움과 견고함 그리고 일관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비눗방울’ 같은 특성은 사라졌고, 모든 것이 이전보다 훨씬 더 저 자신에게서 독립적이 되었습니다. 이제 교회에 대한 의지와 준비를 매우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교회는 현재의 사명에 언제나 ‘예’라고 응답합니다. 저는 교회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명은 더 이상 저의 재량이나 취향에 속하지 않고 오직 교회에 속합니다. 교회에서 멀어진 일부 가톨릭 신자들이 이 점을 부인하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 사명의 충만함은 참된 평화와 위대함에 있습니다. 이제 사도직은 객관적이고 참된 종교에 참여하게 됩니다.

_216p 어린 시절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발전에 대하여 중에서


주님, 당신께서는 이 사랑을 성인들에게 선사해 주셨습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이 점에 대해 말하고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장상의 뜻과 성부의 뜻, 하느님의 뜻이 사랑하는 이에게 얼마나 확정적이고 결정적인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이제 당신의 자녀다운 힘을 저희에게 허락하시어, 당신서 아버지를 사랑하듯 저희도 그분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하소서. 저희는 당신과 당신의 태도를 통해 아버지께 이르오니, 당신의 순명에서 시작하여 저희도 순명하는 이가 되게 하소서.

_311p 초연함을 위한 기도 중에서





머리말 


역자의 말 


제1부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의 생애, 과제, 작품


제1장 생애 


 1. 원천 


 2. 유년기 


 3. 라쇼드퐁의 김나지움 


 4. 3년간의 병고 


 5. 바젤의 김나지움


 6. 의학 공부 


 7. 결혼 


 8. 개종 


 9. 새로운 은총 


 10. 마지막 시기 


 11. 임종 


 12. 성격 


제2장 신학적 과제 


 1. 근본적인 태도 


 2. 신학적 위치 


 3. 은사의 확장 


제3장 작품


 1. 작품의 형성 


 2. 현존하는 자필 원고 


 3. 구술한 작품 


 4. 기사 또는 논문 


 5. 선집 


제2부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의 진술


 1. 하느님의 어머니에 대한 현시 


 2. 이냐시오 성인과의 만남 


 3. 회심의 저녁에 


 4. 자신에 관한 진술 


 5. 아드리엔이 죽음과 맺은 관계 


 6. 어린 시절 아드리엔의 기도 


 7. 어린 시절 이웃 사랑의 변화에 대하여 


 8. 어린 시절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발전에 대하여 


 9. 아드리엔과 성경 


 10. 예비된 것 


 11. 열다섯 살 소녀와의 대화 


 12. 확신 


 13. 아드리엔이 받은 세 가지 커다란 은총 


 14. 개종하기 이전에 기도에 대해 아드리엔이 지녔던 태도 


 15. 사람들의 부족함에 대해 아드리엔이 지녔던 태도 


 16. 아드리엔과 고해성사 


 17. 고해성사에 대해 아드리엔이 지녔던 태도 


 18. 아드리엔과 성인 


 19. 아드리엔, 성인 그리고 사명 


 20. 아드리엔의 내적 태도 


제3부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의 기도문


제1장 지상의 기도 


 1. 아침에 드리는 기도 


 2. 미사를 시작할 때 드리는 기도 


 3. 강론을 듣기 전에 드리는 기도


 4. 영성체 후에 드리는 기도 


 5. 밤에 드리는 기도 


 6. 감실 앞에서 드리는 기도 


 7. 부활하신 주님께 드리는 기도 


 8. 성령 쇄신을 위한 기도


 9. 초연함을 위한 기도 


 10. 한 해의 마지막에 고해성사를 드린 후 바치는 감사 기도 


 11. 현세에서 드리는 기도 


 12. 성모님을 통해서 그리스도께로 


 13. 질병으로 고통받을 때 드리는 기도 


 14. 피로할 때 드리는 기도 


 15. 어느 노수녀의 기도


 16. 임종이 가까운 때에 드리는 기도 


 17. 이냐시오 성인의 ‘받으소서’ 


 18. 이냐시오 성인이 아드리엔에게 가르친 기도 


 19. 공평의 선물을 청하는 기도 


 20. 주님을 멀리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도 


 21. 자신에게서 해방되기 위한 기도 ​

글쓴이 :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1905년 스위스 루체른에서 태어났다. 1928년에 취리히 대학교에서 독일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문학을 공부하면서 신학에 관심이 생겼다. 1929년에 예수회에 입회했고 1936년에 사제로 서품되었다. 바젤에서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를 만나 영적으로 교류하다 1945년에 함께 재속 수도회를 설립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1972년에는 국제 학술지 〈친교Communio〉를 창간했다. 1988년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그를 추기경에 서임했지만 수여식 이틀 전에 선종했다. 주저인 《영광Herrlichkeit》, 《하느님 드라마Theodramatik》, 《하느님 논리Theologik》와 《세계의 심장》, 《발타사르, 예수를 읽다》, 《남겨진 단 하나, 사랑》, 《발타사르, 죽음의 신비를 묵상하다》를 포함하여 단행본 110여 권을 집필하고 그 외 수많은 출판물을 작업했다.​



옮긴이: 윤주현 신부

가르멜 수도회 소속 수도 사제로 1998년에 사제품을 받았다. 2001년 로마 테레시아눔에서 성 토마스의 《신학대전》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아빌라 신비신학 대학원에서 영성 신학 교수로 활동했으며, 2012년부터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 교의 신학 교수로, 2016년부터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영성 신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가르멜 영성 연구소 소장이자 한국 가톨릭 학술상 상임 심사 위원이며 《신학대전》 번역·간행 위원이다. 2018년(번역상)과 2021년(본상)에 한국 가톨릭 학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간 60권의 저서와 역서를 출간했으며 27편의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