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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신앙의 여정을 풀어내는 안셀름 그륀 신부의 산행 에세이

우리는 인생을 때로는 등산에 비유하기도 한다. 산에 오르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공을 들여 정상에 도착하고 나서, 혹은 불가피하게 다시 뒤돌아 내려와야 하는 일련의 과정은 그래프로 표현한 삶의 곡선과 묘하게 닮아 있음을 본다.
‘유럽인의 멘토’, ‘독일의 성자’ 안셀름 그륀 신부는 등산을 하면서 얻은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등산에서 일상과 신앙의 여정을 들여다볼 수 있음을 독자에게 상기시킨다. 『인생이라는 등산길에서』는 등산의 각 과정을 준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일상과 신앙 또한 준비해서 살아 낼 수 있음을 안셀름 그륀 신부의 풍요로운 메시지가 담긴 읽기 쉬운 글로써 소개한다.

삶의 여정을 걷다 인생이라는 산을 걷다

우리나라는 어느 곳에서나 쉽게 산을 만날 수 있다. 산 중에는 설악산이나 한라산과 같은 높고 험한 산도 있지만, 서울의 남산과 우면산, 청계산 등 쉽게 오갈 수 있는 야트막한 산들도 많다. 그래서 예로부터 산은 우리 곁에서 전화戰禍의 피난처가 되기도 했고, 풍류를 즐기기 위한 쉼의 공간이 되기도 했으며, 누군가에게는 수도修道를 위한 도량이 되어 주기도 했다.
산에 오르는 사람은 모두가 언젠가는 산에서 내려와야 한다. 아무리 많은 공을 들여 정상에 올랐다고 해도 내려오지 않고 그 위에서 계속 머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마찬가지, 세상에 태어나 자라고 한 사람의 몫을 해내면서 인생의 절정에 도달하는 순간은 곧, 우리가 시쳇말로 ‘인생의 내리막길’이라 표현하는 생의 마지막을 향하는 구간으로 접어드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 높고 낮아지는 인생 곡선 그래프의 모습이 마치 산의 이어지는 능선 같기도 하다.

일상의 공간이자 신과 소통하는 공간, 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하늘과 가장 가까운 지상의 공간은 산일 것이다. 산의 정상, 하늘과 가장 맞닿아 있는 곳을 우리는 ‘하늘 아래 1번지’라 부르기도 한다. 그 공간적 특수함으로 인해 예부터 산은 ‘신성한 곳’, ‘숭배의 장소’로 인식되었다. 성경의 창세기에는 하느님께서 세상 만물을 창조하신 후, 해가 뜨는 곳인 동쪽에 ‘에덴’이라는 동산을 두셨고, 탈출기의 모세는 시나이(호렙)산에서 주님의 천사를 만나 자신의 소명을 깨달았으며, 이집트를 탈출한 후 그곳에서 하느님을 뵙고 계약을 맺어 그 계약의 실천 사항인 십계명을 받았다.
예수님께서는 자주 산에 가시어 기도하셨다. 새 계약의 백성에게 참행복을 선언하셨던 곳도 산이었으며, 잡히시기 전날, 당신께 닥칠 고난에 고뇌하며 간절히 기도하셨던 곳도 올리브산이었다. 그러나 산은 유혹의 장소이기도 하다. 공생활 전 예수님께서는 산에서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예수님께 산이란 계몽과 가르침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는 장소이자 유혹과 고난, 두려움, 고독의 장소였던 것이다.

성장과 보상 그리고 귀환 삶의 축소판인 등산

동네 근처의 얕은 산을 갈 때에도 사소하나마 일정과 계획이 필요하다. 어느 길을 거쳐서 어디까지 갈지,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이며 돌아오는 길에는 어떤 장소를 거칠지, 돌아와서는 그 이후에 무엇을 할지 등을 생각해 둘 필요가 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우리는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자신을 움직이며, 그 계획의 결과에 따른 보상 또한 얻거나 얻지 못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계획–실행–결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동네 근처의 산에 오를 때도 물론이지만, 우리 각자가 자신의 삶을 살아갈 때에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안셀름 그륀 신부는 자신의 경험에서 가져온 등산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상황에 비견해 이야기를 서술한다. 우리도 이미 등산에 대해 알고 있고, 많던 적던 등산을 해 본 경험 또한 갖고 있기에, 안셀름 그륀 신부 개인의 경험이 우리에게도 일어났을, 혹은 일어날 법한 이야기가 되어 감동으로 다가온다. 등산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고 완벽에 가까운 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산에 가기로 한 당일의 상태에 따라 주저하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계획을 철회하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이런 머뭇거림은 드물지 않다. 그러나 때로는 이러한 머뭇거림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기도 한다. 머뭇거림은 숙려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 고민과 기다림의 시간은 우리가 산을 향해, 혹은 우리 삶의 목표를 향해 한 발 더 나아가도록 돕는 디딤 발이 되어 주기도 한다.

인생이라는 산을 지혜롭게 내려오는 길

한 사람의 인생은 하나의 산을 오르내리는 것과 같다. 단 한 번만 오르고 내릴 수 있는 산. 누군가는 산의 초입에서 높은 봉우리를 보며 몸을 풀고 있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정상에 닿기 직전의 가장 경사가 심한 구간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을 것이다. 정상에 올라 자신이 내지른 환호성의 메아리에 도취되어 희열을 느끼는 이도 있을 것이고, 산에서 내려가면서 산에서의 남은 시간을 정리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인생이라는 산을 내려온 후에는 새로운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하느님을 향한 여정이다. 그 여정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홀로 누구의 도움 없이 걸어야 하는 길이다. 그곳이 “영원한 빛과 사랑으로 가득한” 곳이기를 희망하면서 우리는 그곳으로 향해 간다. 그 새로운 여정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미래의 그 여정을 준비하면서 오늘을 사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앙의 안내자이면서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안셀름 그륀 신부의 이 책은 낯선 산길에서 내 갈 곳을 알려 주는 반가운 이정표와도 같다.

책 속으로

삶은 자신의 두 발로 떠나는 도보 여행이지 자동차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여행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삶의 여행용 가방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원하는 모든 것을 가방에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만을 추릴 수 있어야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것이다.
- 20쪽, 들어가는 말

나는 오래 전부터 산행을 삶의 여정과도 같은 의미로 받아들였다. 산행이나 인생 모두 결국에는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이를 시험해 보며 또 그러한 경험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것이기에 나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인생길을 등산에 빗대어 묵상하고 싶다.
- 23쪽, 들어가는 말

어떠한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자연스레 다른 길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 산행에서 선택하지 않은 길은 언젠가 다시 걸을 기회가 있을 거라고 위안을 삼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우리네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동시에 모든 것을 택할 수는 없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한 가지를 택한다는 것은 결국 그 한 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다른 길에서는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 36쪽, 출발하기에 앞서

산을 오르기 전에 누구와 함께 등산하면 좋을까를 먼저 고민하게 되는데, 이는 산행 에서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생길에서 나를 이끌어 줄 사람이 누구일까? 물론 나와 대화도 잘 통하고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면 좋을 것이다. 더욱이 그 사람이 내가 올바른 길을 찾도록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내게 동기를 부여해 주고, 힘을 주며,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 길을 잃지 않도록 곁에서 돌봐 줄 수 있는 사람, 인생의 동반자가 필요한 것이다.
- 56-57쪽, 출발하기에 앞서

산행을 위해 길을 나설 때면 나는 등산 자체가 우리 인생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각자는 자신의 흥미나 기분에 따라서만 살 수는 없다. 나의 내면뿐 아니라 주위에 놓여 있는 수많은 장애물은 결국 내가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것들이다. 만일 이러한 장애물과 마주하여 포기해 버린다면 나는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 69쪽, 출발

삶은 길과도 같다. 중국에서는 이를 내면의 ‘도道’라고 한다. 즉 우리는 살아 있는 내내 언제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길을 걷는 사람은 변화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걸음으로써 자신의 근심과 걱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쇠렌 키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는 “내가 진정 벗어날 수 없는 근심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내가 걷는 것에 마음을 집중할 때 비로소 근심과 걱정, 목표점에 도달해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
- 89쪽, 출발

일상에서도 마치 산등성이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직장에서 승진한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외로운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은 산등성이에 오를 때는 사실 누구나 홀로 걷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어느 누구도 곁에서 나란히 함께 걸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누군가 한 사람은 넘어져 아래로 굴러 떨어질 수도 있다. 무턱대고 하산할 생각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 118쪽, 출발

산에 오르다 보면 대개 정상 근처의 마지막 코스가 가장 힘겹다. 정상이 바로 눈에 들어올 것 같은데, 아직 남은 등산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파르고 여전히 길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럴수록 정상에 도착했을 때 느껴지는 감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힘든 시간을 버텨 낸 것이 그만큼 가치가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 124-125쪽, 정상에 오르다

기도 중에 변모하는 체험을 하기에 산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 산 정상에 오를 때면 나는 함께 간 사람들과 함께 정상 한가운데 모셔진 십자가 앞에 운집해 있는 등산객들을 피해 한적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는다. 되도록 조용한 곳을 찾는데, 멀리 있는 경치를 즐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산이 간직하고 있는 신비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이다. 침묵 속에 가만히 앉아 하느님을 향해 마음을 열면 매우 심오한 기분이 드는데, 제자들이 그날 산에서 예수님과 함께 겪은 일이 그려진다.
- 135쪽, 정상에 오르다

산에서 내려오는 것을 단순히 외적인 측면에서의 어떤 과정이라고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우리 삶에 서도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늘 위를 향해 올라가기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가거나 은퇴하여 직장을 떠나는 것도 하나의 하산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더 이상 예전만큼 높은 산꼭대기까지 오를 수 없을뿐더러, 걸을 수 있는 시간 역시 예전처럼 그렇게 길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평평한 길에 놓인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기쁜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
- 159쪽, 산에서 내려오다

많은 길을 홀로 걸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하느님 앞에 홀로 선 채로 그분이 내게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며, 무엇이 내게 합당한지 찾기 위함이다. 또한 인생의 가장 마지막 길, 즉 죽음의 문을 지날 때도 결국에는 혼자 가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에 이르는 순간, 누군가가 곁에서 자신을 지켜봐 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죽음의 문을 지나고 나면 이들과도 헤어지고 우리가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곳으로 홀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물론 그곳이 영원한 빛과 사랑으로 가득하고 죽음보다 강한 곳이길 희망하면서.
- 204쪽, 산에서 내려오다

산 위에 서면 그동안 내가 마음속에 그렸던 하느님의 모습도 모두 사라진다. 그저 그분이 창조하신 아름다움을 보며 그분은 도대체 누구실까 상상해 보지만, 구체적인 모습을 떠올리려 애쓰지는 않는다. 하느님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곳 너머에 계시기 때문이다. 산 위에서 나는 어떠한 그림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하느님께 내 마음을 연다. 그러면, 고요함을 뚫고 그분의 성령이 바람처럼 달려와 나를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신다.
- 231쪽, 성경 속으로

시편은 물론이고 여러 성경에 하느님의 거룩한 산에 관해 이야기하는 예언자들이 다수 등장한다. 모든 산은 저마다 인간이 감히 다다를 수 없는 거룩함을 간직하고 있다. 영험해 보이기까지 하는 높은 산들은 사람들 위로 들어 올려지는 듯하다. 시편 저자가 48편에서 노래하듯, “거룩한 그 산, 빼어난 언덕은 온 세상의 기쁨”(시편 48,3)이다.
- 237쪽, 성경 속으로

하느님께로 향한 여정에 멈춤이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이 길은 나의 영혼을 하느님께 들어 올리는 일이다. 하지만 영혼의 밑바닥으로 내려가거나 일상의 계곡 아래로 빠져드는 것도 나의 영적 여정의 한 부분임이 틀림없다. 이 모든 것이 나와 그분의 관계는 물론 나 자신과의 동행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 253쪽, 돌아보다




추천사 - 인생이라는 산을 걷다 

들어가는 말 

제1장 출발하기에 앞서 

경로 설정하기

위험을 무릅쓰고 떠나기 

머뭇거림

동반자 

제2장 출발 

떠나기

자아 성찰

목표 지점 기억하기

한 걸음 한 걸음

휴식과 재충전

샘물 찾기

다시 떠나기

한계 체험

제3장 정상에 오르다 

절정 체험

선명하게 보기

주님의 축복을 믿으며

산에서의 유혹

제4장 산에서 내려오다 

내려오기

되돌아가기

자신의 한계 받아들이기

일상으로부터의 도피

길에서 겪는 위험

홀로 걷기

제5장 성경 속으로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

산들을 우러러 눈을 드노라(시편 121,1) 

그 무렵에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나가시어(루카 6,12)

나와서 산 위, 주님 앞에 서라(1열왕 19,11) 

높은 뫼들 백성에게 평화를 주고, 언덕들은 정의를 안겨 주리이다(시편 72,3)

거룩한 그 산, 빼어난 언덕은 온 세상의 기쁨(시편 48,3)

카르멜산으로(1열왕 18,19; 2열왕 2,25) 

제6장 돌아보다 

글쓴이 : 안셀름 그륀

1945년 독일 뢴 융커하우젠에서 태어나 1964년 뷔르츠부르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성 베네딕도회 뮌스터슈바르차흐 대수도원에 들어갔다. 1965년부터 1974년까지 상트 오틸리엔과 로마 성 안셀모 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전공하고, 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뉘른베르크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오랫동안 뮌스터슈바르차흐 대수도원의 재정 관리자로 일했다. 현재는 피정 지도와 영성 지도, 강연과 저술을 주로 하고 있다. 그는 지역과 종교를 뛰어넘어 많은 독자의 영혼에 깊은 울림을 주는 우리 시대 최고의 영성 작가다. 


옮긴이 : 김기철

독일 뤼네부르크 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독일 림부르크 교구의 종신 부제 준비 과정에 참여하면서 성소를 키워 가고 있으며, ‘말씀지기베드로’라는 유튜브 채널에 꾸준히 성경 말씀을 녹음하여 나누고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한인 성당에서 전례 분과장으로 봉사하고 있으며, 현재 프랑크푸르트에 소재한 전라남도 국제협력관 유럽사무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