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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사제가 미국 유학 생활 중에 취미로 시작한 마라톤에 푹 빠졌다.
보스턴, 뉴욕, 시카고, 도쿄 같은 세계 메이저 마라톤 대회뿐 아니라 제주, 경주, 춘천 마라톤 대회 등 국내 마라톤 대회에도 꾸준히 참가하며 지금도 달리고 있다.
단순히 취미로, 건강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뜻있는 이들의 후원을 받아 마다가스카르, 중앙아프리카, 볼리비아의 가난한 이들에게 전달한다.
사제로서 달리기를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달리는 기쁨을 나누고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을 하나의 사명으로 여긴다.


가장 충만히 살기 위해 달린다


가톨릭 사제인 저자는 2003년 신학생이던 시절 미국 클리브랜드로 유학을 간다. 거기서는 농구와 미식 축구가 인기 있는 운동이었는데 덩치 크고 어린 학부생들과 어울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때 만난 것이 달리기다. 달리기는 혼자서도, 날씨가 좋든 나쁘든 자기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운동이었다. 격렬하게 달리고 땀을 쏟고 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유학 생활의 외로움도 달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영화 「말아톤」을 보고 마라톤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마라톤에 푹 빠지고 만다. 클리브랜드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 하프 코스를 시작으로 다음에는 풀코스를 완주하고, 나아가 보스턴, 시카고, 뉴욕 마라톤 대회 같은 세계 메이저 대회에도 참가한다. 그러나 저자는 단순히 열심히 달리고 기록을 남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2005년 여름 미국 가톨릭 구제회에서 신학생들과 성직자들을 위해 마련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마다가스카르로 떠났다. 거기서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쉼터’에서 사람들에게 식사를 나누어 주고 사람들과 어울려 춤도 추고 노래를 부르다가 ‘사라’라는 어린 아이와 눈이 마주친다. 저자는 “그 눈빛이 너무 무겁고 슬퍼서 눈을 뗄 수 가 없었다”라고 표현한다. 그 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달리기를 ‘사라’와 같은 가난하고 힘든 상황에 처한 아이들을 위해 봉헌하기로 결심한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살아있는 사람’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을 모아 함께 달리며 뜻 있는 이들의 후원을 받아 마다가스카르, 중앙아프리카, 볼리비아의 가난한 이들에게 전달한다. 그렇게 ‘살아있는 사람’ 프로젝트가 올해로 17주년을 맞았다. 국내에서는 경주, 춘천, 제주 국제 마라콘 대회 등에 꾸준히 참가하고, 함께 달리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달리기 훈련법도 가르치고 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살아있는 사람’에서는 미국 클리브랜드에서 ‘살아있는 사람’으로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사라’와의 만남으로 어떻게 얼굴을 가진 달리기를 하게 되었는지, 또 보스턴, 뉴욕, 시카고 세계 메이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일, 마지막으로 서브스리에 도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부 ‘사제 생활의 주춧돌’에서는 귀국하여 경주 국제 마라톤 대회 참가를 통해 젊은이들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제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살아있는 사람’ 10주년을 함께 기념하며 새로운 도전으로 제주, 춘천, 군위 마라톤을 뛰면서 성장하는 ‘살아있는 사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3부 ‘함께 꾸는 꿈’에서는 피로 사회에서 바보처럼 뛰는 일을 통해 자신의 몸을 더 깊이 이해하고, 구원을 가져오는 ‘몸의 신학’을 체험하며, 나아가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살아있는 사람’이 함께 꾸는 꿈으로 끝을 맺는다.


이 책은 “지난 16년 동안 마라톤과 함께한 황홀한 이야기”다. 책에서 저자는 달리기의 기쁨, 황홀, 무아의 체험을 나눌 뿐 아니라 달리는 법, 코스별 마라톤 훈련법, 마라톤할 때 유의점 등도 알려 준다. 그리고 함께 달릴 때의 의미와 커지는 기쁨을 전하며 더 많은 이가 달리기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하상바오로 신부님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뜻있는 사람들의 후원을 모아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신부님은 달릴 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하느님을 찬미하게 된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운동이든 취미든 일이든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자신의 살아있음을 느끼고 삶의 기쁨과 의미를 찾으면 좋겠습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



책 속에서

2005년 4월 어느 날, 한국 영화 「말아톤」을 보았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다섯 살 지능의 스무 살 청년 초원(조승우 분)이가 2001년 춘천 마라톤 대회에서 서브스리sub-three(세 시간 이내 풀코스 완주)를 한 실제 이야기였다. 한국에서 500만 명이 보고 감동했던 것처럼, 달릴 때 가장 행복한 초원이를 보며 그때 아무런 맥락도 없이 ‘나도 초원이처럼 마라톤을 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클리브랜드 신학교의 유일한 외국인 유학생으로 살면서 말도 잘 안 통하고 이해도 느리고 학업에서도 늘 뒤처져 있던 나는 초원이와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멋진 말이나 뛰어난 머리로 나를 보여 주기보다 몸으로 ‘내가 여기 있다!’ 하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나 역시 초원이처럼 ‘백만 불짜리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22쪽).


함께 뛰기로 한 학부 신학생 크리스 저루카와 우리 자신을 ‘살아있는 사람’(Living Man)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렇게 ‘살아있는 사람 1’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함께 마라톤 연습을 하면서 우리만을 위해서 달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특히 가난한 어린이들을 돕고 싶었다. 마침 신학교 교수 신부님 가운데 한 분이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신의 저항군’(LRA: Lord’s Resistance Army)이라는 무장 게릴라 반군에게 납치되었다가 탈출한 아이들을 돕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 우리는 ‘살아있는 사람’의 이름으로 그 어린이들을 위해 신학생들과 지인들에게 후원을 요청했고 120달러를 모을 수 있었다.
마침내 대회일이 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21킬로미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수천 명과 함께 도시의 도로 한가운데를 달리면서 내 안에 감추어져 있었던 달리기에 대한 동물적 본능이 깨어났다.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가운데 동물적으로 가장 살아있는 순간을 맛보았다. 이성과 매너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은 자유가 팔과 다리, 심장과 폐를 통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고 영혼마저 고양시켰다. 숨은 몸의 박자며, 땀은 몸의 환희였다. 달리기가 몸을 통해 나에게 주는 고통과 한계를 느끼며 결승선을 향해 뛰어갈 때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존재 방식이 있음을 깨달았다. 1시간 39분의 가슴 벅찬 체험이었다(24-5쪽).


무엇보다 사라를 잊지 않기 위해서, 더 정확히 말하면 내 몸과 마음에 사라를 각인시키기 위해서 달렸다. 사라는 사제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나에게 그냥 사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제로 살 것인가?’에 대한 화두가 되었다. 사제가 되는 것은 하루의 일이지만 사제로 살아가는 것은 평생의 일이다. 그 여정에서 가난한 이를 잊지 않는 것이 나의 사제성소에 중요한 일부가 될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어떤 사제로 살아갈지 답을 찾는 과정이 나에게는 달리기였다. 가장 본질적인 행위 안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반복적으로 되새기는 것, 그제야 나의 달리기가 얼굴을, 아름다운 사라의 얼굴을 가지게 되었다(35쪽).

   추천의 글

시작하며_ 첫발

1부 살아있는 사람
 「말아톤」: 누구나 처음이 있다
 사라: 마다가스카르의 기억
 클리브랜드: 나의 마라톤 성소
 사제 서품: ‘살아있는 사람 3, 4’
 마침내: 보스턴 마라톤 대회
 서브스리: 벽에 부딪히다
 ‘살아있는 사람 7’: 157명이 달리다


2부 사제 생활의 주춧돌
 “월요일을 기억하라”
 살아있기에 아름다운 사람 1: 아눈시앗따 수녀님
 8년 만의 귀국: 그리고, 볼리비아
 바쁜 일상: 젊은이들과 함께
 살아있기에 아름다운 사람 2: 지미 멘크하우스
 “어떻게 매일 뛸 수 있어요?”
 ‘살아있는 사람’ 10주년: 뿌리를 내리다
 살아있기에 아름다운 사람 3: 김은준 시몬
 바람이 불어오는 곳: 제주 국제 마라톤 대회
 자비의 얼굴: 춘천 마라톤 대회
 살아있기에 아름다운 사람 4: 이동욱 베드로・박성희 프란체스카 부부
 마라톤의 변화: 군위 삼국유사 마라톤 대회


3부 함께 꾸는 꿈
 “바보야”
 피로 사회: 달리기는 행복
 살아있기에 아름다운 사람 5: 박비오 신부님
 달리기: 몸에 대한 도전
 사람은 몸이다
 살아있기에 아름다운 사람 6: 윤현지 요안나 프란체스카
 ‘살아있는 사람’
 나의 꿈
 꿈은 이루어진다
 함께 꾸는 꿈


마치며_ 그리고, 다시 첫발
참고 문헌
감사의 말




작곡: 김 하상바오로


가톨릭 사제이자 러너.
스물일곱에 신학교에 입학하여 20년을 신학생과 사제로 산 후에야 다리(bridge)가 되는 삶,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다.
가장 열정을 쏟는 달리기를 더 잘하기 위해, 그리고 해야 할 것을 잊지 않고 살기 위해 계속 달린다.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예루살렘을 향해 걸었던 스승님을 따르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며, 그 길에서 ‘살아있는 사람’(Living Person)을 만나 17년째 ‘달리는 신부’(Running Father)로 함께 뛰고 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효성캠퍼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