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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Meditationen zur Karwoche


베네딕도 16세가 추기경이던 시절 독일의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 성주간 해설을 책으로 엮었다.
뛰어난 신학자인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사건을 쉽게 풀이한다. 짧지만 깊고 아름다운 해설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참의미를 전해 준다.


성주간의 참의미에 관한 짧지만 깊은,
쉽지만 아름다운 묵상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은 그리스도 교리의 핵심이다. 교회 전례는 한 해 중 성주간과 부활절 전례를 핵심으로 여긴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기쁨만 만끽하려 할 뿐 그분의 십자가 못 박힘과 죽음에 대해서는 눈을 돌리고 싶어 한다. 주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성금요일, 무덤에 묻히신 성토요일의 끝없는 어둠을 애써 외면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성주간 전례를 생각할 때 성목요일 저녁, 주님 만찬 미사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주님께서 사도들의 발을 씻겨 주신 것을 기억하는 강렬한 의식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미사도 드리지 않는 성금요일과 성토요일, 우리는 좀 더 깊이 그분의 십자가 죽음을 묵상해야 할 것 같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고 없는 이틀 동안 우리 마음도 왠지 스산하다. 성주간을 그저 긴 사순 시기의 끝, 곧 올 부활을 기다리는 날로 어영부영 보낸다면 과연 부활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작은 책은 주님의 죽음과 주님이 무덤에 묻혀 계신 이틀 동안의 의미를 깊이 있게 묵상하며, 함께 기도하기를 권한다. 주님은 왜 십자가에 못 박히고 죽임을 당했는가? 요한 복음서를 중심으로 구약과 신학 전통의 흐름 안에서 예수님이 우리를 대신해서, 우리를 대표해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의미와 그 사건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말한다. 또한 그리스도교가 십자가에서 창에 찔린 주님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피에서 기원함을 밝힌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돌아가시고 묻히신 날, 이 세상에 그리스도가 없는 날, 신이 죽고 없는 날을 우리는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하느님의 아들이 인간과 똑같이 죽음을 맞았다는 것은 우리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가? 십자가는 단순히 고통과 죽음을 상기시키는 것이 아니다.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그분의 사랑의 표현이며 다가올 희망의 상징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의 의미를 알고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를 알아들을 때 우리는 십자가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으며, 부활의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성주간 동안 그분의 죽음과 묻히심을 묵상하지만, 그분의 죽음은 단순히 어두움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다. 성주간 동안 이 책과 함께 주님의 죽음을 묵상하고, 같이 기도하면서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과 희망의 참의미 그리고 우리 신앙의 정수를 깊이 느끼기를 바란다.



책 속에서

“그들은 자기들이 찌른 이를 바라보리라”(19,37). 요한 복음사가는 주님의 수난 사화를 이 문장으로 끝맺습니다. 또한 그는 우리가 “신비로운 계시”라고 부르곤 하는 신약성경의 마지막 책을 이 문장으로 시작하면서 오실 그리스도의 모습을 제시합니다(묵시 1,7 참조). 구약의 이 예언적 말씀(즈카 12,10 참조)이 두 번 인용되는 사이에서 모든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즉, 주님의 십자가 못 박힘과 재림 사이에서 이 말씀은 교수대에서 범죄자처럼 돌아가신 분의 굴욕에 관해, 또한 세상을 심판하러 오실 우리 심판관의 능력에 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9쪽).


주 예수 그리스도님, 이 성금요일에 당신과 당신의 꿰뚫린 심장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날마다 헛되고 비천한 것을 즐기는 우리 눈과 정신이 이 시간의 모든 감추인 것들을 관통하여 진정한 구원자를 보게 해 주십시오. 당신은 백 배의 사랑의 열매를 맺는 죽은 밀알이십니다. 우리는 그러한 당신으로부터 살고 있습니다. 주님, 당신께서 우리를 밀알로 쓰기를 원하신다면, 허풍 떨면서 숨어 있는 자기 보호의 작은 모자 안에서 우리를 꺼내고 싶으시다면 우리가 어찌 주저하겠습니까? 어찌 버티겠습니까?(23쪽).


평화가 없는 곳에 평화를 주소서. 당신만이 인간의 끔찍한 완고함 속에서 평화를 주실 수 있습니다. 굶주린 자를 먹이고 벌거벗은 자를 입히고 부서진 자를 위로해 주소서. 당신은 모든 이의 위로자이십니다.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27쪽).



성금요일
 첫 번째 묵상
 두 번째 묵상
 기도
 청원


성토요일
 첫 번째 묵상
 두 번째 묵상
 세 번째 묵상
 기도



지은이 : 요제프 라칭거
1927년에 바이에른주 마르크틀 암 인에서 태어났고, 프라이싱과 뮌헨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본・뮌스터・튀빙겐・레겐스부르크 대학 가톨릭 교의신학 주임교수로 재직했으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젊은 나이에 공식 신학 전문가로 활약했다. 1976년에 뮌헨 교구장이 되었고, 이듬해에는 추기경으로 서임되었다. 교회 안팎의 격동기에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오래 일하다가 2005년 봄, 베네딕도 16세로서 베드로 사도좌에 올랐다.

주요 저서로는 『전례의 정신』,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미래의 도전들』, 『주님은 우리 곁에 계신다』, 『그리스도 신앙, 어제와 오늘』, 『나자렛 예수 1,2』 등이 있다.


옮긴이 : 김혜진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