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 Catholic Guide to Depression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일반 그리스도인을 비롯하여
곁에서 그들을 돕고 있는 사목자들, 수도자들, 영적 지도자들
그리고 의사들을 위한 안내서
‘우울증’(depression)이라는 말에는 평평한 길 위의 ‘움푹 팬 곳’(depression)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로써 이 고통의 실체를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울증은 단지 움푹 팬 정도가 아니라, 헤어나기 힘들 만큼 깊디깊은 구렁과 같다. 우울증은 정신적, 신체적 고통은 물론이고, 영적 고통까지 일으키는 심각한 질병으로, 대개 다면적인 특성을 띤다.
이에 이 책은 인간의 영혼과 육신 사이, 정신과 물질 사이에 본질적인 통일성이 있다는 가톨릭의 관점을 견지하며 두 가지 측면에서 우울증에 접근한다. 한편으로 ‘위’로부터, 즉 우울증의 의학적, 심리학적, 사회적, 그리고 영적 원인과 치료 방법을 검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래’로부터, 즉 우울증의 유전적 요인, 기타 생물학적 요인과 치료 방법을 논의한다.
“하느님은 언제나 당신의 무한한 사랑으로 고통 중에 있는 이들 곁에 가까이 계십니다. 우울증이란 질병은 ‘자신의 다른 측면을 발견하는 길’일 수 있으며, 하느님과의 새로운 만남일 수 있습니다.”
_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우울증이란 무엇인가?
‘우울증’(depression)이라는 말에는 평평한 길 위의 ‘움푹 팬 곳’(depression)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로써 이 고통의 실체가 충분히 설명되지는 못할 것이다. 우울증은 단지 움푹 팬 정도가 아니라, 헤어나기 힘들 만큼 깊디깊은 구렁과 같다. 만약 우울증을 겪어 보지 않았다면 아마 이것을 그저 일상의 우울, 곧 울적한 기분보다 다소 강한 감정쯤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울증은 종종 한 사람을 뒤흔들어 삶에 위협이 되기도 하는 상태이며, 기본적으로는 질병 모델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장애이다.
정신의학과 심리학, 철학과 신학 사이에서
정신의학과 심리학은 우울증에 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 주었지만, 이 고통의 전모는 사실 복잡하다. 흔히 우울증은 생물학적, 심리학적 요인은 물론이고 온갖 사회적, 문화적 요인과 영적 요인, 그리고 그 밖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야기되며 그것들에 계속해서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다면적 특성을 띠는 이 장애의 원인과 양상을 제대로 파악하여 적절히 치료하려면 철학, 신학과 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령 피부과학은 피부 깊이만큼 관여할 뿐이지만, 정신의학과 심리학은 자기 정체성과 존재 의미, 삶의 목적과 씨름하고 있는 인간의 몸과 마음에 생긴 문제들에 개입하기 때문이다.
가톨릭의 관점
가톨릭의 가르침에 따르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하느님 그분을 닮은 모습으로 만들어진 영혼과 육신의 총체적 통일체, 곧 ‘육화(肉化)된 영혼’이며 ‘영화(靈化)된 육신’이다. 영혼과 육신은 완전한 통일을 이루고 있으며, 오직 죽음에 이르러 분리된다. 그리고 그 분리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며, 역사가 완성될 때 하느님이 인간 개개 육신의 부활을 이루실 것이다. 인간이란 천사처럼 순전히 영적인 존재도 아니고, 다른 동물처럼 단순히 물질적인 생물학적 유기체도 아니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의 생물학적 측면을 간과하지 않으면서 인간존재의 고유한 존엄을 드러내 준다.
『가톨릭 우울증 가이드』의 접근
저자는 이 같은 관점에 따라 두 가지 측면에서 우울증에 접근한다. 한편으로는 ‘위’로부터, 즉 우울증의 의학적, 심리학적, 사회적, 그리고 영적 원인과 치료 방법을 검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래’로부터, 즉 유전적 요인, 기타 생물학적 요인과 치료 방법을 논의한다. 그리고 저자는 독자에게 당부한다. “사람들은 질환으로, 특히 정신 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전문적인 의학적 도움을 찾는 것을 회피한다. … 만약 이 책이 뭔가를 할 수 있다면,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설득되어 하루라도 빨리 유능한 정신과 의사와 진료 상담을 받게 되기를 희망한다.”
<책 속에서>
치료 과정 중에 필자는 우울증은 물론이고 우울증과 영성생활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을 받았다. 어떤 환자들은 가족들과 친구들, 심지어 사목자들과 영적 지도자들이 주위에 있었지만, 그들에게서 우울증에 관한 어떤 도움이나 제대로 된 조언도 받지 못했다. “당신의 믿음이 더 커진다면, 이 같은 고통을 겪지 않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더 많이 기도하고 더 많이 성경을 읽는 것입니다. 약을 먹거나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이건 그저 생물학적인 병이고, 신앙생활과는 사실 관련성이 없습니다.” 이런 식의 조언들은 종종 우울증을 완화하기보다 더욱 악화한다. 이는 질병으로서의 우울증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며, 한 인간의 영성생활과 신앙에 가해지는 우울증의 충격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20쪽)
지금까지 정신의학과 영성생활의 전반적인 긍정적 관계에 관한 연구를 간략히 살펴보았는데, 여기에 한 가지 주의할 점을 덧붙이고 싶다. 독자들은 이 연구가 종교적 신앙이 우울증에 대해 예방주사를 놓아 준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종교적 신앙은 하나의 보호막일 뿐이다. 1장 말미에서 언급했듯 우울증의 원인은 복합적이며, 사람들은 저마다 강한 유전인자와 생애 초기 환경 요인을 가지고서 세상에 태어난다. 유전인자와 환경 요인은 우리가 처한 생활환경이나 선택과 무관하게, 또한 우리가 얼마나 절실히 기도하거나, 우리가 얼마나 도덕적인지와 상관없이 그 영향력을 뚜렷이 드러낸다. 종교적으로 독실한 사람들도, 심지어 성인처럼 산 사람들도 심한 우울증으로 고통받았다. (84쪽)
우울증이라는 질환은, ‘화학적 불균형’이란 지나치게 단순화한 설명이 시사하는 것보다 더 복잡한 실체이다. 물론 우울증이 뇌 화학작용의 이상을 수반하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신경 화학작용과 정신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분명 우리 뇌의 변화는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는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화살은 반대 방향으로도 움직인다. 곧,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는지가 우리의 뇌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하는 것이다. 이는 우울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심리치료는 우울증에 대해 항우울제와 유사한 뇌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우울증이 뇌의 화학적 변화를 수반하기는 하지만 화학적 불균형이란 말로 단순하게 축소될 수는 없는 것이다. (173쪽)
추천의 글
들어가며
1부 우울증에 대한 이해
1. 우울증의 형태와 원인
2. 우울증과 영성생활
3. 우울증과 관련 장애
4. 우울증과 자살의 비극
2부 우울증의 극복
5. 약물치료와 기타 생물학적 치료
6. 심리치료: 그 효과와 한계
7. 우울증에 대한 영적 도움
8. 하느님의 자녀 됨과 희망의 덕
부록
1. 추가 참고 문헌
2. 고통의 시간 속에 바치는 기도
3. 우울증에 대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연설
주
글쓴이 : 에런 케리아티(Aaron Kheriaty)
정신과 의사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 의과대학 정신의학과에서 레지던트 수련과 의학교육 과정의 책임자를 맡고 있으며, 동 대학 의료윤리 프로그램의 공동 책임자이기도 하다. 노터테임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조지타운대학교에서 의학박사(MD) 학위를 받았으며, 어바인 의과대학에서 정신의학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존 시핵(John R. Cihak) 몬시뇰은 포틀랜드대교구 사제로, 현재 바티칸에서 사목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여러 세미나를 지도하면서, 로마 사랑의 선교회에서 지도 신부와 고해 신부를 맡고 있다. 노터테임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옮긴이 : 정두영
1986년 한국외방선교회 사제로 서품되어 35년을 살아오면서 10년은 파푸아뉴기니와 중국에서 선교 사제로 사목했고, 10년은 한국외방선교회 제2대, 제3대 총장 직분을 수행했으며, 7년은 미국에서 유학하며 미국가톨릭대학교에서 사목상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나머지 8년은 한국외방선교회의 여러 직책을 거쳐, 현재는 사제평생교육원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가톨릭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