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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경이로운 순간들』은 영미 시를 우리말로 옮기고 우리 시를 영어로 번역해 온 정은귀 교수가 읽고 쓰는 ‘삶에 대하여’ 들려주는 이야기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좌절 앞에서도 유유히 나아가는” 것이며, 내 안에 있는 두려움과 아직도 싸우는 여정이지만 “절망이 오히려 아름다워지는 순간”을 경험하는 일이며, 비로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된다!


그러고 보니 시는 매일 넘어지는 제게 툭툭 털고 일어나라고 새로 시작하는 어떤 힘을 주었네요. 어떤 당혹, 어떤 슬픔, 어떤 위태와 어떤 불안을 시를 읽으며 건넜네요. 제가 시를 오롯이 짝사랑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순간순간 시가 저를 사랑했네요. 시가 제게 걸음마를 가르쳤네요. 시가 제게 다시 시작하는 경이로운 순간을 선물했네요.

―정은귀, 『다시 시작하는 경이로운 순간들』에서


시인이 겪은 역경들이 글이라는 창작 활동으로 승화될 때 그들의 아픔은 오히려 독자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경이로운 순간을 만들어 낸다. 마찬가지로 그런 시를 읽는 우리 또한 상처에 매몰되지 않고 아픈 경험을 지혜로 승화시켜 소중한 삶의 재료로 만들어 내는 경이로운 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부제 “글이 태어나는 시간”은 단지 작가들이 시를 쓰는 시간만이 아니라 독자가 자기 삶을 새롭게 해석하고 정의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시를 쓰는 일도, 글을 읽는 일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 삶도 기다림과 인내의 연속입니다. (…) 꽃이 피는 시간은 긴 인내 후에 갑작스럽게 도달하는 어떤 깨달음입니다. 눈에 잘 띄지 않다가 문득 환하게 피어 우리 눈을 놀라게 하는 붉은 한 송이 꽃. 글 또한 밤을 새고 말을 고르는 인내의 시간을 지나 어느 순간 자기 자리를 찾아 드러납니다.

―정은귀, 『다시 시작하는 경이로운 순간들』에서

목차


매일 시를 기다립니다


1부 그래도

‘그래도’라는 신비로운 접속사

유유히 앞으로 나아가는 구름

생의 규칙적인 좌절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이 가릴 수 없는 진실

‘주어진 것’의 의미를 헤아리는 일


2부 아직도

근본적인 생명의 방식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스스로의 두려움과 싸우는 일

살아남은 자의 슬픔

손들은 흘릴 눈물이 없다

보이지 않는 나라를 찾아서

예쁜 이름에 가려진 무관심


3부 오히려

‘부끄러움’이 아름다워질 때

침묵 속에서 더 충만해지는 계절

유명인이 되는 건 얼마나 따분할까

죽음 너머를 보는 믿음에서

한결 의미 있는 절망

새로움은 끝에서 시작한다


4부 비로소

누추함이 새것으로 바뀌는 시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드러나는 강인함

다시 시작할 수 있을 때

내려놓을 때 비로소 얻는 것

더 작은 것과 소통하기

시는 희망입니다


에필로그

저자소개



글쓴이  : 정은귀
영문학자. 시를 통과한 느낌과 사유를 나누기 위해 매일 쓰고 매일 번역한다. 때로 말이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는 것과 시가 그 말의 뿌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믿으며 공부 길을 걷는다. 산문집으로 『딸기 따러 가자』 『바람이 부는 시간』이 있고 많은 번역시집들을 출간했다. 앤 섹스턴의 『밤엔 더 용감하지』,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패터슨』 『꽃의 연약함이 공간을 관통한다』,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고블린 도깨비 시장』, 루이즈 글릭의 『야생 붓꽃』 『신실하고 고결한 밤』 『아베르노』 『맏이』 외 많은 시집들, 어맨다 고먼의 『불러줘 우리를, 우리 지닌 것으로』, 나타샤 트레스웨이의 『네이티브 가드』 등을 번역했으며, 심보선의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이성복의 『아, 입이 없는 것들』, 강은교의 『바리연가집』 등을 영역해서 출간했다. 힘들고 고적한 삶의 길에서 시가 나침반이 되고 벗이 된다는 걸 믿기에 한영, 영한 시 번역 작업을 계속하며 시를 읽고 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대학 안팎에서 인문학의 가치를 알리는 일을 계속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