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사랑한 작가 헤르만 헤세,
그의 문장에 깃든 삶의 통찰과 깨달음
“오늘날의 고난과 요구에 직면해 우리가 어느 정도나마 인간적 품위를 유지한다면
미래에도 우리는 인간적일 수 있을 것이다.”
헤르만 헤세, 이름만으로도 내면에 고민으로 가득했던 사춘기를 다시 떠오르게 하는 그는 우리 모두의 작가임에 틀림없다. 헤세는 청소년 필독서 중 하나로 꼽히는 『데미안』을 비롯해 『수레바퀴 아래서』 『유리알 유희』 『싯다르타』 등 익숙한 책들의 작가로 독자 곁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을 떠올릴 때 그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면, 그건 그가 일생에 걸쳐 남긴 작품의 수가 상당할뿐더러 각각 저마다의 고유한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살아생전 수십 편의 소설과 시, 그 밖에 다양한 글을 발표한 그답게 헤세의 책들은 아직도 발굴 중에 있으며, 최근에는 굵직한 대표작들 뒤에 숨겨져 있던 산문집들도 속속 번역되어 발간되고 있다. 그의 더 많은 글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로 인해 선택이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저자의 문장들을 글의 장르에 한계를 두지 않고 한데 묶어 소개하는 마음산책 ‘문장들’ 시리즈는, 이러한 선택의 막막함을 해소해주기에 적절하다. 『헤르만 헤세의 문장들』은 헤세의 소설과 시뿐만 아니라 여러 에세이, 그가 주고받은 편지들까지, 헤세에게서 비롯된 다채로운 ‘문장들’을 여섯 가지 주제(자연, 여행, 책, 지혜, 사랑, 내면)로 엮은 책이다.
이러한 문학 세계를 일구기까지 그의 삶은 어떠했을까? 글로도 짐작해볼 수 있듯이 헤세의 삶은 곡절로 가득했고, 세상과 불화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는 그 고단한 여정 가운데서도 삶을 외면하거나 냉소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집요하게 관찰하고 그만의 깨달음을 얻기로 선택한다. 그 길의 결과가 희망과 행복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였다. 깨달음을 얻은 그에게 희망 아닌 ‘절망’은 막다른 길이 아닌, 그 또한 삶을 이해하려는 태도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절망이란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그 정당성을 인정하려는 모든 진지한 시도의 결과지요. 삶을 덕과 정의, 이성으로 극복하고, 그 요구들을 실현하려는 모든 진지한 시도의 결과이기도 하고요. 이러한 절망의 이편에는 어린아이들이, 저편에는 각성한 자들이 살고 있지요.
―『동방순례』 중에서
삶을 향한 헤세의 통찰과 깨달음은 그 안에서 그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선사했다. 그 예로, 헤세와 평생의 우정을 나눈 것으로 알려진 작가 토마스 만은 『데미안』의 출간 당시 분위기를 이렇게 회상하기도 했다. “그 시대의 젊은이들은 그들 또래의 선지자가 등장해서 삶의 가장 은밀한 부분을 드러냈다고 생각했고, 그 고마운 충격에 기꺼이 휩쓸렸다.” 그리고 현재, 헤세의 문장들은 영원토록 남아 시대를 뛰어넘는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