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신앙살이’ 하는
우리에게 힘과 위로가 되는 책
가톨릭신문에 13년간 연재한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를 총정리한 두 권의 책 중 첫 번째 책. 만나는 이들과 함께 웃고 울며 다독이는 사제의 진솔한 체험이 ‘세상살이 신앙살이’를 하는 우리에게 힘과 위로를 준다. 수도자이자 사제로서 25년간 생활해 온 저자는 사목을 하면서 깨닫고 듣고 알게 된 사연들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하느님의 사랑을 일깨워 준다. 상담 심리와 역사 신학의 전문가인 저자는 여러 가족의 희로애락이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가족을 통해 느꼈던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따스하게 전한다.
함께 웃고 울며 다독이는
사제의 진솔한 체험 이야기
생활성서사(대표 윤혜원 수녀)는 가톨릭신문에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13년 동안 연재된 인기 칼럼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를 총정리해 『강석진 신부의 인생 수업 가족 편』과 『강석진 신부의 인생 수업 관계 편』(근간) 2권의 책으로 펴낸다. 이 책들에는 수도 사제이자 상담 전문가인 강석진 신부가 25년 동안 여러 곳에서 소임을 하면서 ‘세상살이 신앙살이’를 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동반한 경험이 잘 녹아 있다.
특히 『강석진 신부의 인생 수업 가족 편』에서 저자는 세상 한가운데에서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이 ‘가족’의 일원으로 겪는 다양한 사연을 들려준다. 일상이 안 될 정도로 한 연예인에게 빠진 학생의 성장 과정, 다른 이들에게는 인기가 많지만 정작 자기 가족들로부터는 외면당하는 언변 좋은 남편과 활달한 아내, 자녀와의 갈등을 인내와 지혜로 풀어 낸 어느 부자父子, ‘배우자 아흔 명’과 함께 산다는 성직 수도회의 좌충우돌 수도생활, 죽음을 앞둔 이 혹은 그 가족의 간절하고 아름다운 기도 등 다채로운 ‘가족’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랑하고 성장하며, 싸우고 아파하며, 고민하고 용서하며, 결혼해 서툰 엄마 아빠로 살며, 나이 들고 죽음이 늘 아른거리며,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단지 살고 있으니 살아야 하는 세상’ 속 가족들의 이야기입니다. 그것을 글로 쓰면서 제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웃고, 함께 우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가족’이기에 서로가 주고받았던 삶의 이야기는 놀라움과 고통스러움이 교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가족이기에 그 자체로 소중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족’은 영원히 매력적인 주제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머리말, 6-7쪽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는 현실 가족에게
힘과 위로가 돠는 사례들
가족은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공동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며 성장하고 발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 각 구성원은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고 지원하여 안정감을 느끼는 가운데 성장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기대가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다.
가족 사이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갈등이 발생한다. 경제, 구성원 간의 성격 및 가치관의 차이, 역할 분담, 소통의 부재 등 다양한 이유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강석진 신부의 인생 수업 가족 편』에서는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갈등으로 ‘칼로 물 베기’라는 부부 싸움의 경우, 나이와 역할을 불문하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 등이 다양하게 소개된다. 특히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사춘기 자녀는 부모에게 때로는 모질게 굴기도 하고 가시 돋는 말을 하여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모는 상담 등 나름의 방법으로 노력해 보지만, 때로 응답은 전혀 기대하지 않은 방법으로 돌아오기도 하는 사례를 소개하기도 한다.
은총은 마지막에 터지더군요.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복잡한 마음 때문에 그냥 잠이 들고 말았어요. 그러다 얼마쯤 잤을까! 화들짝 깨어 눈을 떴더니, 아벨이 차창 밖을 보면서 울고 있는 거예요.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미안하다며 천천히, 지난 이야기를 해 주더군요.
사실 ‘학교에 왕따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몇 번 도와준 적이 있고, 그러다 보니 알게 모르게 자신도 왕따가 되더라.’라는 거예요. 이런 상황이 너무 힘들어 아빠에게 묻고 싶었지만 왠지 아빠는 왕따 친구를 친구로 삼은 것 자체를 야단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래요. 그 후로 학교도 싫고, 공부도 싫었던 거예요.
그 말을 듣고 ‘그런 마음도 모르고 공부 안 한다 야단만 친 내가 미안하다.’면서 눈물을 닦아 주고, 등을 두들겨 주었어요. 그랬더니 아들 녀석이 제 품에서 한참을 우는 거예요.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찢어지는 것 같아 그만 같이 울고 말았어요. 달리는 기차 안에서 부자가 서럽게 엉엉 울었어요.”
-인내 속에 싹튼 깊은 신뢰, 50-51쪽
친숙한 입말로
친구의 목소리처럼
『강석진 신부의 인생 수업 가족 편』에는 유난히 대화체 입말이 많다. 외래어나 전문 용어 같은 소위 ‘있어 보이는’ 단어를 마구잡이로 나열한 현학적인 문장은 끼어들 틈이 없다. 저자는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사연을 바로 옆에서 친구의 목소리처럼 가장 친숙한 입말로 전한다. 독자는 마치 오디오로 듣는 듯한 친숙한 입말을 통해 가족과의 관계를 통해 매우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인생 수업’을 듣게 된다.
차가운 사회, 힘겨운 현실 속
함께하는 따스함, 그 울림
『강석진 신부의 인생 수업 가족 편』에는 나름 성실히 살아가는 갑남을녀가 이유를 알지 못하고 겪게 되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대해서도 깊은 묵상을 함께 나눈다.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며 ‘착하게’ 산 사람이 겪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에 대해 독자와 함께 신에게 묻기도 한다. 저자는 그 고통에 대한 해법은 하느님만이 아시지만, 우리가 함께하며 서로 도울 때 고통 속에서도 희미하게나마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사실을 전한다.
기적 같은 장례 미사가 다 끝나고, 모든 신자분들은 그 부부에게 깊은 위로와 격려를 해 주었고, 아름다운 청년 시몬의 누나 안나도 눈물 어린 밝은 표정으로 조문객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모두가 다 떠나고, 조촐하게 식구들만 남아 있는 자리에서 그 과묵한 부부는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신부님, 지금 너무 슬픈데…, 너무 슬픈데…, 그런데 기뻐요. 비록 제 소중한 아들을 하느님께 보내 드린 이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제 아들이 하느님께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이 길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서 기도를 해 주시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아무도 아는 분이 없는 이곳에서, 외로운 장례를 치를 줄 알았는데… 사랑이 충만한 장례를 치를 수 있어서 너무 기뻤습니다.”
-너무 슬픈데 기뻐요, 25-26쪽
백여 명의 배우자와 함께하는
이색 가족, 수도 가족 속 깨달음
『강석진 신부의 인생 수업 가족 편』에서 저자는 새롭게 맺어진 가족인 수도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30년을 훨씬 넘게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의 일원으로 산 저자는 본문의 해당 부분 집필 당시 90여 명의 형제들과 함께 수도생활을 하고 있었다(2023년 현재는 약 130명). 수도생활은 세상에 대한 애착을 버리고, 가족을 떠나 그리스도교적 이상을 실현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지향하며 사는 삶이다. 하느님을 향해 가는 정결과 청빈과 순명의 삶이다. 하느님만을 생각하기에도 벅차지만, 인간이기에 때로는 회한의 마음이 들기도 하고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원장 수사님이 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 축복식 때 우리 어머니가 오셨어. 내가 말씀을 안 드렸기에 어머니가 오시는 줄도 몰랐지. 그러다가 오전에 행사가 시작되기 전, 어느 연세 많으신 분이 두리번두리번 어딘가를 찾으시는 거야. 그분의 뒷모습을 보고 찾는 곳을 안내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혹시 어디를 찾으십니까?’ 하고 물었지. 그런데 어르신이 고개를 돌리시는 순간, 그분이 우리 어머니였던 거야. 우리 어머니! 나는 어머니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분이 내 어머니라는 사실을 몰라봤던 거지. 내가!”
-멀리서 뒷모습만 보고 부모님을 알아볼 수 있을까?, 235쪽
그 성당을 나오자마자, 무의식중에 목에 있는 로만 칼라를 뺐습니다. 이 장면 또한 놓치지 않은 조카가 또 물었습니다.
“삼촌, 지금은 왜 칼라를 빼는데?”
“아, 자유롭게 식당을 찾아 밥 먹으려고.”
“삼촌. 근데 이렇게 칼라를 안 할 거면 성당 마당에 주차는 왜 했는데?”
“아, 그건 로만 칼라를 하고 성당 마당에 주차하면 신부님들에게 주차비를 안 받거든.”
“삼촌, 그러면 삼촌 흰색 칼라가 주차권이야?”
‘헐…!’ 양심이 순간 ‘훅’ 하고 가슴을 찔렀습니다. 조카의 말에 자존심도 꺾고 목에서 뺏던 로만 칼라를 다시 끼웠습니다. 그리고 로만 칼라를 한 채 식당을 찾았고, 그런 다음 우리는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하는 동안 주변 사람들 아무도 저와 조카에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저 혼자만 괜히 행동이 부자유스러웠습니다. 또한 밥 먹는 내내, ‘삼촌, 로만 칼라가 주차권이야!’ 하던 그 말이, 뭔가에 체한 듯 목구멍에 걸려 있었습니다.
-조카와 로만 칼라, 316-3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