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토속어와 일상언어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김사인의 세 번째 시집
‘너무 슬프고 너무 아름답다’는 신경림 작가의 평을 받은 두번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 이후 다시 9년이라는 긴 시간 뒤에 선보이는 김사인의 세번째 시집 『어린 당나귀 곁에서』.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삶과 죽음의 갈피에서 ‘사람 사는 세상을 여여하게, 또는 엄숙하게 수락하는’ 겸허한 마음을 가다듬으며 ‘대문자 시의 바깥에서 종용히 움직이는 미시의 시학’을 펼쳐 보인다. 고향의 토속어와 일상언어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빼어난 언어감각과 정교하고 정감어린 묘사로 ‘생로병사의 슬픔 일체를 간절한 마음의 치열한 단정에 담아’낸 시편들이 나직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이번 시집에서 눈여겨볼 것은 과거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이 깃든 ‘정치적’ 시편이다. 시인은 “칠성판에 묶여 개구리처럼 빠둥거리”던 고문의 기억을 복원하거나(일기장 악몽) “팔공년 봄 광주”의 “한 속살”을 촘촘히 들여다보고(오월유사(五月遺事)), “친구들 생각하면 눈물”만 나는 현대사를 돌아보며(한국사) “남산 지하실 같은 어둠이 내리”는 현실을 직시하는(불길한 저녁) 시편들을 통해 새로운 형식의 시적 정치성을 실험한다. 그중에서도 국가폭력의 상징인 ‘국정원’을 통렬하게 풍자한 내곡동 블루스는 오늘 우리 사회의 위기를 예견한 듯한 일종의 ‘시참(詩讖)’으로 읽힌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특별히 시집으로서는 최초로 시낭송 오디오북을 무료로 서비스하는 ‘더책 특별판’으로 출간었다. 김사인 시인이 직접 고르고 낭송한 스무편의 시편들을 시인의 목소리로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시인의 육성 낭송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인디밴드인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가 김사인 시인의 신작 시로 만든 시노래를 함께 제공한다. 시인의 육성으로 직접 듣는 시편들에는 시인의 호흡과 느낌이 그대로 실려 있어 시의 감동을 더 실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