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인문학자 최준영이 들려주는
가난한 사람들의 가난하지 않은 이야기
『가난할 권리』는 거리의 인문학자로 20여년 노숙인과 함께 했던 최준영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다. 픽션보다 더 픽션 같은 논픽션이다. 오랜 시간 거리에서 혹은 자활센터나 보호시설에서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다. 그들 대부분은 인생의 어느 문턱에서 주저앉아 길을 잃었거나 길을 잃은 채 홀로 남겨진 이들이다. 누구보다 그 막막함을 잘 아는 최준영 작가는 ‘인문학’이라는 거창한 주제를 들고 다가간 것이 아니라 그저 그들에게 곁을 내어주고, 어깨를 내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들의 고단하지만 핍진한 삶을 기록해 왔다. 그 흔적의 녹진함은 문학을 공부하는 이조차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가난할 권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가난한 사람이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난하다고 마음까지 가난하지 않다’는 말을 되새기게 한다. 거리의 삶을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 김 씨의 장례식에 온 사람들이 내놓은 꼬깃꼬깃한 130만원 앞에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다. 거리에서 혹여 누군가에게 빼앗길세라 바짓단 안쪽에 넣은 뒤 박음질을 해 두었던 돈, 생의 최후의 순간에 이르기 전에는 절대 꺼내 쓰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자기 몸의, 아니 세상의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 두었던 돈이었을 것이라 짐작하고도 남는다. 가난하다는 형용사의 사전적 의미는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하여 몸과 마음이 괴로운 상태에 있다”이다. 물질적인 궁핍으로 몸이 괴로운 건 부인할 수 없지만, 마음이 괴로운 건 상대적 감정이 크지 않을까. 그들의 이야기가 결코 가난하지 않은 이유이다.
목차
프롤로그 어디로 갈지 모르겠거든 일단 가라
추천사
1부 가난할 권리
사람이다
오만원
한판 붙어 볼까?
가난할 권리
살아야 할 이유
가난보다 더 서러운 ‘가난의 대물림’
2부 희망의 인문학
16년 만에 사랑을 고백하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사람답게 한번 살아 보려고요
수녀님, 수녀님, 엄마 수녀님
한국형 교도소 대학을 꿈꾸며
가난을 대하는 태도들
어르신 인문학,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3부 거리의 인문학자
결핍과 좌절의 삶에서 공부하는 삶으로
노숙인 인문학, 첫발을 떼다
거지 교수에서 거리의 인문학자로
거리의 인문학, 어디까지 왔나
어느 마이너리티의 세 번째
약속
사의재에서 상념에 젖다
나는 깨진다, 고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