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된다는 것은 언제나, 늘 다르게 될 수 있다는 것”
말씀 안에서 얻는 하느님과 교회, 세상과 인간을 향한 희망의 이야기
그리스도인들은 흔히 세 가지 방식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전달받는다고 한다. 하느님께서는 자연이라는 당신 창조의 말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말씀, 영의 내적인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드러나신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방법 중 가장 명확하고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말씀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조차도 알아듣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매주 예수님의 삶과 복음을 접하면서도 하느님과의 만남에 어려움을 느끼기 십상인 셈이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말씀 안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이 많을 이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을 예수님의 말씀으로 초대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독일의 라이너 마리아 쉬슬러 신부가 선보이는 《말씀에 초대합니다》는 교회력이 시작하는 대림 제1주일을 시작으로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 1년 전례력에 따라 주일 복음 말씀을 중심으로 풀어낸 저자의 묵상 글이 담겨 있다. 교회 전례에서 가장 중요한 복음의 핵심들을 뽑았고, 그날그날의 성경 말씀을 짧게 수록하여 교회력의 흐름에 따라 말씀을 묵상하고 세상 속에서, 각자의 삶 안에 이를 가까이 옮길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라이너 마리아 쉬슬러 신부가 복음 말씀에 접근하는 놀라운 발상과 예리한 통찰, 날카롭지만 따뜻한 촌철살인의 문장들을 통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말씀, 그 의미를 새롭게 살펴볼 수 있다.
그리스도인이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의 뜻을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성경을 가까이 해야 한다. 말씀을 삶에서 체험해야 그분께서 우리 삶을 이끌어 주신다는 것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 함께 말씀의 초대를 받아들이며, 말씀 안에 깃든 사랑과 희망의 빛을 찾아 나아가 보자.
모든 독자가 이 책 안에서 정말로 사색할 만한 것, 힘을 주는 것, 새로운 것, 가치 있는 옛것, 숙고할 만한 것, 또 경우에 따라서는 긴장 속에 자극을 주는 것을 발견하리라는 희망을 가지며, 모든 분이 말씀에 초대를 받아 유익함과 뜨거운 마음을 얻기를 기원합니다.
_ ‘들어가는 말’ 중에서
대림 제1주일부터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
쉬슬러 신부와 함께하는 새로운 성경 읽기
《말씀에 초대합니다》를 출간한 라이너 마리아 쉬슬러 신부는 사제로 서품된 지 벌써 4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도 더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교회를 꿈꾸며 독일 뮌헨 교구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중이다. 특별히 이 책의 번역은 현재 저자와 함께 독일의 상트 막시밀리안 성당에서 사목 중인 서울대교구 신정훈 신부가 맡았다. 역자는 라이너 마리아 쉬슬러 신부가 교회가 외면받는 현실에서 교회의 본모습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며 이 책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적극 소개했다.
라이너 마리아 쉬슬러 신부의 저서가 한국에서는 처음 소개되지만, 저자는 독일에서 이미 신앙과 사목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독특한 행보와 세상과 교회를 향한 거침없는 발언으로 유명 인사이기도 하다. 저자는 매 주일 복음을 소재로 팟캐스트를 제작하고 SNS에 글을 올리며, 다양한 강연과 신문 칼럼 등에 글을 기고한다. 《말씀에 초대합니다》는 그렇게 쌓인 많은 글 중에서 성경과 관련된 여러 글을 따로 엮어, 이를 전례주년의 흐름에 따라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시간’에서는 교회력의 시작인 대림과 성탄 시기를, ‘2장 주님의 행적을 따라 걷는 길’에서는 연중 시기, ‘3장 십자가를 묵상하는 계절’은 사순 시기, ‘4장 다시 태어나는 기쁨’은 부활 시기, ‘5장 예수님의 가르침에 귀 기울일 때’와 ‘6장 평범한 삶 속에 깃드는 사랑의 초대’에서는 부활 시기 이후부터 한 해의 마지막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 1년 동안 이어지는 매 주일 복음을 촘촘히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장마다 전례 시기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고 사색을 돕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곁들여 복음 묵상에 큰 도움이 된다.
《말씀에 초대합니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가 하느님의 현존을 깨닫고 그분의 사랑을 체험하여 살아가도록 성경 말씀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이 말씀의 초대를 기쁘게 받아들일 때,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야 할 삶의 방향을 다시 정립할 수 있다. 또한 삶에서 마주하는 어려움과 시련을 인내와 희망으로 이겨 낼 힘 역시 얻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길을 따른다면, 우리는 사랑과 우정이 가능하고 각자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다는 계시를 확인합니다. 사랑이라는 말이 너무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오만가지 뜻을 담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사랑은 사랑입니다. 바로 하느님의 선물이지요.
_본문 중에서
책 속으로
바오로 사도에게 거룩한 사람은 신앙의 노력, 신앙으로 가져온 성과 혹은 신앙에 따른 희생의 결과를 열거할 수 있는 이가 아닙니다. 거룩함은 모든 인간이 하느님 앞에서 얻은 품위입니다. 거룩함은 진정 사랑으로 가득한 주의 깊은 관계를 우리에게 줍니다.
이 사랑을 다른 이에게 선사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일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가장 가난한 이들이 하느님 앞에서 지니는 거룩함을 중요하게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품위가 훼손되거나 종교의 규율이나 계명이 그 사람들 위에 놓이면 언제든 잠자코 계시지 않았습니다. 견딜 수 없고 시대에 뒤떨어진 어떤 짐을 인간에게 지우는 교회가 아니라, 그저 살아가는 것을 돕는 교회를 위해 우리가 진력하도록 우리에게 도전하는 것이 바로 이 거룩함입니다.
_54p.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거룩함’ 중에서
우리 기도를 조금은 더 비판적으로 다룹시다. 조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솔직하고, 조금 더 신뢰를 가지고 기도하고 청원합시다. 그러면 언젠가 정말로 기뻐할 수 있고, 겁먹을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을 청합시다. 어려움에 처한 모든 사람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 즉 그를 사랑하는 이들을 가까이에서 발견하도록 기도합시다.
때때로 우리의 기도는 사람들이 믿는 것보다 더 빨리,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자주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_67p. ‘두려워하지 마라’ 중에서
소금, 빛, 누룩과 같아지는 것은 특별한 일입니다. 이는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살고, 다르게 행동하라는 도전입니다. 그것은 큰 소리로 떠드는 가운데가 아니라, 약간의 소금처럼 끼어들거나 한 옴큼의 누룩처럼 모든 것을 가득 채울 때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국에 들어가지 않은 소금, 밀가루 반죽 밖의 누룩, 꽉 막힌 상자 속의 빛은 효과가 없습니다. 그래서 쉽게 잊혀지지요.
_72p. ‘세상의 소금’ 중에서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을 엄격함과 벌로 훈육하지 않으시고, 당신의 선한 모습으로 끌어당기시고자 합니다. 선을 행하는 이는 스스로 선해집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모토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팔을 벌려 인간에게 다가가십니다. 사람이 선을 행하고, 용서하고, 용서를 빌고, 일으켜 세우고, 동행하면 할수록 이러한 행위는 쉬워집니다. 선행과 자비로움이 사람을 아름답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_105p. ‘되찾은 아들’ 중에서
인간의 특별한 역할은 부활을 통해 확인됩니다. 무덤을 막았던 돌은 이미 굴려졌고, 딱딱한 벽은 뚫렸습니다. 이 근본적이며 새로운 체험은 제자들이 사소한 편협함과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부활은 우리에게 과거에 얽매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선포합니다. 우리가 사는 오늘이 변화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예수님과 함께 자신을 보이면, 그분은 우리가 하느님과 누리는 생명에 ‘성숙’해질 때까지 해마다 우리를 한 단계 더 나아가게 하실 것입니다.
_130p. ‘부활 체험, 절망에서 생명으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