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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한복음은 다른 복음에 없는 고유한 전승인 예수님의 고별 담화를 전한다. 이 책의 번역을 맡은 김형수 신부는 이 책의 독특한 관점으로 고별 담화의 전개 방식을 제시하는데, 소크라테스와 석가와 같은 위대한 성인의 모습을 서로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곧 과르디니는 성서의 진리와 철학의 진리 그리고 세상의 진리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세 영역의 진리가 완전히 같은 것인가? 우리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그는 하느님의 진리는 사랑이라고 답한다. 그리스도교에서 하느님의 진리는 사랑이며, 이 점을 가장 잘 꿰뚫고 있는 요한의 복음서와 첫째 서간을 과르디니는 그만의 깊은 사색과 묵상을 통해 바로 이 책 『하느님의 진리와 사랑』 안에 잘 녹여내고 있다.


많은 이가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신 사건을 이웃 사랑의 본보기를 보여주신 대표적인 사례라고 여긴다. 하지만 저자는 더 나아가 이 사건이 ‘겸손’, 곧 ‘하느님 안에서의 겸손’을 보여준다고 한다. 무한한 존재가 유한한 인간의 몸을 취하시고,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예수님께서, 마지막까지 자리 다툼하며 반목하는 제자들에게 다시 한번 당신 육화의 의미를 가르쳐주신 것이다. 강요받지 않고 자유롭게 섬기며 자기보다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이 앞에서 고개를 숙임으로써 자유로워지는 이 겸손은,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신 때 처음 드러난다. 하느님은 세상을 필연적으로 창조하실 필요가 없었다. 그분은 필연이 아닌 자유로운 사랑으로 세계와 인간을 창조하시고, 세상에 있기를 원하셨다.


『하느님의 진리와 사랑』은 또한 고별 담화와 요한의 첫째 서간에 나오는 중요한 구절들을 면밀히 살펴본다. 특히 이 책은 이성적 사유를 통해 성경을 들여다보고 묵상한다. 철학자의 관점에서 ‘요한복음의 고별 담화’와 ‘요한1서’를 묵상한 내용이 낯설고 어색해서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천천히, 또 반복해서 이 책을 읽으며 묵상하다 보면, 특별하면서도 더 풍요롭게 말씀과 마주할 수 있다. 그리하여 성경의 진리와 철학, 세상의 진리가 다르지 않고, 일상 속에서의 그리스도인의 실존이 하느님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독일의 한 헌책방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보물을 찾은 듯 기뻐했다는 역자의 말처럼,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진리와 사랑』은 수난의 길을 가신 예수님의 사랑을 만나는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제1부 요한이 전하는 고별 담화의 말씀 묵상


저자와 이 책에 대하여 

들어가는 말 

마지막 저녁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다

포도나무의 비유

그리스도의 평화

유다의 배반

하느님을 증오하다

그리스도 안에서 성부의 현현

제2부 요한이 전하는 첫째 서간의 말씀 묵상

들어가는 말 

하느님의 현현

세상

진리의 빛 

하느님은 모든 것을 아신다

하느님의 사랑

사랑의 빛


하느님의 사랑과 세상의 혼란


사랑의 완성

옮긴이의 말 


글쓴이 : 로마노 과르디니

이탈리아 태생의 독일 가톨릭 신학자, 철학자이자 가톨릭 전례 개혁자.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과 튀빙엔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1910년 마인츠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다. 1915년에는 성 보나벤투라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23년 베를린 대학 종교철학 교수로 임용되었으나, 나치를 비판한 논문 「구세주Der Heiland」(1935)가 문제가 되어 퇴직당했다. 전후에 튀빙엔 대학 철학과 교수가 되었고, 1948년에서 1962년까지 뮌헨 대학에서 기독교 세계관 및 종교철학 교수로 재직하였다. 1968년 뮌헨에서 사망했다.

과르디니는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가톨릭 지성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가톨릭 청년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문학, 철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올바른 삶에 대해 고찰하는 그의 강의와 저작들은 종교계 안팎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사상가 한나 아렌트, 소설가 플래너리 오코너 등도 과르디니의 저작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1952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평화와 인권에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는 독일 출판인협회 평화상을 수상했다. 1970년에는 바이에른 가톨릭 아카데미가 로마노 과르디니 상을 제정했고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등이 수상했다.

과르디니의 저서들은 오늘날에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고 있다. 특히 세계대전과 나치즘을 경험한 후 맹렬한 자본주의화 속에서 뒤틀린 생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본질을 일깨우기 위해 펼친 강연을 묶은 『삶과 나이』는 1953년 처음 출간된 이래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쇄를 거듭하며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요 저작으로 『전례의 정신Vom Geist der Liturgie』 『거룩한 표징Von heiligen Zeichen』『소크라테스의 죽음Der Tod des Sokrates』 『근대의 종말Das Ende der Neuzeit』 등이 있다.


옮긴이: 김형수 신부

부산교구 신부로서 독일 뮌헨 예수회 철학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부산 가톨릭대학교에서 철학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니콜라우스 쿠사누스의 신 인식과 자기 인식』, 『처음 읽는 중세 철학』(공저)이 있고, 역서로는 『신앙과 이성적 통찰』(로베르트 슈패만, 롤프 쉔베르거 지음), 『신비주의의 근본 문제』(바이어발테스, 발타사르, 하스 지음), 『신의 바라봄』(니콜라우스 쿠자누스 지음), 『예수의 유산』(마인라트 림베크 지음), 『그리스도교의 인간상』(요셉 피퍼 지음), 『왜 인격들에 대해 말하는가』(로베르트 슈패만 지음, 공역), 『그리스도교 철학: 주체성의 발견』(테오 코부쉬 지음) 등이 있으며, 그 외 다수의 철학 관련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