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늘 조급하고, 불안하고, 왠지 모를 두려움이 엄습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마음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명상이나 묵상을 해 보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 있으면 머릿속에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속에서는 불이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몸을 바쁘게 움직이는 게 낫다며 청소도 하고 운동도 하고 일을 벌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활동으로 감정을 덮어 버리는 겁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그렇게 자신을 혹사시킬 수 있을까요? 내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지 않고 계속 이리저리 피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세계적인 영성가 안셀름 그륀 신부님이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의식 52가지를 알려 줍니다.한 주 동안 매일 단순한 의식 하나를 해 보는 겁니다. 특별한 호흡법이나 명상법은 없습니다. 글이 이끄는 대로 그냥 따라가면 됩니다. 그렇게 일 년 동안 계절과 날씨의 변화에 맞추어 나만의 의식을 해 나갑니다.
의식은 자기 삶을 사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의식들은 단순합니다. 애를 써서 배워야 할 복잡한 방법 같은 건 없습니다. 의식 대부분이 몸으로, 호흡으로, 몸짓으로 하는 의식입니다. 이 의식들은 우리가 온전히 이 순간에 있도록 도와줍니다. 머릿속은 늘 시끄러우니까요. 그러나 의식을 행하면서 우리가 몸을 느끼면, 우리는 온전히 현재에, 온전히 우리 자신에게, 온전히 이 순간에 있습니다. 의식들은 그저 나로 존재하는 것, 나를 느끼는 것, 이 순간을 느끼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의식은 삶에 생기를 줍니다
의식은 삶에 올바른 리듬을 줍니다. 삶에는 리듬이 필요합니다. 삶은 본질적으로 리듬으로 말합니다. 리듬에 맞게 사는 사람은 더 건강하게 살고, 더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쉽게 지치지 않습니다. 의식은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삶의 에너지를 새롭게 샘솟게 합니다. 의식은 단순하게 살도록 도와줍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의식들의 목표가 바로 이것, 단순하게 사는 것입니다.
의식은 분주한 일상 속에서 거룩한 순간을 만들어 냅니다
거룩함은 세상에서 물러나는 것입니다. 의식이 주는 거룩한 시간은 오롯이 나의 것 그리고 오롯이 하느님의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그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습니다. 의식은 다른 사람의 힘에서, 다른 사람의 요구와 기대에서 나를 자유롭게 합니다. 의식은 내가 단지 이 세상에서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어떤 장소, 즉 이 세상이 침범할 수 없는 곳이 있다는 것을 나에게 알려 줍니다. 그러면 나는 자유를 느낍니다. 의식은 우리를 거룩한 힘과 접하게 합니다. 의식은 번잡한 일상 한가운데서 우리를 강하게 합니다. 의식은 힘의 원천입니다.
하루에 잠시만 짬을 내서 나를 위한 작은 의식을 따라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이 순간에 그저 단순하게 존재하는 것이 행복의 기술임을 깨달을 것입니다. 떠들썩한 행복이 아니라 단순한 삶의 고요한 행복, 나와, 하느님과, 존재하는 모든 것과 하나 되는 이 순간에 단순하게 존재하는 행복입니다.
책 속으로
우리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의식儀式들을 행하며 살아갑니다. 의식은 우리를 우리 자신과 연결해 줍니다. 의식은 단순하게 살고, 우리 자신과 조화를 이루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의식은 단정한 삶을 살도록 이끌어 줍니다.
의식은 삶에 생기를 줍니다. 의식은 삶에 올바른 리듬을 줍니다. 삶에는 리듬이 필요합니다. 삶은 본질적으로 리듬으로 말합니다. 리듬에 맞게 사는 사람은 더 건강하게 살고, 더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쉽게 지치지 않습니다. 의식은 단순하게 살도록 도와줍니다. 제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의식들의 목표가 바로 이것, 단순하게 사는 것입니다(8쪽).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찾아 그 볕 아래 서세요. 그런데 너무 뜨거워서 당신을 태워 버릴 것 같은 곳이 아니라 햇볕이 당신을 따스하게 비추는 곳이어야 해요. 햇빛이 당신 피부를 따뜻하게 해 준다고 상상해 보세요. 햇빛이 천천히 피부를 통과하여 스며들고 빛과 따뜻함으로 몸 전체가 채워진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러고는 이 태양 빛에서 하느님의 사랑이 직접 당신 안으로 들어온다고 상상해 보세요. 눈을 감고 한번 생각해 보세요. 이 햇빛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이 직접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게 맞다면, 하느님의 사랑으로 내가 온통 물든 게 진짜라면,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을 사랑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 나는 사랑 자체입니다(20쪽).
이 책의 의식들은 단순합니다. 의식은 이 순간에 존재하도록 가르치려 합니다. 프리드리히 실러는 “단순함은 성숙함의 결과다”라고 말합니다. 의식이 우리를 단순한 존재로 인도할 때 우리 안에서 무언가가 성숙해집니다. 우리 삶은 열매를 맺습니다. 우리는 단순한 것에 만족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필요한 모든 것은 가지고 있습니다. 의식은 우리를 우리의 호흡, 만발한 꽃, 떨어지는 낙엽, 숲의 정적에 민감하게 만듭니다. 의식은 사르트르가 표현했던 지혜를 알려 줍니다. “인간은 푸르른 하늘과 초록의 봄의 대지만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다. 다른 것은 필요 없다.” 사르트르에게 단순한 삶은 더 없는 기쁨과 행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단순하게 사는 사람은 자기 자신과 조화를 이루고 삶의 기술, 즉 행복하게 사는 기술을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29-30쪽).
들어가며
I 자연과의 조화
II 오롯이 이 순간에
III 나 자신과 만나기
VI 변화를 일으키는 침묵
나가며
글쓴이 : 안셀름 그륀
1945년 독일에서 태어났으며, 1964년 성 베네딕도회 뮌스터슈바르차흐 대수도원에 들어갔다. 철학과 신학, 경영학을 공부하고, 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7년부터 소속 수도원의 재정 관리를 맡았으며, 현재는 피정과 영성 지도, 강연과 저술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적인 영성 작가로 손꼽힌다. 지은 책으로 「내면의 샘」, 「성탄의 빛」, 「내 삶을 가꾸는 50가지 방법」, 「위기는 선물이다」, 「탐욕」 등이 있다.
옮긴이: 김혜진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하느님과 별』, 『베네딕도 16세와 함께하는 성주간 묵상』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