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몸과 삶을 마주한
솔직하고도 원숙한 시의 숨결
신달자 시인의 시집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스물에 등단한 이후 쉼 없이 시를 써 온 시인 신달자가 팔순에 펴내는 시집이다. ‘손에 닿는 모든 것이 시가 된다’는 평을 받아 온 신달자는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에서 섬세하면서도 통렬한 어조로 나이 든 몸의 고통을 그려 낸다. 늙어 가는 몸에서 비롯되는 찌르는 통증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시인의 하루는 몸을 어르고 달래는 일로 채워진다. 얼음과 숯불 사이를 오가며 먹을 것을 만들어 내는 ‘전쟁과 평화가 있는 부엌’은 원숙하고도 고통스러운 노년의 삶에 대한 비유다. “육신이 정신을 앞지르는 나이에 이른” 시인은 젊은 날처럼 “내 것인데 내 말을 잘 안 듣는 육신”을 미워하기보다 앓는 몸을 보듬는다.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은 노년의 시인이 생을 반추하며 써낸 회상록이자 자기 몸을 마주하고 받아 쓴 솔직하고도 깊은 고백이다.
한국과 미국, 프랑스에서 오르간, 하프시코드, 음악학, 피아노, 반주를 공부했고 지금은 프랑스 렌느 음악대학과 렌느 시립음악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트위터에서 동네 음악선생(@enie_latente)으로 활동하며 음악과 이방인의 삶에 관해 사람들과 소통한다. 지은 책으로 『음악의 언어』가 있다. 풍월당에서 만드는 비정기 간행물 [풍월한담]에서 '음악의 마들렌'을 연재 중이다.
목차
1부
책을 듣다 13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 15
뻘 1 18
뻘 2 20
풀의 목소리 22
나의 양 떼들 24
흰빛 26
핏줄 28
피딱지처럼 붙어 있는 것들이 30
미치고 흐느끼고 견디며 32
쌀 한 톨을 그리다 34
종이의 울림 36
촛불의 통곡 38
관계 없음 40
죽음 연습 42
브래지어를 푸는 밤 44
신비는 언제나 등 뒤에서 46
트롯의 밤 48
백담사 50
어이! 달 51
2부
공연 55
오늘의 공연 1 57
오늘의 공연 2 59
오늘의 공연 3 61
오늘의 공연 4 63
오늘의 공연 5 65
바람아 너도 그 세월에 절하라 67
늙은 손 68
등짐 70
정사(情死) 72
내가 혼자 걷는다구요? 73
‘저물다’라는 말이 저물다 76
너무너무 77
허공 한 줌에 파닥거리는 생 78
광야 80
오늘 나의 고요가 숨 쉬었다 82
자장가 그 바람 교향곡 84
연둣빛 86
푸른 잎 하나 88
손을 잡는다 90
마음을 채우는 이 있어 92
3부
금이 가네 95
육손을 사랑한다 97
오늘을 삭이다 98
눈비 뒤섞이는 말 100
청파동의 11월 102
원추리와 능소화의 힘으로 103
마음에게 104
사라지는 몸 106
생애 단 한 번의 초대 108
느리게 빠르게 110
낮은 물소리 112
그대 목소리가 멀어졌다 113
낙상(落傷) 푸념 116
늦은 밤 혼자 118
저 타오르는 노을 속으로 스며 재가 되리 120
지금도 무서운 저 산 122
그리운 목월 아부지 124
4부
붉은 그림자 129
가을 직지사 132
힘 133
생명 피어나다 134
파도 그 질긴 136
틈 138
3월 139
신달자 140
혹시 모르잖아요? 142
제주의 발가락을 보다 144
‘홀로’라는 이름으로 하루를 꽉 채웠다 145
어디까지 밤인가? 146
저 마른 깃발 나무의 숲 148
대리 폭행 150
추격자 151
육신이라는 집 153
영랑호 저녁 7시 1 54
한복이여! 드높은 하늘의 축복이여! 155
기억이 날 못 본 체하면 158
늙은 여자의 바느질 160
딩 동 댕 살점이 운다 162
민주주의 164
산문-살을 덮는 방법으로 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