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과 집에서 만나는 육화하신 하느님
복음서의 예수님이 다니신 ‘길’과 ‘집’을 따라가며, 우리의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주님의 현존을 발견하고 그분을 더욱 친밀하게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곧 일상의 사물과 공간들, 집, 문턱, 부엌, 식탁, 마당, 길 등이 우리가 예수님을 만나는 계기와 배경이 되고 그것들이 우리 삶의 영역에서 의미 있는 것으로 바뀌어 일상에서의 하느님 현존을 알아차리도록 눈을 열어주는 묵상서다.
저자는 복음의 장면을 그 현장에 있는 사람처럼 섬세하게 그리고 ‘새롭게’ 바라보면서, 예수님의 눈길과 제스처에서, 복음서 곳곳의 표현과 행간에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육화하신 하느님의 따뜻한 사랑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도록 초대한다. 또한 여러 시인과 작가의 말을 인용하거나, 많은 은유와 시적 표현을 통해 묵상을 더욱 풍요롭게 이끌어 준다.
저자가 이끄는 대로 나자렛의 스승을 조금 다른 눈으로 관찰해 보면서, “집 안으로 들어가고 집 밖으로 나오는 그분을 따라가 보고, 호의적인 이가 열어주는 문으로 또는 낯선 이가 열어주는 문으로 들어가시는 그분을 따라가 보자. 그분과 함께 식탁에 머물렀다가 아픈 이가 누워있는 방으로 올라가 보기도 하자. 부엌에도 같이 앉아있어 보고, 매우 인간적인 몸짓으로 가족처럼 친근하게 말씀하시는 곳이면 어디든 머물러 보자.”(들어가는 말) 날마다의 내 삶이 녹아있는 삶의 터전, 우리 집과 일상이 하느님의 숨결과 예수님의 손길이 함께하는 축복의 자리임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으로
그분은 회당에서 나와 곧장 집으로 가신다. 예배 장소에서 곧바로 가정으로, 삶의 전례를 가장 거룩하게 거행하는 바로 그곳으로 가신다. 예수님의 권위 있는 가르침은 사람들의 삶과 고통을 짊어지는 권위로 이어진다.
_23쪽
예수님은 “아이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셨다.”(마르 5,40) 작은 방, 작은 침대, 의자, 등불, 일곱 사람, 목까지 차오르는 아픔이 거기에 있다. … 하느님의 자녀들 모두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죽음의 체험이 가득한 곳이다. 예수님은 바로 그 죽음의 집으로 들어가신다. 당신이 사랑하시는 사람들 모두가 거기로 가기 때문이다. 우리와 함께 있고 우리처럼 되시고자 그곳으로 들어가시는 것이다. 우리가 당신과 함께 있고 당신처럼 되게 하시기 위함이다. 예수님은 악이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으시고 그 안으로 직접 들어가신다. 당신의 현존으로 악에게 쳐들어가시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여기 있다!”
_68-69쪽
주님은 주전자와 솥, 그릇, 프라이팬과 냄비 사이에 당신의 발자취를 남기신다. ‘부엌에 계신 하느님’이란 아주 가까운 곳에 계신 하느님을 뜻한다. … 부엌에서 하느님은 손님이 아니시다. 하느님 본연의 모습으로, 봉사의 전문가로서 주인공이 되신다. 하느님은 부엌에서 마르타 곁에 계신다.
_123-124쪽
나는 예리코의 세리처럼 내 돌무화과나무 아래에 오신 스승의 눈길을 받는다. 내가 피신처와 버팀목으로 삼은, 나를 더 크게 보이게 해주는 우스꽝스러운 나무 위에서…. 내가 찾고 바랐던 나는, 오직 그분만이 하실 수 있는 방식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루카 19,5) 하시는 말씀에 깜짝 놀란다.
_188-189쪽
들어가는 말
집으로 가셨다
천사가 집으로 들어가 _루카 1,26-28; 19,5
치유된 이의 방 _마르 1,29-31
문턱이 되시는 스승 _마르 1,32-33
지붕 위로 별이 쏟아지는 집 _마르 1,35; 2,1-12
세리와 죄인과 한자리에 _마르 2,13-15
우정을 나누는 식탁
함께 지내다 _마르 3,14
새로운 가족 _마르 3,20-21.31-35
야이로의 집 _마르 5,22-24.35-43
배움터가 된 집 _마르 7,17; 9,28
상 아래 떨어진 부스러기 _마르 7,24-30
어린이 하나를 껴안으시며 _마르 9,36
골방에 들어가 _마태 6,6
기적의 산실 _마태 9,27-28
우정과 사랑의 향기 가득한
잔칫집의 포도주 _요한 2,1-10
마르타의 부엌 _루카 10,39-41
세 남매와 한 친구 _요한 11,1-53
계속되는 우정 _마르 11,11
거룩한 지름길 _마르 14,3-9
준비된 이층 방 _마르 14,13-15
같은 이층 방에서 _요한 20,19
엠마오의 식탁 _루카 24,13-35
순례자의 신발
오감으로
길과 집에서 들려오는 예수님 이야기
글쓴이 : 에르메스 론키
1947년 이탈리아 우디네 아티미스에서 태어났다. 마리아의종수도회 소속 사제이며 저술가이자 기고가이다. 로마 교황청립 마리아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파리가톨릭대학교와 소르본대학교에서 종교학과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마리아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여러 가톨릭 매체에 복음 묵상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지은 책에 「복음이 나에게 물었다」 외 다수가 있다.
옮긴이: 박미애 수녀
성바오로딸수도회 수녀로, 옮긴 책에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교황 요한 23세」 ‧ 「걱정 말아요 365일」 ‧ 「오상의 성 비오 신부와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