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축소가 가능합니다.





젊은이의 열정과 노년의 지혜가 함께 가꾼 위대한 선물을 나누다


 


이 책은 북경에서 10여 년 유학 생활을 한 소피가 스페인 원로 선교사 하비에르 신부(도미니코 수도회)와 꾸렸던 스페인어 수업을 38편의 에피소드 에세이로 담았다.


“수업 중, 인생에 대한 빠드레 하비에르의 무심한 듯 정곡을 찌르는 질문은 일상을 살기에 급급해 내면의 깊은 공간을 들여다볼 짬을 내지 못한 저에게 당혹스러움과 신선함, 그 경계 어딘가의 모호한 감정으로 다가왔습니다.… 두 사람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행동반경이 제한된 채 아쉬워하며 흘려보냈을 수도 있을 시간을 배움과 소통으로 따뜻하게 만들어 나갔습니다. 빠드레 하비에르와 함께한 여정은 저의 인생에서 소중한 일부분이 되었습니다.”(10쪽)


저자의 프롤로그를 통해 책에 담긴 선물 보따리를 살짝 맛보여 준다. 선교사로 오랜 기간 고향을 떠나 살아온 스페인 출신 노 사제의 대화는, 넘치는 지식과 정보 속에 놓치고 살아온 삶의 소중함을 알아차리게 한다.


이야기의 소재는 언제나 스페인어로 시작하는 대화와 새롭게 배우는 스페인어 단어 또는 문장이다. 일상의 인사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 새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고향, 가족, 꿈, 작고 큰 실수와 달콤한 추억들, 그리고 현재의 어려움과 소소한 행복을 전하며 감칠맛과 감동을 더한다.


스페인어와 스페인어의 근원인 라틴어 속담과 격언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우러나오는 노사제의 혜안은 저자의 마음에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갖게 한다.


“스페인어로 ‘만족하다’라는 의미의 ‘사띠스파세르satisfacer’는 이 단어의 어원인 라틴어 ‘사티스파체레satisfacere’와 마지막 알파벳 e만 빼고는 같다.… 빠드레가 ‘소피, 너는 왜 스페인어를 배우니?”라고 묻는다. … 가끔은 결과를 지나치게 중시하고, 목표만 바라보며 주변의 풍경도 살피지 않은 채 전력 질주하는 사람들도 배움의 과정에서 순간순간 밀려오는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34쪽)


“‘데우스 셈페르 마요르Deus semper major’라는 라틴어 문장이 있다. ‘주님은 항상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시다’라는 뜻이다. 빠드레는 우리가 인간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언제나 좋은 것을 나눠주시는 그분께 맡겨드린다고 했다.”(62쪽)


단순하고 진솔하게 나누는 대화가 삶의 자리를 성찰하게 하고 어떤 자세로 살아갈지 방향을 잡게 하고 힘차게 나아가게 한다.


“‘무엇을 깨달았다’는 뜻의 숙어인 ‘darse cuenta다르쎄 꾸엔따’도 그중 하나다. ‘너는 최근 어떤 것을 깨달았니?’ 빠드레의 물음에 나는 특정 지식, 새로 알게 된 단어, 언어 표현, 뉴스와 책,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이야기했다. 그는 단편적 지식이 아니라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인생에서 큰 깨달음을 준 사건을 들려주었다.… ‘결국에는 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지.(Me di cuenta de que me habia equivocado 메 디 꾸엔따 데 께 메 아비아 에뀌보까도.)’.”(53-55쪽)


이 책은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황에서 자신에게 좋은 질문을 건네게 한다. 그러기에 이 책에 녹아 있는 30대 저자가 겪는 고민과 희망, 성찰이 그의 것만이 아니게 하는 이유이다.


노년의 선교사 사제가 지닌 역사의 기억과 지혜의 저수지는 환대하는 존경의 감각을 지닌 젊은이를 통해 우리에게 풍요로운 선물로 건네진다. 진정성과 존중으로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이룩하는 관계와 유대가 지혜의 보물을 지키는 공동체의 길이라는 비전도 보게 되며 “노인들은 꿈을 꾸며 젊은이들은 환시를 보리라.”(요엘3,1)는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하비에르 신부의 진솔한 나눔과 정곡을 찌르는 질문은 그의 충실하고 고요한 삶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소소한 대화를 통해 만나게 된다. 노년의 지혜를 담아 독자들에게 건넨 “젊은 그대여,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여’라는 메시지를 늘 마음에 품고 살아가길 바랍니다.”라는 축복과 응원은 큰 울림을 준다.


“말은 날아가고, 기록은 남는다(Verba volant, scripta manent 베르바 볼란트, 스크립타 마넨트)”라는 라틴어 명언을 실천하며 수업시간의 좋은 기억을 기록해준 저자의 실천을 생활에서 실천해 보도록 초대하는 것도 이 책이 건네는 복된 선물이다. 저자가 그린 본문 삽화와 사진도 책을 훨씬 따뜻한 매체로 만들어 준다.​

Prólogo 소중한 인연, 위대한 만남


말은 날아가고, 기록은 남는다Verba volant, scripta manent

내 이름의 유래는 Javier Arrazola Elorza

열 네 살에는: Catorce años

어머니가 구워주던 밤 Castañas asadas

나다운 사람이 되는 것 Esto Quod Es

컴퓨터가 웬수야 Mi ordenador

당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나요 Satisfacer

소소한 책임 Un trabajo simple 

나이가 든다는 것은 Achaque de viejos

당신인가요 ¿Eres tú? 

밥을 품은 우유 Arroz con leche

내 이야기를 들어줘 Hazme caso

필리핀에서 만난 어떤 손 una mano

홀로서기 Por sí mismo

말의 힘 El poder de la lengua 

조심조심 ¡Ten cuidado!

천천히 서두르기 Festīnā lentē

나도 모르는 나의 고향 이야기, 바스크 치즈 케이크 Tarta de queso vasca 

하루의 처음과 끝 Laudes y Completas 

마늘이 없는 마늘 수프 Sopa de ajo 

당신의 관심사는? Tema de interés

죽음의 수용소에서 El hombre en busca de sentido

선택, 시에스타 혹은 산책 Siesta o paseo

긴장된 마음과 루틴 Vida regular

수염으로 시간 가늠하기 Medir el tiempo con la barba

자기 주장이 없는 남자 Me da igual

스페인 북쪽 여행 Viajes por el norte de España

단 한 사람을 위한 미사 Misa solo por una persona

세상 모두에게 Urbi et Orbi

우당탕탕 선물 고르기 대작전 un recuerdo precioso

젊은이와 더 젊은이 Joven y más joven

취미는 우표 모으기 Las colecciones de sellos

나만의 쵸코 Txoko

진리 탐구를 위해 과감히 행동하라 Sapere aude

당신은 준비되었는가? Doctoranda

올리브와 대화하기 Hablar con el olivo

나는 아무개, 너도?Fulano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남은 것은 희망입니다Lo último que nos queda es la esperanza

Epílogo: 우리의 벗, 그의 집에는

 

글쓴이  :  배혜은

서울 북한산 자락 물 맑은 마을에서 부활 대축일 새벽에 태어나 동네 나들이, 시장 구경, 고궁 잔치 등 작은 여행들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지금은 중국 북경대학교에서 박사과정 중이다. 과외와 통번역부터 시작해 현지 스타트업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학사·석사를 마쳤고, 다양한 현장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 나갔다. 문화와 예술이 지닌 힘을 언어로 전하며 문화콘텐츠와 예술경영에 대해 공부하는 N잡러이며, 늘 하느님을 찾는 요즘 청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