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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11년만의 신작,

‘조금 더 낫게’ 패배하는 자유인이 되기 위한

어느 ‘척탄병’의 안간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생각의 좌표』 등으로 우리 시대에 뼈아프지만 명쾌한 질문을 던져왔던 진보 지식인의 대부 홍세화 작가가 11년 만에 신작을 출간했다. 세상의 거친 결들이 파도를 치며, 이따금 주체할 수 없이 그 큰 결에 휩쓸려버릴 때에도 한결같이 중심을 지켜온 그의 사유들은 분열로 어지럽혀진 세상에 또 다시 중심을 잡을 나침반으로써 삶의 방향과 결을 되돌아보게 한다.

사람도, 인간관계도, 사회도 모두 섬세하거나 온유하지 못하고 거친 결을 가지고 있다. 환대와 배려, 겸손을 품은 사람이 약자가 되는, 이 정제되지 못한 사회에서 우리는 둥글어지기보다는 뾰족하고, 거칠어져야만 ‘편하게’ 살 수 있게 됐다. 과거에 비하면 분명 자유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신자유주의라는 구조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새에 억압된 삶을 살고 있다. 이를 전일적으로 관철시킨 적소가 ‘학교’와 ‘군대’였으며, 우리는 이처럼 ‘정상적인’ 체제 속에서 은밀히 노예로 길들여져왔다. 힘없는 자들은 국가폭력에 맞서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하고 자본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거짓 담론과 정치가들의 아젠다 세팅에 교묘하게 이용당한 채 이제는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된 것이다. 불의를 외면해야 편하고 안락한 삶을 누리며 ‘인간다움’을 포기한 채 거칠어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 세상에 작가는 말한다. 한국 사회라는 산(山)에서 내려와 ‘조금 더 낮게’ 걸으며 지배와 복종에 맞서는 자유인으로, ‘조금 더 낫게’ 패배하는 자유인이 되어 보자고. 이 책은 그런 안간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령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이들이 극소수일지라도 함께 연대해 그 길을 한번 가보자고.

목차
서문 섬세하지 못한 글: 자유를 위해

제1부 자유, 자유인
나를 짓는 자유
나를 고결하게 지을 자유
소박한 자유인
빼앗긴 자유, 버림받은 자유
몸의 자유
“당신은 몸을 소유한다”

제2부 회의하는 자아
완성 단계에 이른 사람들
설득하기의 어려움
회의하는 자아의 일상
생각하는 사람?
생각하지 않은 생각 1: 가정
생각하지 않은 생각 2: 학교
프랑스 바칼로레아의 철학 논제

제3부 존재와 의식 사이의 함정들
농지개혁과 기본자본
‘개똥 세 개’의 가르침
공감 능력과 감정이입
상징폭력
우리는 시리아인이다!
세계화와 20 : 80
어느 정당에 표를 주어왔나요?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
대란 선동
노동, 노동자의 지위
노동의 분할
신자유주의와 ‘20’을 위한 정치

제4부 난민, 은행장 되다
난민, 왜 하필이면 한국 땅에
외교부 : 법무부
이웃에 대한 상상력
장발장은행의 탄생
준법과 위법의 경계에서
‘43,199’라는 숫자
장발장의 은촛대
사적 나눔과 공적 분배
인간의 존엄성과 보편복지
서문 섬세하지 못한 글: 자유를 위해

제1부 자유, 자유인
나를 짓는 자유
나를 고결하게 지을 자유
소박한 자유인
빼앗긴 자유, 버림받은 자유
몸의 자유
“당신은 몸을 소유한다”

제2부 회의하는 자아
완성 단계에 이른 사람들
설득하기의 어려움
회의하는 자아의 일상
생각하는 사람?
생각하지 않은 생각 1: 가정
생각하지 않은 생각 2: 학교
프랑스 바칼로레아의 철학 논제

제3부 존재와 의식 사이의 함정들
농지개혁과 기본자본
‘개똥 세 개’의 가르침
공감 능력과 감정이입
상징폭력
우리는 시리아인이다!
세계화와 20 : 80
어느 정당에 표를 주어왔나요?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
대란 선동
노동, 노동자의 지위
노동의 분할
신자유주의와 ‘20’을 위한 정치

제4부 난민, 은행장 되다
난민, 왜 하필이면 한국 땅에
외교부 : 법무부
이웃에 대한 상상력
장발장은행의 탄생
준법과 위법의 경계에서
‘43,199’라는 숫자
장발장의 은촛대
사적 나눔과 공적 분배
인간의 존엄성과 보편복지
글쓴이 :   홍세화
홍세화가 말하는 홍세화
장발장은행의 은행장을 맡고 있다. 회사원, 관광안내원, 택시기사에 이어 신문기자와 소수파 진보정당의 대표를 거쳐, 급기야 은행장의 직함까지 갖게 되었다. 주식도 없고 스톡옵션도 없는, 틀림없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은행장일 것이다.
두 가지 우연이 있었다. 하나는 프랑스 땅에 떨어진 것. 또 하나는 파리에서 빈대떡 장사를 할 자본이 없었다는 것. 아무 카페든지 한 귀퉁이를 빌려서라도 빈대떡 장사를 해보겠노라고 마누라와 꽤나 돌아다녔다. 그때 수중에 돈이 조금 있었다면 지금 열심히 빈대떡을 부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는 빈대떡을 아주 잘 부친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대신 ‘나는 빠리의 빈대떡 장사’? 글쎄, 그건 나도 알 수 없다. 아무튼 두 가지 우연과 몇 가지 필연, 그리고 서울대 출신이란 게 합쳐져서 지금의 내가 있게 되었다.
나는 『양철북』의 소년도 아니면서 나이 먹기를 거부한다. 나이 먹기를 거부한다는 게 주책없는 일임을 안다. 그렇다고 하릴없는 수작이라고까지는 생각지 않는다. 장교는 나이를 먹으면서 진급한다. 사병은 나이를 먹어봤자 사병으로 남는다. 실제 전투는 주로 사병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사람이 사병으로 남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 그럼 나는 끝까지 사병으로 남겠어.’ 오래전부터 가졌던 생각이다. 따라서 나에겐 나르시시즘이 있다. 내 딴에는 그것을 객관화함으로써 자율 통제하려고 애쓴다. 그러면 전투는 왜 하는가? 살아야 하므로. 척박한 땅에서 사랑하고 참여하고 연대하고 싸워 작은 열매라도 맺게 하는 거름이고자 한다. 거름이고자 하는 데에는 자율 통제가 필요치 않다. 욕망이 춤춘다. 그렇다. 나는 살아서 즐거운 ‘아웃사이더’이고 싶다. 시어질 때까지 수염 풀풀 날리는 척탄병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