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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으로 쓰는 복음 이야기’ 첫 번째 책이 나왔다. 하느님께서 함께해 주시면 우리 이야기 역시 거룩한 역사, 성경이 된다. ‘삶으로 쓰는 복음 이야기’는 신앙인들이 자기 삶을 돌아보며 하느님께서 어떻게 내 삶의 갈피마다 함께해 주셨는지를 풀어내는 시리즈이다.

 

그 순간 폭포처럼 쏟아지는 눈물과 함께 제 마음속에 “너는 나의 것”이라는 천 개의 북소리가 둥둥둥 울려 퍼졌습니다. 그것은 돌아온 탕자가 아버지의 품 안에서 들은 북소리였습니다. 그렇게 제가 하느님을 처음 인격적으로 만난 순간은 청원기를 이틀 앞둔 1974년 2월 22일이었습니다. 자애로우신 하느님께서는 신부님을 통해 저의 죄를 말끔히 용서해주시고 수도생활을 할 수 있는 힘과 용기와 확신을 주셨습니다....

 

더할 수 없이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성당 2층으로 올라가 기도하였습니다. 기도하는 동안 열린 창문을 통해 하얀 작은 새가 날아가는 것을 선명하게 보았습니다. 그 새는 그동안 아집과 무지, 교만과 죄에 묶여 있던 제 자신을 하느님께서 자유롭게 창공에 날려 보내신 표상이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의 김레나 수녀가 스무 살 푸르른 청춘에 수도복을 입고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아온 오십여 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부자리와 트렁크 짐을 싸들고 엄마와 함께 수녀원을 찾은 막내둥이가 수녀가 되는 과정, 수도복을 입고 흰 수건을 쓰는 착복식과 새 이름을 받아 수도자로 태어나는 첫 서원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하느님의 부르심과 사람의 응답이 어떻게 삶으로 직조되어 가는가를 볼 수 있다.

수녀가 되어 받은 소임들, 병원과 본당수녀 그리고 로마와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겪은 다양한 체험 이야기들은 우리가 성당이나 병원, 거리를 지나치며 만나는 수도자들이 우리와 다를 바 없이 사람들과 사건들을 통해 하느님을 찾는 이들이구나, 생각하게 해 준다.

 

구약 2년 신약 2년, 총 4년 과정인 성서학교의 인사말은 ‘축복합니다!’입니다. 이는 세상의 복이 되라는 성조 아브라함의 소명이고, 축복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부 베네딕도 성인의 소명으로 베네딕도 성서학교 학생인 우리 모두의 소명이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하느님께서는 이 사도직을 맡기기 위해 저를 오래도록 준비시켜 오셨습니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던 저에게 ㄱㄴㄷ부터 가르치시어 당신의 복음을 전하는 선포자로 키우셨습니다. 13년 동안 전교 수녀를 하면서 신자들의 삶의 애환을 가까이서 보게 하시어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도록 준비시키셨습니다. 또한 제게 성경을 대하는 신앙의 감각과 말씀을 전하는 은사도 주셨습니다.

 

<본문 중에서>

 

베네딕도 성서학교를 맡아 일하면서부터 지은이의 수도 생활과 사도직은 전환점을 맞는다. 2001년부터 성서 사도직을 맡아 오붓하고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말씀을 공부하며 귀와 눈, 마음이 열려 인생의 모든 순간에 함께하시는 하느님을 알아차리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서 공부는 성서에 대한 지식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하느님을 만나고 나누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정규적인 말씀 공부 과정이 끝난 뒤 계속 이어지는 헤세드 모임이 그것이다.

 

저는 우기청호(雨奇晴好)와 바오로 사도의 필리피 서간의 말씀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비가 오면 기이한 풍경을 보아서 좋고, 날이 개면 맑은 경치를 보아 좋듯이 역경 중에는 인내를 배워서 좋고 순경(順境) 중에는 삶을 즐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어떠한 처지에서도 좋은 것을 볼 줄 아는 사람에게는 모든 때가 다 축복입니다. 이것은 삶의 비결인 그리스도를 알기 때문에 모든 때와 상황을 선으로 이끌어 가시는 선하신 하느님을 믿는 믿음으로 가능합니다....

 

우리는 흔히 거룩함을 성당에서 기도와 활동에만 전념하고 세속과 거리를 두는 심각하고 엄숙한 신앙생활이라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거룩함의 본질은 사랑이며 이 사랑의 얼굴이 바로 기쁨과 기도와 감사입니다. 거룩한 사람은 언제나 기뻐하는 사람이고 끊임없이 기도하는 사람이고 모든 일에 감사하는 사람입니다. 이것이 하느님을 닮은 거룩한 사람의 태도입니다. 우리가 경험한 대로 사랑하면 기쁘고, 기도하고, 감사하게 됩니다.

 

<본문 중에서>

 

말씀을 공부하고 새기며 살아온 수도자가 삶으로 이해한 말씀을 풀어내는 것이 이 책의 큰 미덕이다. 경천애인(敬天愛人), 줄탁동시, 우기청호... 한 번쯤 들어 보았을 법한 옛말들이 성서의 말씀과 자유롭게 통함을 보는 것은 신선하고 놀라운 경험이다. 이 책은 우리 문화와 언어의 옷을 입은 하느님 말씀을 만나는 기쁨을 선사한다.

 

자기가 낳은 아이도 버리는 각박한 세상에서 장가도 안 간 총각 김태훈은 아이들에게 아빠와 엄마, 삼촌과 이모가 되고, 밥과 옷과 집이 되어 아이들을 돌보며 한결같이 기쁘게 살아갑니다. 제 주변에 가장 예수님을 닮은 사람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김태훈을 꼽습니다. 그는 제게 예수 마음을 삶으로 보여 주는 ‘예마’ 김태훈입니다. 수도서원은 제가 했지만 서원의 본질인 사랑을 더 아름답게 사는 사람은 김태훈입니다. 저는 그저 김태훈을 격려하고 응원하고 감탄하며 함께 걸어갑니다. 이런 김태훈을 만나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본문 중에서>

 

삶은 수많은 만남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섭리의 날개를 타고 가는 이 길에서 그 섭리는 주님께서 주시는 인연들을 통해 드러나는지도 모른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의 시편을 바쳤던 것처럼 이 책은 자신이 받은 은총을 하나하나 헤아리며 적은 레나 수녀의 시편이다(지은이는 실제로 이 책이 그런 시편이 되도록 본문을 시편집처럼 자주 행갈이를 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이들도 하느님 섭리 속에서 살아온 나날들을 돌아보며 레나 수녀처럼 자신의 시편을 바칠 수 있을 것이다.

 








 


차례

 

 

문을 열며

 

 

01/ 천 개의 북소리

시끄럽다 · 천 개의 북소리 · 가슴 벅찬 청원기 ·

고요한 수련기 · 새 이름을 주신

 

02/ 나를 이끄신 여정

나를 이끄신 여정 I · 22일 ·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고 ·

네 앞에 천사를 보내어 · 로마의 아벤티노 언덕 ·

아, 아버지 · 스탄브룩 수도원(Stanbrook Abbey) ·

여럿이, 홀로 순례 · 나를 이끄신 여정 II

 

03/ 베네딕도 성서학교

베네딕도 성서학교 · 두 개의 정원 · 오솔길 ·

약할 때 오히려 · 예리코의 선글라스 · 거룻배 한 척의 거리 ·

당당한 겸손 · 3분 스피치와 식탁 친교 · 헤세드 ·

엄마, 어머니, 나의 어머니 · 총각 엄마 김태훈 ·

아픈 손가락 · 꼭 만나야 할 사람은

 

04/ 섭리의 날개를 타고

줄탁동시(啐啄同時) · 우기청호(雨奇晴好) ·

경천애인(敬天愛人) · 너무나 & 끝까지 · 마지막 말(last word) ·

코로나19 휴강 · 베네딕도 성서학교 설립 25주년 ·

다섯 줄 인생 · 섭리의 날개를 타고

 

 


글쓴이 : 김레나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서울 수녀원 소속.

2001년부터 현재 베네딕도 성서학교 사도직 소임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