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이끄심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삶의 길을 가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
‘사도행전’은 ‘사도들의 행적을 기록한 책’입니다. 그 행적을 통해 초대 교회가 형성되고 성장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우리 삶의 이정표로 삼아 보자고 제안합니다. 사도들 역시 삶의 여정에서 우리처럼 후회와 절망과 맞닥뜨리고, 실패와 좌절을 맛보았습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다시 한 발짝을 내디뎠습니다. 그런 신앙의 힘과 용기를 어디에서 얻을 수 있었을까요? 《성령의 이끄심 그 길을 가다》를 통해,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 보시기 바랍니다.
저자는 I장에서 ‘사도행전’이 루카의 두 번째 책이니만큼, 그 첫 번째 책인 ‘루카복음서’와의 연관성을 먼저 설명합니다. 그런 뒤 II장부터 III장에서 본격적으로 사도행전을, ‘성령강림’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살펴봅니다. 사도행전은 베드로와 바오로의 활동을 대표적으로 들려주지만, 그 주인공은 ‘성령’이십니다. 여기에서는 성령을 통해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이 탄생하여 공동체를 이룬 모습과, 사도들이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라는 말씀에 따라 복음을 선포하고 가르치는 모습을 전해 줍니다. 하지만 곧 박해를 받고 스테파노는 첫 순교자가 되는데, IV장에서 이 이야기들을 통해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에 대해 묵상하도록 도와줍니다. V장의 바오로와 베드로의 회개 이야기, VI장의 바오로의 선교 여행 이야기는, 성령께서 그들을 어떻게 이끌어 주셨는지 살펴보고 지금 우리를 어떤 길로 이끌고자 하시는지 묵상하는 시간을 마련해 줍니다.
책 전체에 걸쳐 저자가 꾸준히 강조하는 점은 ‘사도들의 이야기가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도’라고 하면 흔히 누구를 떠올리나요? 예수님의 목격 증인이었던 ‘열두 제자’인가요? 신앙을 위해 온 삶을 바친 성인들인가요? 지금 우리 주변에서 찾으라면, 누가 사도라 불릴 수 있을까요? 혹시 사도는 특별한 존재여야 한다고 여기면서, 스스로를 세속의 어쩔 수 없는 제약들에 묶인 평범한 인간으로 규정하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기준에만 맞추어 신앙생활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 이 말씀은 지금의 우리 모두에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사랑은 오늘날에도 온 세상 땅 끝까지 전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성령을 청하고, 그 힘을 받아, 저자의 말처럼 예수님을 더 사랑하기 위해, 그리고 지금의 나와 세상을 더 사랑하기 위해, 사도들의 여정을 따라 함께 걸어가 보면 어떨까요?
이 책은 항상 우리에게 오시는 성령을 느끼고 체험하는 계기가, 또 예수님을 따르는 삶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길인지 다시 한번 되새기는 기회가 되어 줄 것입니다.
책 속으로
루카의 이야기는 그의 권고에 공감하고, 자신의 삶을 묵상하여 그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도 들려주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루카의 목적은 ‘우리가 사는 이야기’를 하는 데 있다. 우리의 삶에서 예수님을 만났던 이야기, 그분으로 인해 변화된 이야기, 예수님을 따르고 증언하고 그분의 사도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_23쪽
루카는 길이 상징하는 바를 통해 우리가 가야 할 신앙과 믿음의 여정을 설명한다. 안주하고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나아가야 하는 여정 속에서, 루카는 세상의 가치와 예수님의 가치라는 갈림길에 선 우리에게 끊임없는 선택을 요구한다. 설령 어떤 선택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회개)이 길이라는 상징성에 포함되어 있다.
_30쪽
‘사도는 어떤 사람인가?’ 이 질문은 ‘성령을 충만히 받았는가? 그래서 옛 삶을 버리고 새로운 삶으로 변화했는가?’라는 질문에 사도가 얼마나 충실한 사람인지 되묻는 것과 같다. 사실 사도행전의 주인공은 베드로도 아니고 사울이라는 바오로도 아닌, 바로 예수님께서 보내 주시기로 약속한 성령이시다.
_38쪽
성전은 하느님을 만나는 거룩한 장소이고, 하느님께서 세상에 거처하시는 자리이다. 루카 복음사가는 하느님과 만나서 그분과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특정하지 않는다. 성령께서 내리신 곳은 성전이나 지성소가 아닌 “그들이 모두 모여 있는 자리”(2,1)였고, 또한 성령께서는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 안”(2,2)을 가득 채우셨다. 성령강림으로 시작되는 새로운 시대에는 이제 하느님과 만나 대화하기 위해 어떤 특정한 장소를 찾을 필요가 없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모여 있는 자리에, 우리 각자의 집에 찾아오시고 그곳에서 우리와 친밀하게 대화하신다.
_59-60쪽
성령을 선물로 받는다는 것은 성령께서 우리를 이끄시는 대로 살아가겠다는 순종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예수님의 잉태 소식을 전해 들은 마리아(루카 1,26-38), 최고 의회 앞으로 이끌려 가는 베드로(사도 4,1-20), 유다인들 앞에서 죽을 것을 각오하고 예수님을 증언한 스테파노(7장), 마케도니아로 어려운 선교의 길을 떠나는 바오로(16,6-10)처럼, 그 여정이 고되고 세상의 이치와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순종한다면 하느님께서는 더 큰 것으로 채워 주신다.
_86쪽
사도들이 박해를 당하는 원인도 바로 유다 지도자들의 시기심이다. “그들은 시기심에 가득 차 사도들을 붙잡아다가 공영 감옥에 가두었다”(5,17-18). 예수님을 십자가의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도 그들의 시기심 때문이었다. 그들은 사람들의 시기심까지 부추겨서 공동체를 분열시켰다. 그 시기심은 이제 당황스러움(5,24 참조)과 두려움(5,26 참조)으로 발전하고, 결국 폭력성(5,33: “그들은 이 말을 듣고 격분하여 사도들을 죽이려고 하였다”)으로 끝맺는다.
_110-111쪽
오늘날의 순교란 자기중심적이고 배타적인 마음을 떠나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처럼 남을 위해 ‘대신’ 고통받을 수 있고, 남을 위해 ‘대신’ 십자가를 지는 삶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대신’의 삶은 ‘위하는’ 삶이며 사랑의 절정이다. 이 시대의 순교자는 예수님을 닮아 가는 사람이며 그분처럼 살아가길 갈망하는 사람이다. 하루하루의 삶을 그리스도의 뜻에 충실히 살며 작은 실천을 할 때, 그 삶이 바로 증거의 삶, 순교의 삶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부활을 맞이하는 삶임을 잊지 말자.
_142-143쪽
우리의 생각과 선택의 이유가 그리스도이며, 그분이 보여 주신 사랑으로 행동할 때 우리는 진정 자유로울 수 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갈라 2,20)이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내가 곧 그리스도가 되어 살아갈 때, 자유와 사랑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_174쪽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세상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자들에게도 예루살렘은 여전히 두려움의 장소이고 죽음의 장소이다. 내시에게도 집에 돌아가는 길은 여전히 외롭고 멸시를 받는 길이다. 사람들의 눈에 그는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며, 부와 권력을 좇는 악인 중의 한 명일 뿐이다. 바뀐 것은 그의 신념과 가치이다. … 곧 회개는 우리 삶의 가치와 신념에 대한 전환이다. 다시 말해 삶의 목표를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 삶의 목표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복음이어야 한다.
_186-187쪽
우리는 필요에 의해 하느님을 찾았고, 신앙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잊은 하나의 진리는, 우리가 하느님을 찾은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를 먼저 찾아오신다는 것이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찾아오시고, 먼저 말씀을 건네시고, 손을 내밀어 주신다. 우리가 자신의 아픔에만 매몰되어 우리 곁에 계신 그분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_220쪽
머리말
Ⅰ. 길을 걷기 위한 준비
1. 루카복음서와 사도행전
하나의 주제, 두 개의 작품
루카가 전하는 ‘우리 이야기’
2. 루카의 마음을 읽는 방법
루카의 스토리텔링 파악하기
상징과 복선 찾아보기
3. 사도행전의 청사진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베드로와 바오로
진짜 주인공, 성령
공간적 배경을 중심으로
땅 끝에 이르기까지
Ⅱ. 성령과 함께하는 새로운 삶
1. 성령강림 이야기
오순절이 되었을 때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2. 새로운 하느님 백성의 탄생
하늘과 땅의 만남
우리 안에 세워진 성전
하느님과의 직접적인 만남
모든 민족이 하나 됨
3. 성령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익숙함’ 속에 ‘낯섦’을 주시는 성령
새로이 깨닫게 하시는 성령
경이로움으로 초대하시는 성령
악에서 보호하시는 성령
4. 하느님의 새로운 공동체
개인과 공동체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회개하십시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성령을 선물로 받을 것입니다
Ⅲ. 믿음의 공동체, 교회의 삶
1. 가르침, 선포와 증언
무엇을 가르치고 선포하였는가?
어떻게 가르치고 선포하였는가?
2. 친교
어떻게 한마음 한뜻을 이루는가?
왜 친교를 이루지 못하는가?
3. 나눔과 봉사
배급으로서의 봉사
직무로서의 봉사
4. 기념과 기억을 위한 전례
빵을 떼어 나눔, 기념과 기억의 행위
기도는 기억으로부터
Ⅳ. 박해와 순교, 그리스도를 믿는 삶
1. 그리스도를 따라 걷는 십자가의 길
박해의 시작
박해받는 바오로의 선교
그리스도가 걸은 고난의 길
2. 그리스도를 닮은 죽음의 길
박해자? 순교자?
그리스도의 죽음과 스테파노의 순교
순교에서 피어나는 부활의 삶
3. 그리스도인의 고통
박해로 얻은 선교의 기회
고통에 담긴 하느님의 뜻
Ⅴ. 회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삶
1. 누군가를 죽이러 가던 길
박해자로 살아오며
스테파노의 설교와 인생의 갈림길
변화의 기억
죽음의 체험
2. 죽음의 길에서 만난 새로운 길
율법 준수에서, 자유와 사랑으로
십자가, 모든 가치의 전환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
3. 삶의 방향을 바꾸는 길
외딴길을 걷던 에티오피아 내시
외로움의 길에서 기쁨의 길로
4. 계속 걸어가야 하는 길
베드로의 회개와 공동체의 전환
몸에 밴 습관에서 벗어나기
성령으로 변화하고 변화시키기
Ⅵ. 세상을 향하여, 증언의 삶
1. 바오로 사도의 열정
마르지 않는 샘
바오로의 선교 전략
2. 예수님을 닮은 바오로의 여정
먼저 찾아가는 순례
동행의 순례
친교의 순례
글쓴이 : 최종훈 신부
광주대교구 사제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학교에서 성서신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독일 보훔 루르대학교에서 성서신학을 공부하였다. 현재 가톨릭목포성지에서 소임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지혜 여정 - 루카복음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