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변화와 변전의 시대를 살아온 한국 문단 1세대 평론가 유종호의
말을 통한 잃어버린 시간의 탐구이자 그 궤적의 사회사적 탐방!
2020년 1월호부터 2021년 12월호까지 『현대문학』에 총 23회가 절찬 연재되었던 유종호의 에세이 『사라지는 말들―말과 사회사』가 출간되었다. 해방 전에 입학해 태평양전쟁 시기에 초등학교를 다니고 중학교 때 6·25를 맞는 등 유례없는 변화와 변전의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저자가 이번 저서에서 주목한 것은 바로 ‘말’이다. 현기증 나는 사회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말이고, 언어야말로 인간 이해의 열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옛말이 돼버린 듯한 어사를 검토해본다는 것은 내게는 말을 통한 잃어버린 시간의 탐구요 많은 동반자를 희구하는 사회사적 탐방이었다”고 소회를 밝힌 저자는 어사와 그 쓰임새의 변화를 사용 현장의 생생한 실례와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추적해나간다. 실생활에서 쓰는 말뿐 아니라 정지용 김동인 김유정 윤동주 성석제, 제임스 조이스 투르게네프 가와바타 야스나리 등의, 동서양을 막론한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그 어사가 어떻게 구현되고 변형되어 사용되는지 그 궤적을 밝힌다. 고령 세대와 젊은 세대의 일상어가 서로에게 외국어라는 저자의 통찰이 암시하듯 “관”은 알아도 “널”은 모르는 독자라면 이 책은 낯설고도 흥미진진한 외국어로 가득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추천사
숨차게 달리고 건너뛰며 살아낸 격심한 사회 변화의 언덕마루에서, 모국어의 이랑과 고랑에 침전 투영된 한 시대와 사회의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전송하며 다듬어 가는 한평생 경험의 어휘사전, 『사라지는 말들-말과 사회사』.
충북 진천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일어로 공부하던 초등학교 상급반에서 해방을 맞아 처음으로 한글과 한글 노래 「고향의 봄」을 배우고 중학생으로 6?25를 경험한 세대, 교실에 앉아 칠판을 바라보며 말을 배운 20년, 교단에서 칠판을 등지고 말을 가르친 40여 년, 영문학 전공의 명성 높은 문학비평가인 동시에 시인인 저자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박람강기에 더하여 실증적이고 세밀한 관찰, 쏠림 없는 균형감각과 적확 유려한 서술로, “관”은 알아도 “널”은 모르는 세대에게 들려주는 흥미진진하고 유익한 “과거라는 외국” 이야기.
“설은살”에서 “술지게미” “디딜방아” “자치기”를 거쳐 “염병”과 “이발소 그림”과 “사바사바”를 지나 “남루”와 “오만 정”에 이르는 207개 명사, 동사, 형용사의 표제어들의 숲을 거니는 동안 독자는 정지용에서 김동인 박목월을 거쳐 박완서 김광규에 이르는, 보카치오에서 프루스트를 거쳐 슈테판 츠바이크에 이르는 100여 명 언어 마술사들과 조우하며 깨닫고 즐기고 놀라며 배울 것이다.
- 김화영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불문학)
목차
책머리에 5
사라지는 말들 11
색인 420
유종호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공주사범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쳤고, 연세대학교 국문학과에서 석좌교수로 퇴임하면서 교직 생활을 마감했다. 저서로 『유종호 전집』(5권), 『시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서정적 진실을 찾아서』, 『한국근대시사』, 『나의 해방 전후』, 『그 겨울 그리고 가을』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아이리스 머독의 『그물을 헤치고』, 윌리엄 워즈워스의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등이 있다.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며,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인촌상, 대한민국예술원상, 만해학술대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