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현대인들을 위한 그림 이야기
‘낯섦의 시대’를 어루만지며
‘인간’의 길을 살피는 인문학적 통찰!
역사적 증언으로서, 천 개의 언어를 뛰어넘는 한 점의 그림의 힘!
사제복을 입은 은둔의 인문학자가 ‘지금 여기’에 던지는 지적 파문
화가를 꿈꾸었으나, 이제 성직자이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역사학자인 장동훈 신부의 그림 이야기. 이 책은 그림을 이야기하지만, 미술보다는 역사와 사회, 종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예술서라기보다는 인문서로서의 비중이 높다고 하겠다. 그만큼 저자가 펼치는 지적 스펙트럼은 다채롭고 풍부하며 인문학적 통찰이 빛을 발한다.
저자가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는 그림들은 역사의 증언과도 같은 그림들, 성화가 아닌 세속화다. 미술을 떠나 저자가 관심을 기울여온 사유의 대상 역시 ‘바깥’의 세상이다. 거대한 자본시장의 바깥, 권력과 교회의 울타리 바깥…, 시대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그늘지고 소외된 자리다.
예술이론, 미술사, 종교사, 사회사, 그리고 ‘인문학’이라고 불리는 것들 전반에 걸쳐 탁월한 식견을 보여주는 저자의 그림 해설은 간결하면서도 풍부하며, 한편으로 명징하다. 르네상스 시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알 법한 유명 작품에서부터 숨겨진 명작에 이르기까지, 여러 작가의 그림들을 섭렵하면서도 저자가 찾으려는 것은 한결같이 하나다.
이 책이 다루는 미술작품들 안에는 늘 ‘인간’이 존재한다. ‘신’이나 ‘자연’이 아니다. 즉위하는 황제, 총살당하는 황제, 성공한 혁명가, 실패한 혁명가, 작품을 주문한 의뢰인들, 어쩌다 모델로 찍힌 듯한 여자, 무심한 우리 이웃들, 그리고 호퍼의 눈에 포착된 대상들처럼, 세상의 빈자리에서 깜빡이는 고독한 사람들. 인류의 오늘을 장식하는 그들은 하나같이 성당과 성경 바깥으로 나가야만 비로소 그 겉모습을 어루만질 수 있는 군상들이다.
‘삶을 위한 예술’이라는 그 시선으로, 책은 네 가지 주제로 나뉜다. 1부에서는 현대문명과 오늘의 사회에 관한 질문이 던져진다. 2부는 ‘지금, 여기’를 살아내야 하는 실존으로서의 인간을 조명했다. 3부는 상품처럼 소비되고 있는 종교와 교회의 내일을 묻는다. 마지막 4부는 시대와 이념, 신념과 체제,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힘겹게 피워낸 예술가들의 성취를 담았다.
목차
책을 묶으며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빛
1부 나와 당신의 세상
불안한 풍경 … 에드워드 호퍼
해체한 세계로 장식한 세계 … 다비드와 프로파간다 미술
네 번째 계급 … 주세페 펠리차 다볼페도
무너지고 공허해진 것 … 리베라와 멕시코 벽화운동
2부 어둡고도 빛나는
허약하지만 질긴 … 피테르 브뤼헐
투쟁하는 인간의 초상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가끔은 뒤로 물러나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 렘브란트 반레인과 오노레 도미에
3부 종교 너머의 예수
두 개의 갈림길 … 주세페 카스틸리오네
차가운 기록 … 한스 홀바인
끝낼 수 없는 대화 … 오윤과 민중미술
종교로 내려앉다 … 바로크 미술
4부 혼미한 빛
화가의 블루 … 조토 디본도네
모두가 입장을 가진 것은 아니다 … 프란치스코 고야
변방의 감성 … 알브레히트 뒤러
아르장퇴유 … 에두아르 마네
저자 : 장동훈
한때 업으로 삼고 싶을 만큼 그림에 관심이 많았지만 천주교 사제의 길을 택했다. 도록 속 그림을 실제로 봐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무작정 길을 나설 만큼 여전히 걸어보지 못한 예술의 길에 미련이 크다.
2002년 이탈리아 로마 교황청립 우르바노 대학교에서 교의신학 석사를 마쳤고 같은 해 6월 천주교 인천교구 소속으로 사제 서품을 받았다. 2009년 18세기 교황청 동아시아 정책을 주제로 로마 교황청립 그레고리안 대학교에서 교회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지금까지 인천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생들에게 그리스도교 역사를 강의하고 있으며 교회의 대사회적 창구라 할 수 있는 인천교구 사회사목국,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등에서 일하며 노동자, 빈민 등 사회적 약자들을 벗으로 만나왔다.
그림 같은 말, 하나의 훌륭한 웅변 같은 그림에 관심이 많으며, 때론 그림 한 장이 천 개의 말보다 더 충실한 시대의 증인이라 믿고 있다. 미술과 문학, 교회와 사회, 현재와 과거를 ‘인간’이라는 열쇠 말로 통섭적으로 이해하고자 애쓰며 또 이를 대중적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과 나누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