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스콧 한,
예수님과 파스카에 얽힌 비밀을 밝히다
목회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한 개신교 신자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부활절을 일주일 앞두고 열린 주일 예배에서 목사에게 뜻밖의 설교를 들었다. 목사는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하신 마지막 말씀 “다 이루어졌다.”에서 ‘무엇이’ 다 이루어졌는지 물었다. 그는 답이 궁금했지만, 목사는 끝끝내 답해 주지 않았다. 이에 그는 의문을 품고 ‘무엇이 다 이루어졌는지’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이 인물이 바로 미국의 저명한 신학자이자 성서학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 난 스콧 한이다. 그가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에 담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 바로 《네 번째 잔의 비밀》이다. 이 책에서 스콧 한은 예수님께서 파스카 축제를 기념하여 제자들과 가지신 최후의 만찬, 십자가 죽음 등 예수님 지상 생애의 마지막 순간을 둘러싼 사건을 하나씩 탐구해 나가며, 가톨릭 미사가 지닌 보화를 깨닫는다.
추리 소설을 보듯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이야기
저자 스콧 한은 목사가 던진 질문의 답을 풀기 위해 예수님과 제자들이 예루살렘에서 그 운명적인 밤에 가졌을 유다교 파스카 예식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파스카 만찬의 순서와 누룩 없는 빵, 포도주 잔 등 파스카의 상징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저자는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 때, 파스카 만찬에서 전통적으로 마시는 마지막 포도주 잔인 ‘네 번째 잔’을 의도적으로 드시지 않았음을 알아낸다. 왜 드시지 않았을까? 이 네 번째 잔의 비밀을 찾아 저자는 성경을 중심으로 교부들의 문헌, 현대 학자들의 연구 자료를 확인한다. 그리고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결국 예수님께서 진정한 파스카 어린양으로서 어떻게 구약의 예언을 성취하고 인류와 새로운 언약을 맺으셨는지 밝힌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과 그분이 남기신 마지막 말씀을 연구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려 낸다. 마치 추리 소설에서 탐정이 자기에게 주어진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듯이, 저자는 다양한 자료를 이용하여 비밀을 하나씩 풀어 나간다. 특히 성경 전체에 걸친 신학적 실타래를 꼼꼼하게 추적해 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가톨릭의 ‘미사’라는 정점이 이른다.
파스카 신비와 미사의 의미를
깨우쳐 주는 책
우리는 가톨릭 신자로서 미사에 참례한다. 그러나 의무적 또는 습관적으로 참례할 때가 많다. 하지만 미사 때 하는 행위, 특히 성찬 전례는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과 십자가 죽음으로 당신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시면서 이루신 구원의 신비를 드러낸다. 저자는 자신이 알고 깨달은 모든 것이 미사에 담겨 있음을 이 책에서 증명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미사에서 사제가 바치는 기도문과 사제가 행하는 예식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그리고 미사에 새로운 마음으로 참례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예수님과 파스카에 대한 역사적, 신학적 분석을 넘어 교회의 성사 안에서 살아 계신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을 만나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그리하여 독자들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구약의 파스카에서 새 언약의 성찬례에 이르기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에 담긴 의미와 인류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위대한 계획을 깨달을 것이다. 또한 예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당신 자신을 파스카 희생 제물로 바치신 신비를 미사 때마다 마음에 새기며 한층 더 깊은 신앙생활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왜 가톨릭 신자들은 성찬례를 ‘희생 제사’로 여길까? 예수님께서는 골고타에서 ‘단 한 번 완전하게’ 당신 자신을 바치지 않았던가?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이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신 것과 십자가 위에서 죽음을 맞이하실 때 당신의 몸과 피를 바치신 것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만약 여러분도 이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면, 파스카와 성찬례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또한 책의 내용을 음미하며 기도하고 묵상하길 바란다.
_브랜트 피트리(미국의 저명한 성서학자이자 교수)
책 속으로
목사는 자신이 답을 찾지 못했음을 인정하면서 넘어갔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 순간부터 설교에 귀를 기울이지 못했다. 그저 앉아서 성경을 넘기면서 궁금증을 풀고자 했다. 좋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루어졌을까? 이 ‘무엇’은 무엇일까?
마침 찬송가를 불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와 아내인 킴벌리는 교회에서 나왔다. 목사는 교회 건물 밖에서 신도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목사의 손을 덥석 잡고 “그러시면 안 됩니다!” 하고 말했다. 그는 당황한 듯했다. 그래서 나는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설명했다.
그러자 목사는 그런 수사적인 질문을 할 준비도 안했을 뿐더러 그럴 생각도 없었다고 밝혔다. 목사는 대답할 수 없었다고 거듭 말하면서도 나라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찾아봐요, 스콧. 그리고 답을 알려 줘요!”
_ 22p 제1부 1장 무엇이 이루어졌는가? 중에서
잔 속에 담긴 것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며 예수님께서는 시나이 산에서 모세가 말한 그 말, “이는 주님께서 이 모든 말씀대로 너희와 맺으신 계약의 피다.”(탈출 24,8)를 분명히 상기시켰을 것이다.
루카 복음서에서는 예수님께서 감사를 드리는 장면에서 하신 말씀을 더 자세히 기록한다. 예수님께서는 포도주가 담긴 잔을 가리키며 “내 피로 맺는 새 계약”(루카 22,20)이라고 선언하신 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1코린 11,25)라고 덧붙이신다. 이는 파스카와 관련하여 탈출기에서 밝힌 “이날이야말로 너희의 기념일”(탈출 12,14)이라는 말씀을 상기시킨다. 예수님께서는 ‘계약’과 ‘갱신’이라는 새로운 예식을 세우셨으며, 이를 이스라엘의 고대 예식의 맥락에서 행하셨다. 이 장면이 바로 파스카 만찬이었다.
_59p ‘제1부 4장 뒤바뀐 예식 중에서
팔레스타인 지방 출신의 순교자 유스티노의 2세기경 작품에서, 그가 살았던 시대에 사마리아인들이 그리짐 산에서 행한 희생 제사의 준비 과정을 기술한다. 유스티노는 짐승을 나무 꼬챙이 두 개에 꽂혀 매단다고 표현했다. 한 꼬챙이는 어린양의 척추를 따라 꽂고, 다른 하나는 등을 가로지르게 꽂았다.
“어린양은 십자가 형태로 쇠꼬챙이를 꽂아 구워진다. 한 꼬챙이는 아래로부터 머리를 향해 꽂고, 다른 꼬챙이는 양 다리를 뒤로 하여 꿰매면서 등을 가로질러 꽂는다.”
요한 세례자의 외침을 들으러 온 사제와 레위인, 그리고 모든 신실한 유다인에게 친숙한 어린양의 모습은 바로 이러했다. 요한 세례자가 이러한 호칭을 불렀을 때, 그들은 다가올 미래를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후에 유스티노는 분명히 깨달았다. “어린양을 완전히 구우라는 명은 그리스도가 겪을 십자가의 고통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는 상징이나 그림자를 넘어서서, 다가올 희생 제사에 대한 생생한 모습이었다.
_86-87p 제1부 6장 보라, 어린양이시다 중에서
파스카를 연구한 학자들은 최후의 만찬을 다루는 복음서에 이 양식이 담겨 있다고 여긴다. 20세기의 저명한 고대 유다교 법학자이자 랍비 데이비드 다우브David Daube는 복음서에서 언급한 파스카 만찬 순서를 다루면서 <네 번째 잔의 누락>이라는 연구를 발표했다. 다우브는 예수님께서 ‘계약의 피’(마르 14,24 참조)로 선포하신 잔은 분명히 《하가다》에서 언급한 세 번째 잔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왜냐하면 이 잔을 메인 요리를 먹을 때 감사 기도를 바치면서 마셨기 때문이었다. 바오로 사도도 주님의 만찬에 대한 토론에서 이 잔이 세 번째 잔임을 확신하는 듯하다. “우리가 축복하는 그 축복의 잔은 그리스도의 피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가 떼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1코린 10,16)
예수님께서는 잔을 들어 올리시며 기도를 바치신 후 제자들에게 “내가 하느님 나라에서 새 포도주를 마실 그날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 하셨다. 다우브는 이렇게 말한다. “이 말씀은 보통의 경우처럼 다음 과정에서 네 번째 잔을 마시지 않을 것이며, 하느님 나라가 완전히 도래할 때까지 (잔을 마시는 행위가) 미뤄질 것임을 가리킨다.”
_125-126p 제2부 2장 포도주 잔 중에서
유스티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주님께서는 당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우리를 비롯한 이방인들에게 말씀하신다. 곧, 성찬례의 빵과 성찬례의 잔이라고 말이다.”
희생 제사인 성찬례, 주님께서 실제로 현존해 계시는 성찬례…….나는 이러한 가르침이 교부들 사이에서 일치한다는 점을 알았고, 교부들이 주장한 대로 성경 내용과도 이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초기 교부들(테르툴리아노, 이레네오, 오리게네스, 히폴리토)의 가르침에서 이 사실을 찾았다. 후대의 교부들(치릴로, 암브로시오, 아우구스티노, 요한 크리소스토모)은 이 사실을 더 명확하게 표현했다. 성경 지식이 풍부했던 교부들은 성찬례를 끊임없이 현실적으로 해석했다. 그들은 ‘권능으로 가득 찬 진노의 잔’을 밝힐 준비를 갖추고 있었고, 성경을 근거로 제시하고자 했다.
_157p 제2부 4장 성작과 교회‘ 중에서
최후의 만찬으로 인해 성금요일에 일어난 십자가 처형이 희생 제사로 변화했으며, 부활로 말미암아 희생 제사는 성사로 변모했다. 영광을 입으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육신은 이제 모든 믿는 이와 통교하게 되었다. 사실 성찬례는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시고 목숨을 내어놓으면서 갈바리아 산에서 바치신 희생 제사와 똑같은 희생 제사다. 바로 이 희생 제사를 통해 예수님의 거룩한 인성을 받들고 흠숭한다. 성찬례는 천국과 지상에서 드리는 대사제의 희생 제사다.
성찬례가 바로 미사의 거룩한 희생 제사다. 만약 성찬례가 단순히 만찬이라면, 갈바리아 산에서 일어난 사건은 그저 사형 집행에 불과하다.
_187p 제2부 6장 그리스도교의 파스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