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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이렇게 대하지 마시오. 나는 사람이니 인간답게 대하시오.”


구약의 세계는 폭력으로 점철된 세계다. 그 세계에서는 특히 가장 취약한 구성원인 여성과 아이들의 생명과 안녕이 늘 위협을 받았다. 여성들에게 특히 큰 피해를 가했던 것은 전쟁과 성폭력으로 인한 신체적 폭력만이 아니었다. 구약성경의 세계에서는 구조적 폭력의 수많은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구약에는 상호 연결된 여러 형태의 억압과 지배로 이루어진 세계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구약의 세계는 가난과 자원 부족이 특히 여성을 위험에 빠뜨리는 얼마나 무참한 폭력인지 보여 준다.

이 책은 자신에게 큰 위해를 가하는 자와 그런 상황에 맞서기 위해 다양한 창조적 수단을 사용한 용감하고도 매력적인 구약 성경 속 여성들의 이야기다. 이 여성들은 자신의 존엄성이 훼손당하는 상황, 즉 여성의 자기 가치가 침해당하고 충만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그들의 능력을 가로막는 상황에 다양하고 다면적인 방식으로 대응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여성 인물들의 저항이 모두 본질적으로 비폭력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히브리 성경에는 폭력적인 저항을 한 여성들도 있다. 장수 시스라의 관자놀이에 말뚝을 박아 죽인 야엘의 이야기와,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하고서 그의 목을 베어 버린 유딧의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폭력이 폭력을 낳는 지금의 이 폭력적인 세계에서 폭력 저항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다.

이 책은 네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전쟁의 폭력에 저항하다”는 무척이나 다른 방식으로 집단적 폭력에 저항한 여인들의 이야기다. 하나는 무자비하게 살해된 아들들을 애도한 리츠파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환대를 통해 또 다른 비극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 낸 아비가일의 이야기이다. 2장 “강간의 폭력에 저항하다”에서는 타마르 이야기와 수산나 이야기를 살펴볼 것이다. 두 이야기는 강간과 성폭력 상황에서 여성 저항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보여 주는 사례다. 3장 “헤테라키의 폭력에 저항하다”에서는 불의한 가부장적 권력에 저항한 딸들의 이야기를 소개할 것이다. 입타의 딸과 츨롭핫의 딸들 이야기는 불의에 저항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탐구한다. 4장의 “위태로움의 폭력에 저항하다”에서는 하가르와 사라 이야기와 룻과 타마르 이야기를 살펴볼 것이다. 자원의 부족은 인간의 물질적·심리적 안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4장에서는 자원 부족이 야기한 비인간화에 창의적인 방식으로 저항하는 여성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성경 본문을 여성의 저항이라는 관점에서 읽는 일은 중요하다. 구약성경이 여성의 삶을 전하는 풍부하고 다양한 방식을 폭넓게 이해하도록 도와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성경의 여러 부분에 나오는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여성 저항의 다채로운 성격을 우리가 더 잘 이해하게 해 준다. 마지막으로, 성경 본문은 여성들이 그들의 인간적 존엄이 침해당할 때 저항했던 다양하고, 복잡 미묘한, 그러나 강력한 수단들을 전해 준다. 이 본문들은 오늘날 여성들이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을 숙고하는 대화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성경 본문과 현대사회에서 나타나는 억압, 위태로움, 트라우마 문제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최상의 자원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관심을 갖고 정교한 젠더 분석까지 결합했다. 성경 윤리는 물론 여성주의 성경 해석에 관심을 가진 모든 이에게 필독서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책 속으로

사무엘기 하권 21장 1-14절에는 지독하게도 잔인한 폭력의 서사가 등장한다. 사울의 아들 둘과 손자 다섯이 살해되고, 시신은 토막 난 채 들판에 뿌려진다. 사울의 후손인 이들은 폭력의 악순환에 희생자가 되었다. … 그런데 이 대학살 한가운데서 최악의 인권유린이 일어난다. 죽은 자들을 제대로 매장하는 최소한의 예우조차 없었던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우리는 아들을 잃고 통곡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만난다. 이 가슴 아픈 이미지는 자녀를 잃는 재앙에 직면한 어머니들을 떠올리게 한다. 오늘날에도 매일 수천, 수백 명의 어머니가 자녀를 잃고 있다. 사무엘기 하권 21장 10절에서 죽은 사울왕의 부인이었던 리츠파는 사울의 딸인 메랍이 낳은 아들들과 자기의 두 아들이 무자비하게 죽임을 당하자 애곡을 한다. … 리츠파는 성경 본문에서 폭력에 맞서 저항한 여성의 주요 사례라 할 수 있다(43-44쪽).

사무엘기 하권 13장에는 타마르와 그의 이복 오빠인 암논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는 강간의 실상을 생생하게 그릴 뿐 아니라 (성)폭력에 맞서 저항한 한 여성에 대한 강렬한 증언이다. 이 심란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는 암논이 휘두르는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 타마르가 얼마나 무력했는지 보여 준다. 그런데 실제로 강간이 일어나기 전에 암논은 그의 간교한 친구 여호나답과 함께 타마르가 빠져나갈 수 없도록 음모를 꾸민다. 이 두 친구가 치밀하게 세운 계획 속에서 타마르는 말없이 따를 수밖에 없는 거듭된 명령의 대상일 뿐이다(99-100쪽).

구약성경에서 입타의 딸 이야기보다 더 비극적인 이야기는 아마 없을 것이다. 판관기 11장에 나오는 이 “가공할 본문”은 한 아버지의 섣부른 서원에서 시작된다. 그는 암몬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얻기 위해 하느님께 맹세한다. 자신을 맞으러 처음 나오는 사람을 제물로 바치겠노라고 약속한 것이다. 전쟁에 승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버지를 환영한 것은 다름 아닌 그의 딸이었다. 이렇듯 이 이야기는 성급한 서원이 가져온 끔찍한 결과를 이야기한다(153쪽).​

  감사의 글

서문

1장 전쟁의 폭력에 저항하다

1. 집단적 폭력 이해하기

2. 리츠파의 애도(2사무 21장)

3. 아비가일의 환대(1사무 25장)

4. ‘오늘날’의 리츠파와 아비가일

2장 강간의 폭력에 저항하다

1. 끔찍한 강간 실태

2. 타마르의 외침(2사무 13장)

3. 수산나의 기도

4. 강간 없는 세상

3장 가부장제, 아니 헤테라키(복합지배체제)의 폭력에 저항하다

1. 가부장제에서 헤테라키로

2. 입타의 딸을 위한 비가(판관 11장)

3. 츨롭핫의 딸들, 결단하다(민수 27장)

4. 가부장제를 쳐부순다?

4장 위태로움의 폭력에 저항하다

1. 최악의 폭력, 빈곤

2. 하가르의 눈물(창세 16, 21장)과 사라의 웃음(창세 18, 21장)

3. 룻과 나오미 그리고 타마르의 탄력성

4. 이야기를 바꾸면, 공동체가 바뀐다

결론: 구약성경에 나타난 여성의 저항

1. 이야기하기

2. 기억하기

3. 구원

4. 주체성

5. 복합성

6. 희망

후기

색인



글쓴이 :  L. 줄리아나 M. 클라센스
미국에서 13년간 연구하고 가르쳤으며, 현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스 대학 신학부의 구약학 교수로서 인간 존엄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 중이다.

  옮긴이  : 정혜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 기독교학을 수학하고, 동 대학원 기독교학과(성서신학)에서 신약성서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마쳤다. 현재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기독여민회 연구실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국적 작은 교회론』(공저)을 쓰고, 『여성들을 위한 성서주석』(구/신약편)(공역)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