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에서 받은 따뜻한 위로의 선물을 나누다
“슬픔으로 가득한 이별의 무대라고 생각했던 호스피스 병동에서 나는 예상치 못한 근사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 히로코 수녀님의 존재는 대단히 컸다. 특유의 기발하고 독특한 말들 하나하나가 비로소 나에게 최고의 ‘선물’이었음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히로코 수녀님의 선물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에 대한 단순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주는 가르침이었다.”
_7쪽
프리랜서 작가인 저자가 말기암을 앓던 엄마와 함께 호스피스 병동에서 지낸 체험을 담은 에세이다. 집에서 임종하길 원하는 엄마와 머문 날들, 아버지와의 갈등, 호스피스 병동으로 가게 된 경위, 그리고 나가사키 성 프란치스코 병원 4층 호스피스 병동의 간호부장인, 재치와 사랑이 넘치는 히로코 수녀를 만나 무겁고 우울할 수 있는 상황들을 편안한 웃음과 따뜻한 위로로 선물 받고 지낸 날들을 한편의 영화처럼 담고 있다.
임종을 준비하는 이와 간병하는 가족, 그리고 호스피스 병동의 간호사들 사이에서 히로코 수녀의 윤활유 역할이 싱그럽다.
호스피스 병동 환자는 히로코 수녀와 대화를 하면서 두려움 없이 죽음을 대면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공감 받고 있다는 위로와 존중을 느끼며 죽음을 준비한다.
“‘있잖니, 나는 장례식 때 예쁜 흰 드레스를 입고 싶구나.’ 이제 거의 눈도 뜨지 못하고 말도 못 하게 된 어머니가 그렇게 얘기한 것은 수녀님에게서 ‘히로코 씨, 장례식 때 입을 옷을 정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였다.”
_18쪽
엄마를 위해 매일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하고, 그 음식에 담긴 마지막 사랑을 통해 빚어낸 엄마와의 짧은 행복의 순간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마음을 “오늘은 두부 내일은 당근 수프”라는 제목에 담았다.
“흰죽은 좀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어머니의 말에 얼른 죽을 쑤어 드렸더니 ‘어머, 먹을 수 있어’라며 맛있게 드셨다. 저녁쯤에는 ‘두부도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 한다. 두부랑 당근, 무, 감자, 배추, 파 등을 흐물흐물해질 정도로 푹 끓여서 냄비째 그대로 식탁에 올려놓았다. 어머니는 아주 천천히 채소 하나하나를 맛보며 연신 맛있다고 좋아했다. 그날 밤 어머니는 정말 맛있었다고 몇 번이나 말하다가 잠이 들었다.”
_52쪽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에 대해 단순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지닐 수 있도록 히로코 수녀가 알려준 환자를 이해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저자 자신의 체험도 진솔하게 담고 있다.
“‘어차피 금방 죽을 텐데 약 같은 거 먹고 싶지 않아’라며 진통제조차 먹고 싶지 않다고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히로코 수녀님은 내게 ‘어머님의 통증은 영혼의 통증이에요. 영혼의 고통에는 공감이 제일가는 약이에요. 다정함을 처방하세요’라고 조언한다. … 어머니가 아프다고 할 때, 그 고통이 육체의 고통인지, 마음의 고통인지, 영혼의 고통인지 잘 모르지만, 수녀님이 가르쳐 준 대로 내 안에 있는 다정함을 총동원하여 어머니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아픈 곳을 문질러 주고 있다.”
_98-99쪽
이 책은 사랑하는 가족, 친구, 친지, 소중한 사람을 잃었거나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환자와 간병하는 가족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될 것이다. 또한 가족이 임종기 환자 곁에 머물며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호스피스 종사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환자를 대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생의 마지막 시간, 살아온 날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도록 초대한다.
시작하며
1 가족도 제대로 쉬어야 해요
2 장례식 때 입을 옷을 정해놓으세요
3 온화하게 조용하게 정성스럽게
4 어머니의 아름다운 마지막 얼굴
5 어머니는 천국의 언어를 읽는 거예요
6 죽음 후의 세상은 하나인 것을
7 속마음을 알고 싶다면 안경을 바꾸세요
8 빙수를 만드는 즐거움
9 공감은 약의 양을 줄여주는 특효약
10 역할에서 내려와 보세요
11 한자를 바꿔서 생각해 보세요
12 어머니의 영화를 함께 즐기세요
13 괴로울 때는 상상력을 발휘해서 즐겨보세요
14 지금은 용서할 수 없어도 괜찮아요
15 기도는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
16 할 수 있는 것을 한 후에는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17 떠나는 사람이 주는 선물을 받아주세요
18 누구나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거예요
마치며
글쓴이 : 지은이: 고이데 미키
1964년 나가사키현에서 태어났으며, 2001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현재 프리랜서 편집자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이: 최현영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지역학과(일본)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일본 릿쿄대학교 사회학연구과 연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언어, 빛나는 삶의 비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