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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음악으로 기억하게 한 마에스트로, 엔니오 모리코네
〈시네마 천국〉감독과 함께 정리한 80년 음악 인생
마음산책 ‘말’ 시리즈의 열아홉 번째 주인공은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대표곡을 쉽사리 꼽을 수 없을 만큼 무수한 명곡들을 남긴 작곡가다. 그는 영화 〈석양의 무법자〉〈미션〉〈시네마 천국〉〈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주제곡 등 450곡이 넘는 영화음악을 작곡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7000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올렸다. 무엇보다 그는 영화가 끝나도 잊히지 않는 음악을 만들었으며, 영화음악을 하나의 독립된 예술 장르로 확립했다.
하지만 모리코네의 개인적인 삶은 그의 음악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그는 사람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즐기지 않았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말』은 세상에 공개되지 않았던 모리코네의 내밀한 삶과 방대한 음악 세계를 하나의 화음처럼 엮어낸 책이다.
모리코네가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공개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인터뷰어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역할이 컸다. 영화 〈시네마 천국〉의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는 모리코네가 유서에 언급했을 만큼 신뢰하고 우정을 나눈 인물이다. 두 사람은 〈시네마 천국〉의 알프레도와 토토처럼 평생 끈끈한 관계였으며, 이 책은 그 우정의 산물이다. 모리코네는 주세페 토르나토레와 대화를 나누며 80년 음악 인생을 밀도 높게 풀어낸다.
목차
영감이란 건 존재하지 않아요
“당신은 경력을 쌓지 못할 겁니다”
작곡가의 약점
트럼펫과 품위
어머니의 이름처럼
애증의 서부영화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순간
할리우드 감독들 그리고 〈미션〉
어떤 소리든 음표가 된다
숨겨진 사랑의 테마
대중을 향한 혁신
100살에 그만두겠습니다

옮긴이의 말
연보
찾아보기
글쓴이 : 엔니오 모리코네
192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났다. 트럼펫 연주자인 아버지의 지도로 음악이론을 배웠고 일곱 살 때 처음 작곡을 시도했다. 열한 살에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 입학해 트럼펫을 전공했고 이어 작곡 과정을 밟았다. 현대음악의 거장으로 꼽히는 작곡가 고프레도 페트라시를 사사했으며, 바흐와 스트라빈스키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 십대 시절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 굶주림을 면하려고 독일군과 미군 앞에서 트럼펫을 연주했는데, 이는 평생 굴욕적인 기억으로 남는다. 작곡 학위를 취득한 1954년 무렵부터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했으며, 국영 방송국 RAI에서 라디오 음악과 TV 프로그램 음악을 편곡했다. 그 밖에 극단, 음반사 RCA 등에서 작·편곡가로 활동하다 1961년 영화 〈파시스트〉를 통해 공식적으로 영화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한다. 세르조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1964)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는 평생에 걸쳐 450곡이 넘는 영화음악과 절대음악 100여 곡을 남겼다. 1960년대에 전위적인 음악을 표방한 ‘새로운 협화음 즉흥 연주 그룹’에서 활동하는 등 실험성을 추구한 그는 영화에 휘파람이나 사이렌, 물방울 소리, 타자기 소리 같은 일상의 소리를 도입하는가 하면, 불협화음을 활용한 12음 기법과 대위법 등 기존 작곡 방식을 벗어난 음악을 선보였다. 이처럼 음악과 생활 소음,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아우르며 영화 속 서사와 인물 심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한 그의 음악은 장르를 뛰어넘어 사랑받아왔다. 그의 앨범들은 지금까지 7000만 장 이상 팔렸으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 OST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사운드트랙으로 꼽힌다. 그 외 대표작으로 〈미션〉 〈언터처블〉 〈시네마 천국〉 〈시티 오브 조이〉 〈사선에서〉 〈러브 어페어〉 〈헤이트풀 8〉 등이 있다. 2007년 아카데미 공로상을, 2016년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았다. 80년 가까이 작곡을 했어도 늘 머릿속에 새로운 음악이 있다고 말한 그는 2020년 7월 6일, 로마에서 91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글쓴이 : 주세페 토르나토레
이탈리아의 영화감독이자 각본가, 제작자. 1986년 영화 〈프로페서〉로 데뷔, 1988년 〈시네마 천국〉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 외 대표작으로 〈말레나〉 〈단순한 형식〉 〈피아니스트의 전설〉 〈언노운 우먼〉 〈베스트 오퍼〉 등이 있다.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영화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과 떼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조화를 이루며, 두 사람의 관계 역시 ‘형제나 다름없다’고 모리코네가 유서에 언급했을 만큼 믿음직한 파트너이자 친구였다.

역자 : 이승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어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비교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통번역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내가 있는 곳』 『책이 입은 옷』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다뉴브』 『페레이라가 주장하다』 『폭력적인 삶』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