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믿고 그분께 희망을 두는 이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손희송 주교가 담아낸 창세기의 진정한 메시지
신앙인들이 현대 사회에서 가톨릭 신앙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 온 손희송 주교. 그는 신학자이자 주교로서 가톨릭 교회의 교리에 대한 심층 해석과 영성 생활에 관한 조언 등을 담아 여러 종류의 책을 펴내 왔다. 이번에는 가톨릭청년성서모임에서 주관하는 창세기 연수 지도 경험을 되새기며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를 펴냈다. 이 책은 손희송 주교가 제3대 의정부교구장으로 임명된 이후 발간한 첫 책으로 이전에 출간했던 《신앙인》과 《나에게 희망이 있다》를 합쳐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인다.
손희송 주교는 청년성서모임 창세기 연수를 지도하며, 연수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다시 신앙의 생기를 얻어 기쁘게 살아가는 청년들을 많이 만났다. 연수는 잠깐이지만, 그들이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신앙생활에 성경 말씀을 가까이하고 계속해서 하느님을 만나며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는 성경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를 ‘희망’이라는 관점으로 살펴본다. 그리고 창세기의 담긴 메시지가 무엇인지,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섬세하게 밝혀낸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을 믿고 그분께 희망을 두는 모든 사람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곤경과 어려움에 처할 때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깨닫게 될 것이다.
저는 창세기의 여러 이야기를 ‘희망’이란 끈으로 엮어 보려고 했습니다. 인간은 희망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라고 할 만큼 희망은 인간 삶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로마 8,24)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처럼 희망은 우리 구원과도 직결됩니다. 또한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르 5,34)라는 예수님 말씀처럼 믿음이 우리를 살리듯이 희망도 우리를 살립니다.
_‘머리말’ 중에서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
희망의 여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능력에 의지하여 희망을 갖는다는 것!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는 세상과 인간의 창조, 첫 인간과 낙원, 아담과 하와의 범죄, 카인과 아벨의 비극, 노아의 홍수, 바벨탑의 붕괴,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들 등 창세기의 다양한 이야기를 ‘희망’의 이야기로 다시 바라본 책이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창조주 하느님, 희망의 근거’, 2장 ‘하느님, 인간의 근원’, 3장 ‘자비의 하느님, 죄인의 희망’은 창세기 1장부터 11장까지의 내용으로 세상의 창조와 인간의 죄, 하느님 은총의 역사를 살펴본다. 4장 ‘아브라함,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희망의 등불’에서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과 그 후손인 이사악, 야곱, 요셉의 이야기를 통해 하느님을 믿고 희망하는 삶이 어떠한 것인지를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행복이 하느님을 믿고 그분께 자신을 온전히 내어 맡기는 태도에 달려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창세기의 주요 이야기를 설명하면서도 독자가 성경의 큰 그림을 그리며 하느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약과 신약을 넘나들며 하느님의 약속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자세히 알려 준다. 다양한 책과 성인들의 이야기, 예화를 곁들여 이해를 돕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이 책은 중간중간 해당 장의 주요 주제가 담긴 그림을 수록하고 있다. 창세기의 어떤 이야기를 묘사한 것인지 자세히 살펴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창세기 이야기의 저자들이 전해 주고자 했던 구원의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세상과 인간은 하느님께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원래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좋게 창조하셨고, 남녀 인간을 당신 모습대로 창조하셨다. 첫 인간의 잘못으로 시작된 악이 점점 더 커져서 기승을 부리고 악의 세력에 편승하여 인간은 생명의 길에서 벗어나 파괴의 길로 들어서서 방황해 왔다. 그럼에도 하느님께서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구원과 행복을 위해 애쓰신다.’
_‘글을 시작하며’ 중에서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 하느님께서 얼마나 좋은 분이신지를 깨닫는다면!
바오로 사도는 로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아브라함에 관하여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아브라함은 자기가 믿는 분, 곧 죽은 이들을 다시 살리시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도록 불러내시는 하느님 앞에서 우리 모두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그는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 ‘너의 후손들이 저렇게 많아질 것이다.’ 하신 말씀에 따라 ‘많은 민족의 아버지’가 될 것을 믿었습니다.”(로마 4,17-18)
손희송 주교는 인간적으로 희망의 여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하느님의 능력에 의지하며 늘 하느님의 약속을 믿고 희망했던 아브라함의 모습에서 우리가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의 제목을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로 제안했다.
끊임없이 갈등과 반목이 이어지는 세상은 인간사가 태초부터 악으로 가득 찼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절망을 낳곤 한다. 그러나 하느님의 창조 사업부터 아브라함과 그 후손들의 이야기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주님께서 세상을 좋게 창조하셨고, 인간이 방황하더라도 늘 우리의 구원과 행복을 위해 힘을 주시고, 기력을 북돋아 주시며, 보호해 주신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지 못해 힘겨워하는 많은 이가 이 책을 통해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이 시련에 처할 때마다 그들에게 희망을 준 창조 신앙을 통해 분명히 오늘을 살아갈 힘, 내일을 꿈꿀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신앙인은 아브라함이나 성모님처럼 하느님의 약속이 성취될 것을 믿는 사람이다. 설사 그 약속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말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하신 약속을 반드시 이루시는 분이다.
_본문 중에서
책 속으로
창조 이야기의 저자는 우리에게 어떤 경우라도, 어떤 어려움을 당하더라도 하느님을 굳건히 믿으면서 끈질기게 희망을 지니라고 강력히 권고한다. 하느님께서는 무에서 세상을 창조하신 능력의 주님이시기에, 결코 불가능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창조주로 고백하는 신앙인이라면 어떤 경우나 상황에서도 전능하신 하느님에 대한 믿음에서 희망을 길어 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_33p. ‘1장 창조주 하느님, 희망의 근거’ 중에서
하느님께서는 세상은 물론 인간도 좋게 창조하셨다. 따라서 신앙인은 인간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축이 달걀 같다고 나무란다.”라는 속담처럼 한 번 미운 마음이 들면 그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 등 모든 것이 밉게 보인다. 내가 보기 싫어하고 만나기를 꺼리는 그 사람도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으로 좋게 창조되었다. 그래서 그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면 좋은 구석이 한 군데 정도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비록 지금은 잘못과 허물 때문에 더러워졌다고 해도 하느님의 은총으로 그 더러움을 털어 내고 선한 마음을 회복하여 덕을 쌓아 훌륭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밉고 싫은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지 않을까?
_41p. ‘1장 창조주 하느님, 희망의 근거’ 중에서
아우구스티노는 나중에 자신의 삶을 회고하면서 기록한 《고백록》에서 “내 영혼이 당신 안에 쉬기까지는 평안함이 없나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온갖 방황을 겪은 끝에, 인간은 오직 하느님 안에서만 평안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체험으로 깨닫고, 인간은 하느님과 함께할 때 비로소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고백한 것이다.
_64~65p. ‘2장 하느님, 인간의 근원’ 중에서
갈빗대 일화는 남자와 여자는 모두 똑같은 품위를 지니고 서로 동등한 관계라는 점을 암시한다. 유다교의 한 주석가는 이렇게 설명한다.“하느님께서는 여자를 남자의 머리에서 창조하지 않으셨다. 여자가 남자를 지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남자의 발끝에서 여자를 창조하지도 않으셨다. 여자가 남자의 종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여자를 남자의 심장 곁에 있는 옆구리에서 창조하셨다.” 이렇게 볼 때 하와가 인체의 중심 부분인 갈빗대에서
_73p. ‘2장 하느님, 인간의 근원’ 중에서
죄로 인해서 하느님과의 일치가 깨지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친교, 그리고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가 깨지게 되었고, 그럼으로써 신뢰와 평안은 사라지고 불안과 두려움이 점점 커진다. 사람은 불안하고 두려울수록 신경질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한다. 서로 화합하고 일치를 이루어서 기쁨과 행복이 가득해야 할 인간의 삶이 일그러지고 망가져 버린 것이다. 망가진 삶은 생명보다는 죽음에 더 가깝다. 이런 의미에서 선악과를 따 먹는 날 반드시 죽으리라고 하셨던 하느님의 말씀은 이미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_109p. ‘3장 자비의 하느님, 죄인의 희망’ 중에서
하느님께서는 질투에 사로잡혀 동생을 죽인 카인의 호소를 들으시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아니다. 카인을 죽이는 자는 누구나 일곱 곱절로 앙갚음을 받을 것이다.”(4,15) 하느님께서는 동생을 죽인 죄인 카인에게도 당신의 자비를 거두지 않으신다. ‘하느님께서 죄인에게 너무 관대하신 것이 아닌가?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면 또 죄를 범할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하느님의 길은 인간의 길과는 다르고, 그분은 마음은 우리 마음보다 훨씬 더 크다.
_124p. ‘3장 자비의 하느님, 죄인의 희망’ 중에서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의 저자는, 믿음의 선조들은 자기들이 “이 세상에서 이방인이며 나그네”일 따름이라고 고백하면서 “하늘 본향”을 갈망하고 있었다고 말한다(히브11,13.16). 신앙인은 자신이 “하늘의 시민”(필리 3,20)임을 알고 하늘 본향을 향해 길을 떠나는 나그네다. 그는 이 세상에서 영구히 머물 곳을 얻지는 못하지만, 고정 관념과 편견을 넘어서는 자유로움 그리고 세상의 성공과 실패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여유로움을 얻을 수 있다.
_148p. ‘4장 아브라함,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희망의 등불’ 중에서
성경이 하느님께 선택받은 이들이 무너지고 깨어진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아브라함은 그 굳건한 믿음으로 신앙인들에게 좋은 모범이 되지만, 다른 한편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잘못을 저지름으로써 위로와 격려가 되기도 한다. ‘자네의 잘못에 대하여 너무 상심하지 말게나. 사실 나도 큰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어. 그래도 하느님께서는 나를 내치거나 버리지 않으셨네. 오히려 내가 저지른 잘못을 통해서 나를 가르쳐 주시고 키워 주셨네. 자네의 잘못과 허물만 쳐다보지 말고 눈을 돌려 하느님을 바라보게. 그분은 우리 마음보다 크신 분(1요한 3,20)이고, 죄가 많은 곳일수록 은총도 풍성하게 내려 주시는 분(로마 5,20)임을 기억하게.’
_162p. ‘4장 아브라함,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희망의 등불’ 중에서
머리말
글을 시작하며
1장 창조주 하느님, 희망의 근거 | 창세기
희망 찾기
세상과 인간을 긍정적으로 보아야 할 이유
쉼과 여유
2장 하느님, 인간의 근원 | 창세기 2장
하느님과 함께해야 하는 인간
남자와 여자로 창조된 인간
낙원의 의미
3장 자비의 하느님, 죄인의 희망 | 창세기 3-11장
낙원을 깨뜨린 인간
죄와 벌
하느님의 자비
인간의 죄보다 큰 하느님의 자비
4장 아브라함,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희망의 등불 | 창세기 12-50장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따르는 사람
길 떠나는 사람
감사할 줄 아는 사람
잘못을 통해서도 배우는 사람
평화를 심는 사람
죄인을 위해 중재하는 사람
하느님 약속의 실현을 믿는 사람
가장 소중한 것을 바치는 사람
하느님께 선택된 사람
참된 자유인
맺음말
주
글쓴이 : 손희송 주교
경기도 연천에서 태어나 1986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대학교에서 교의 신학 석사 학위와 사제품을 받았다. 1992년 귀국하여 1994년까지 서울대교구 용산 성당에서 주임 신부로 사목했으며, 1996년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교의 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동 대학교에서 신학 교수를 역임했다. 2012년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목국 국장으로 재임하던 중,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서울대교구 보좌 주교에 임명되었다.
저서로 《그리스도교 신학의 근본 규범인 예수 그리스도》, 《열려라 7성사》, 《신앙인》, 《나에게 희망이 있다》, 《주님이 쓰시겠답니다》, 《성사 하느님 현존의 표지》,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 《미사 마음의 문을 열다》, 《주님은 나의 목자》, 《일곱 성사, 하느님 은총의 표지》, 《행복한 신앙인》, 《주님의 어머니, 신앙인의 어머니》, 《일곱 성사》, 《절망 속에 희망 심는 용기》, 《사계절의 신앙》, 《우리 시대의 일곱 교황》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