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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은 오직 기도를 드리면서 참으로 자기 자신이 된다.”


어떻게 기도를 드려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책은 무수히 많으며, 베네딕도식 기도라든가 이냐시오식 기도 등 위대한 성인들이 가르쳐 준 기도 방법도 여러 경로를 통하여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전해 온다. 그러나 성서와 교부 전통에 충실하면서 개인 기도를 드리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는 책은 흔치 않다. 교부들과 사막의 사부들은 언제 어떻게 기도를 드렸을까? 그들은 어떻게 삶과 기도를 융합했을까?


『수행: 교부들에게 배우는 기도 생활』은 성서와 교부 전통에 따라서 기도하는 장소와 시간 및 기도하는 방식과 기도하는 자세 등을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일상 속에서 깊은 기도 생활을 하도록 이끌어 준다. 독자들은 이 책을 따라가면서 고대의 기도 방식뿐만 아니라 교부들이 기도와 삶을 결합할 수 있었던 비결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성서와 교부 전통에 따른 그리스도인의 수행


이 책은 현대 서구의 ‘증발하는 신앙’에 대한 한 정교회 수도승의 응답이다. 저자에 따르면 신앙이 신앙의 본질과 부합하는 방식으로 실천되지 않을 때 신앙은 증발한다. 여기서 ‘신앙의 본질과 부합하는 방식’이란 바로 성서와 교부 전승을 따르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 책의 원제는 『질그릇: 거룩한 교부들의 전통에 따른 개인 기도의 실천』이다. 저자는 교부들과 사막의 사부들이 기도를 어떻게 이해했고 어떤 방식으로 기도를 생활화했는지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일상에서 개인 기도를 실천하는 길을 쉽게 설명해 준다. 이 책의 목적은 영적 길을 모색하는 신앙인에게 참으로 그리스도교적인 응답을 제공하는 것이다. 저자는 성서의 인간과 고대 교부들에게서 ‘그리스도교적 응답’의 핵심을 찾으며, 이에 상응하는 여러 성서 구절과 다양한 교부 문헌을 ‘실천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을 추적한다.


저자는 교부 전승에 따른 개인 기도의 실천을 학술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제시하고자 하지 않으며, 이 책이 개인 기도에 관한 실천적 지침서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학문적이기만 한 교부학 연구를 경계하며 곳곳에서 실천을 강조한다. “그리스도인이 거룩한 교부들을 공부할 때에는 학문적 교부학 연구에 그쳐서는 결코 안 된다. 학문적 연구가 공부하는 사람의 삶에 반드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거룩한 교부들의 본보기, 그들의 말씀과 행적은 오히려 그들을 모방하라고 강하게 요구하는 하나의 모범이다.”


이 책은 네 부분과 부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부분 「묵은 포도주를 마셔 보고서는 아무도 새 포도주를 원치 않는다」에서는 ‘묵은 포도주’에 해당하는 것, 곧 기도와 관련해 “처음부터 목격하고 말씀의 시종이 된 사람들이 우리에게 전해 준” 것을 제시한다. 여기서는 전통의 중요성, 영성과 영성 생활, 활동과 관상, 시편 기도와 묵상을 소개한다. 둘째 부분 「장소와 시간」에서는 개인 기도를 드리기 위해 적합한 장소와 환경 및 기도하는 방향 등을 다루며, 셋째 부분 「기도하는 방식」에서는 분노나 생각으로부터의 자유가 ‘수행적 방식’의 기도에서 나오는 열매임을 지적하면서 ‘눈물’과 ‘끊임없는 기도’ 등 여러 유형의 수행적 기도 방식을 자세히 설명한다. 넷째 부분 「기도하는 자세」에서는 몸의 중요성을 환기하면서 일어서서 드리는 기도, 손을 들어 올려서 드리는 기도, 시선을 하늘로 향해 드리는 기도, 무릎을 꿇거나 엎드려서 드리는 기도 등을 소개한다. 마지막에 부록으로 실은 「실천적 조언」은 기도를 드리기에 올바른 장소와 환경을 조성하는 일, 기도를 드리는 시간, 시편 기도, 기도하는 방법과 자세 등을 간략히 요약하면서 일상에서 기도를 실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


저자에 따르면 이 모든 수행(실천)은 “깨지기 쉬운 ‘질그릇’에 담겨 우리에게 전해 오는 소중하고 썩지 않는 보물이며, 본질적으로 영적이며 보이지 않는 ‘보화’이다.” 저자는 기도의 방법, 장소, 시간, 자세 등을 설명하면서 한결같이 성서와 전승의 근거도 함께 제시한다. 독자들은 성서와 전통에 기반을 둔 기도, 그리스도교적 수행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며, 덤으로 고대 교부들이 성서를 읽고 실천했던 방식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기도하는 대로 믿으며, 믿는 대로 기도한다. 올바르게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머지않아 올바르게 믿지 않게 될 것이다.”


책 속으로


이 책은 여러 신앙인들의 영적 탐색에 대한 참된 그리스도교적 응답을 제공하는 데 관심이 있다. 특히, 동방과 서방에 공통된 근원적 전통 및 성서에 뿌리박은 ‘실천적 길’을 제시할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믿음과 실천이 따로따로 분리되는 상황을 피하면서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의 내용과 부합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신앙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15쪽)


‘주님께 기도하는 법을 배우는 것’, 성서의 인간이 하는 기도, 교부들이 신앙 안에서 했던 기도는 어떤 특정 본문을 자기 것으로 삼는다는 의미일 뿐 아니라 기도하는 방법과 형태와 자세 등도 모두 흡수한다는 뜻이다. (19쪽)


‘프락티케’(실천/수행)와 ‘테오레티케’(이론/관상)는 서로 독립되어 있어서 우리가 개인적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길들’이 아니라, 동일한 하나의 길에 있는 두 단계이다. 말하자면, ‘테오리아’(관상)는 ‘실천’의 자연스러운 ‘지평’이다. 곧, 실천은 실천의 목적지, 실천이 지향할 수밖에 없는 관상을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씩 (영혼을) 인도한다. 실천은 실천의 궁극적 목적지인 관상에서만 그 존재 이유를 얻는다. (46쪽)


거룩한 교부들이 마음에 두고 있는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이란, 주일의 의무를 어느 정도 충실하게 이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평생 동안 날마다 수차례 기도드리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식사와 수면, 숨쉬기 등 삶에 필요한 여러 기능을 규칙적으로 수행하듯이 자신의 신앙을 규칙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다. ‘영적 활동’은 오직 끊임없는 실천(수행)을 통해서만, 방금 언급한 기능들처럼, 자명하게 보이는 자연스러움에 이를 수 있다. (84쪽)


외적인 자세는 내적 태도를 육체적으로 표현할 뿐 아니라 내적 태도에도 직접 영향을 끼친다. 하느님 앞에서 서서 경건하게 기도하는 사람은 그만큼 경외심도 커진다. 서 있으려고 애쓰지 않고 다른 기도 자세들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기도는 결코 합당한 열정을 얻지 못할 것이며, 요셉 부스나야가 말한 것처럼 ‘대개 차갑고 얕은’ 상태에 머물고 말 것이다. (167쪽)


기도의 ‘실천적 방식’은 우리가 ‘방법’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을 포함하며, 분리돼서 또는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실천적 방식이란 ‘관상적 방식’이 구체화된 형식에 불과한데, 관상적 방식이 없는 ‘문자’는 ‘영’ 이나 ‘의미’를 지닐 수 없고 심지어 존재하지도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실천적 방식과 그것의 ‘의미’를 분리할 수 없으며, 그리스도교나 다른 어떤 종교에서도 실천적 방식만 따로 떼어서 실행할 수 없다. 외적인 ‘형식’이라는 것은 언제나 본성상 비가시적인 내용을 가시적으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221쪽)


우리는 기도하는 대로 믿으며, 믿는 대로 기도한다. 올바르게 기도하지 않는 사람은 머지않아 올바르게 믿지 않게 될 것이다. (225쪽)




제5판을 내며


들어가며_ 주님,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I. 묵은 포도주를 마셔 보고서는 아무도 새 포도주를 원치 않는다


1. 처음부터 있어 온 것


2. 영성과 영성 생활


3. 활동과 관상


4. 시편 낭송-기도-묵상


II. 장소와 시간


1. 기도할 때에는 골방에 들어가시오


2. 예루살렘아, 동쪽으로 눈을 돌려 바라보아라


3. 하루에도 일곱 번 당신을 찬양합니다


4. 복되어라, 깨어 있는 사람


5. 그들은 단식하며 기도했습니다


III. 기도하는 방식


1. 큰 소리로 부르짖으며 눈물로 기도하고 간구하셨다


2. 끊임없이 기도하시오


3.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4. 들으소서, 주님, 제가 큰 소리로 부르짖습니다


5. 침묵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다


IV. 기도하는 자세


1. 일어나 기도하시오


2. 저의 손 들어 올리니 저녁 제물로 여겨 주소서


3. 하늘에 좌정하신 분이시여 당신께 저의 눈을 듭니다


4. 그는 무릎을 꿇고 기도드렸다


5. 거룩한 뜰에서 주님께 경배하여라


6.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합니다


나오며_ 우리는 이 보화를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부록_ 실천적 조언


1. 올바른 장소의 선택과 환경 조성


2. 기도하는 시간


3. 작은 성무일도


4. 기도하는 방법과 자세


참고문헌


글쓴이 : 가브리엘 붕게 Gabriel Bunge

러시아정교회의 수도승 사제로, 1940년 독일 쾰른에서 태어났다. 본에서 철학과 역사와 신학을 공부했고, 스위스 베른 대학교에서 고대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2년 벨기에 셰브토뉴의 성 십자가 수도원에 입회했고, 1980년 이후 스위스에서 은수자로 지내고 있다. 고대 수도승 생활을 깊이 연구했고, 특히 폰투스의 에바그리우스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옮긴이: 민제영

자유기고가,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