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의 바이올린과 함께 써내려간
독창적인 바이올린 문화사
450년을 산 바이올린은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했고
누구의 손에서 무엇을 노래했을까.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이 가치가 한 푼도 없는 물건이라고?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에 무관심한 사람에게도 ‘스트라디바리’라는 이름은 익숙할지 모르겠다. 그가 제작한 악기를 일컫는 ‘스트라디바리우스’가 경매에 나올 때마다 한화 100억 원대를 가뿐히 호가하는 가격 덕분에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기 때문이다. 다른 악기에 비해 현악기, 그중에서도 바이올린은 아마티, 과르네리, 스트라디바리 같은 명장이 제작한 고(古)악기들을 최고로 치며 그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올라간다. 이런 명품 바이올린을 업계에서는 ‘올드 이탈리안’이라 부른다.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이탈리아를 너무나도 사랑한 작가 헬레나 애틀리는 16세기 중반에 탄생한 이 작고 완벽한 악기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 바이올린을 둘러싼 역사를 탐구하여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에 담았다. 그 시작은 어느 여름밤 우연히 찾은 웨일스의 작은 공연장에서였다.
그곳에서 저자는 난생처음으로 “바이올린이 말을 한다고 느꼈다.” 첫 번째 충격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바이올린 연주자를 만나 그의 연주를 칭찬하는 말을 건넸는데 바이올리니스트가 바이올린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8세기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이름은 ‘레프의 바이올린’이에요. 러시아 사람에게서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감정을 받아보니 가치가 한 푼도 없다고 하더군요.” 두 번째 충격이었다.
크레모나는 세계에서 가장 값진 악기 중 몇 자리를 차지하는 바이올린 제작 명인 스트라디바리우스의 고향이자 거점이 아닌가? 그런 최상의 혈통을 보장하는 크레모나산 바이올린이 무가치하다고? 그건 그렇고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바이올린이 대체 어떤 연유로 러시아까지 가서 ‘레프’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을까? 너무나 열심히 일한 나머지 윤곽선은 닳아 없어지고, 몇 세기 동안 거듭된 음악의 파도가 남긴 흔적이 온몸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낡디낡은 바이올린. 이 악기가 품고 있을 이야기에 강한 호기심이 든 저자는 레프의 바이올린이 걸어갔을 길을 상상하며 여행을 시작했다. 그 여정이 4년이나 이어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채 말이다.
목차
프렐류드 레프의 바이올린을 만나다
제1악장 바이올린의 탄생
크레모나와 안드레아 아마티
바이올린, 음악계의 스타로 떠오르다
아마티, 과르네리, 스트라디바리
독일가문비나무의 모험
제2악장 교회로, 궁정으로, 유럽 곳곳으로
제작자 서명 레이블은 붙이지 마세요
교회 바이올린의 삶, 교회 바이올린 음악가의 삶
피렌체 메디치 가문의 악기 컬렉션
코치오, 세계 최초의 바이올린 수집가 겸 감정가
타리시오, 크레모나 바이올린의 국제 거래가 시작되다
제3악장 바이올린 디아스포라
올드 이탈리안의 가치는 얼마인가
유럽의 오페라 열풍과 바이올린 대이동
옥시타니아 음악, 롬 음악
제4악장 현대의 바이올린
제2차 세계대전 중 바이올린의 운명
크레모나 국제 현악기 제작학교 견학기
명품 바이올린을 복제한 악기에 대하여
소련에서 레프의 바이올린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연륜연대학 테스트와 그 결과
코다 기묘한 여행을 끝내며
감사의 말
주
바이올린 구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