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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예수 데레사 성녀를 키운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을까?

국내 처음으로 소개되는 루이 마르탱과 젤리 마르탱 성인 전기!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전 세계를 덮친 이후,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이 달라지고 있다. 종교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미사에 참례하기 어려워지면서 본당 중심의 신앙생활에서 삶 안에서의 신앙을 실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교회는 특히 삶의 튼튼한 기반이 되어 주는 보금자리인 가정 공동체가 좋은 신앙의 못자리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만큼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는 가정에서의 신앙생활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은 가정 안에서 어떻게 하면 참된 신앙인으로 살 수 있을지 고민한다. 

 《루이와 젤리》는 이런 신자들의 물음에 답을 준다. 이 책은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성녀라 일컬어지는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의 부모님인 루이 마르탱과 젤리 마르탱의 이야기이다. ‘현대의 성가정’이라 불리는 이 가정에서는 데레사 성녀를 포함한 5명의 자매들이 모두 수도자가 되었고, 부모님 역시도 최근에 시성되었다. 이는 참된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여 준 부모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녀의 부모님은 과연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이 책에서 인상 깊은 부분은 평범함에서 빛을 발하는 그들의 신앙이다. 두 사람은 평범한 삶이 주는 안락함에 머무르지 않고, 가족뿐 아니라 소외된 이웃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헌신하며 살아 있는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소박한 삶 안에서 그 누구보다도 빛났던 신앙으로 우리 역시도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해 준다.

 

삶의 순간마다 하느님을 찾았던 사람들, 

‘작은 길’ 영성의 시작이 되다

 이 책은 루이와 젤리의 유년 시절부터 첫 만남, 결혼, 죽음에 이르는 생애 전반을 섬세한 필체로 그려낸다. 저자는 특히 그들 삶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신앙을 집중적으로 보여 준다. 루이와 젤리는 그 누구보다도 성인이 되길 꿈꾸었다. 그들은 성경 속 사라와 토비야처럼 부부로서 신의를 다했고, 아브라함처럼 아이들에게도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 주었다. 또한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도 늘 하느님을 찾으며 그분의 지혜를 구했다. 

 하지만 그들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때로는 미사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험담을 했다가 후회하기도 하고, 부부간에 사소한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사랑했던 아이들과 부모님의 죽음, 전쟁, 갑작스레 찾아온 병마와 마주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그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하느님께서는 거센 비가 몰아쳐도 이내 비를 피할 우산을 건네주시리라 희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오로지 그분께 의탁하는 영웅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이 책은 어느 가정의 아름다운 일화를 보여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로써 절망의 끝에 다다른 순간에서도 하느님만을 향했던 이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삶에 대한 용기를 불어 넣는다.

 

신앙 안에서 좋은 가정을 이루도록 이끌어 주는 지침서

 성가정 상이나 성화를 보면 늘 다정하고 따스한 기운이 감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성모님과 예수님의 고통, 그리고 묵묵히 그들을 바라보며 기도했던 요셉 성인의 아픔이 묻어 있다. 이처럼 마르탱 가족의 삶도 마냥 장밋빛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도 요즈음 사람들처럼 육아와 일 사이의 균형을 찾느라 고민했으며, 수시로 병에 걸리는 아이들을 간호하며 노심초사했다. 그리고 딸들 중에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던 셋째 레오니를 키우며 힘겨워 했던 일을 솔직히 고백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보다 하느님께서 이 아이들을 진정으로 돌보신다는 것을 잘 알았다. 젤리는 이렇게 말했다. “나처럼 아이들을 많이 기르려면 많이 희생해야 돼. 또 하느님의 일꾼으로 새로 뽑힌 이 아이들이 하늘나라를 풍요롭게 하리라는 희망을 가져야 해.” 이처럼 그들은 아이들이 하늘나라를 풍요롭게 하도록 태어난 소중한 일꾼이라고 여기고, 삶의 어느 순간에서도 최우선으로 하느님을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다. 

 마르탱 집안 딸들은 늘 서로를 믿고 신뢰하며, 신앙 안에서 자신들을 키운 부모의 성덕을 보고 자랐다. 이런 모습은 자녀들에게도 성소의 씨앗을 뿌려 주었고, 참된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해 주었다. 그러기에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성인’으로 일컫는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를 키워낼 수 있었고, 다른 딸들도 수도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이런 모습은 어떻게 신앙 안에서 좋은 가정을 이룰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어 줄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보잘것없는 우리 가족을 선택해 주셨다.”

가장 평범한, 그러나 위대한 성인이 되다

 생전에도 살아 있는 성인으로 추앙받았던 이 부부는 마침내 2015년 10월 18일에 시성되었다. 교회가 최초로 한 부부를 성인으로 시성한 것이다. 현실에 발을 딛고 하느님을 향해 온 마음을 다했던 그들의 평범한 삶은 마침내 그들을 성인으로 발돋움하게 해 주었다. 

 이처럼 모든 삶 안에서 하느님을 향한 사랑으로 용감하게 나아갔던 그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평범한 삶 안에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께 마음을 두고 의지하는 삶이 아주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그로 인해 우리도 성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사람이 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교황청 시성성 장관 안젤로 아마토 추기경은 마르탱 부부의 시성에 대해 “사제나 수도자만 성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평신도들도 성인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기에 우리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이 부부가 성인으로 시성되는 이 여정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또한 부부 간의 진정한 사랑과, 어떻게 하면 나의 자녀를 하느님께 사랑받는 자녀로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순수하게 가족을 사랑하며 하느님을 찾았던 마르탱 부부는 지금도 치유를 간청하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있다. 또한 자신들이 걸어갔던 그 길을 함께 걷자고 초대하며 한 줄기 빛을 선사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에, 마르탱 부부가 보내주는 그 빛을 느낄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한다. 시련의 어둠 안에서도 그 빛을 따라가며 감사하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가득 채워질 것이다. 

 

 

본문 중에서

 

 루이와 젤리는 돈독한 우정을 나누는 부부였다. 서로에게 한없이 다정했고 모든 것이 잘 통했다. 우정은 세월이 갈수록 깊어져 갔다. 혼인한 지 5년이 흘렀을 때, 젤리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루이와 있으면 정말 행복해. 루이는 내 인생을 정말로 달콤하게 만들어. 남편은 성스러운 사람이야. 모든 여성에게 이런 성스러운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 젤리는 루이 이야기를 하거나, 루이와 대화하면서 이름을 부를 때는 이름 앞에 수식어를 넣어 부르기를 좋아했다. 그 수식어는 항상 같았다. “참 좋은 우리 루이”. 짧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 주는 표현이다. 

― 42p ‘2장 사랑으로 맺어지다’ 중에서

 

 그들은 삶이 주는 기쁨에 감사하고, 삶의 십자가를 짊어지며 평범한 삶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았다. 그리고 그분께 모든 걸 내어 맡기고 신뢰하였으며, 이웃에게도 헌신했다. 그들의 영성은 화려한 면모를 지닌 일반적 성인들과는 다른 특별한 평범함 속에 뿌리를 내렸다.

― 66p ‘3장 모든 것은 하느님을 위해’ 중에서

 

 몇 주 전 일요일에 (어린 데레사와) 산책을 했어. 그날 데레사는 미사에 가지 않았어. 데레사는 미사를 ‘미다’라고 발음했지. 집에 왔는데 데레사가 ‘미다’에 가고 싶다고 말하면서 날카롭게 소리를 질러 댔어. 그러더니 문을 열고는 성당 쪽으로 뛰쳐나갔어. 밖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어서, 데레사를 돌아오게 하려고 쫓아갔는데 데레사가 외치는 소리가 한참 동안 계속 들렸어. …… 데레사가 성당 안에서 나에게 큰소리로 말했어. “나, 미다에 있어, 여기! 나 착한 하느님한테 기토 많이 했어.”

 미사 참례는 마르탱 가족에게 생명을 위한 필수품이자 휴식이며 축제였다. 피곤하거나 고민이 있더라도 미사에 빠지지 않았다. …… 마르탱 부부의 성덕은 성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자세에도 드러난다. 아이들 역시도 늘 성체를 모시는 준비에 최선을 다했다. 그 예로 첫영성체를 충실히 준비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레오니를 성모 마리아 방문 수녀회 기숙사로 보냈다. 사소한 일상은 모두 하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매일, 매 순간 준비하는 거야.”

― 67~68p ‘3장 모든 것은 하느님을 위해’ 중에서

 

 젤리는 가족에게든, 일에서든, 가난한 사람에게든 항상 헌신했다. 그리고 아픈 아이를 위해서나, 주문받은 일을 끝내기 위해서 한밤중에 깨어 있곤 했다. 자주 피로했지만, 여기저기에서 자신을 찾는 이들의 요청에 부응하고 싶었다. “사랑이란 전부 주는 것이자 스스로를 주는 것입니다.” 데레사는 이렇게 썼다. 젤리도 마찬가지로 남편과 아이들, 고객들, 문을 두드리는 모든 사람들, 작업자들을 사랑했다. 늘 일이 넘쳐서 힘들어했음에도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루카 17,10) 복음 속의 이 말씀처럼 자신의 의무를 다할 뿐이라고 느꼈다.

― 126~127p ‘5장 마르탱 기업’ 중에서

 

 두 사람은 시련 속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깨달았다. 고통과 죽음은 이제 불합리한 것이 아니라 딸 데레사가 말한 것처럼 “사랑의 매”였다. 하느님께서는 시련에서 은총이 나온다는 것을 아시고 끊임없이 자녀들과 동행하신다. 이것이 마르탱 부부의 고통의 신학이었다. 그들은 이 신학을 깊이 있게 경험하고 구현하였다. 젤리는 또 한 번의 죽음을 겪은 후에 이렇게 정리했다. “사랑하는 내 동생, 우리 투덜대지 말자. 주인은 선하신 하느님이야. 그분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우리를 이보다 더한 고통 속에 두실 수 있어. 하지만 언제나 우리에게 구원과 은총을 주실 거야.” 이 모든 고통에도 선하신 하느님 아버지를 향한 젤리의 믿음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젤리는 이 슬픈 시기를 돌아보며 덧붙였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힘을 넘어서는 그 이상은 절대 주지 않으셔. …… 나는 사업과 온갖 고민에 시달렸지만 하늘에서 나를 지탱해 주신다고 굳게 믿어.

― 161~162p ‘7장 시련의 시간’ 중에서

 

추천의 말 8

머리말 10

 

1장 그분의 뜻을 찾다 25

2장 사랑으로 맺어지다 39

3장 모든 것은 하느님을 위해 65

4장 부모의 소명 87

5장 마르탱 기업 121

6장 전교 부부 139

7장 시련의 시간 151

8장 젤리의 수난 175

9장 루이의 봉헌 207

 

맺음말 가장 평범한, 그러나 위대한 성인 243 



저자 엘렌 몽쟁

엘렌 몽쟁은 철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수년간 리지외 중앙 사무소Office Central de Lisieux에서 근무한 뒤, 지금은 글을 쓰고 있다.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에게 열정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성녀를 다룬 작은 책인 《아기 예수의 데레사 성녀와 함께 하루 한 가지씩 생각하기Une pensée par jour avec sainte Thérèse de Lisieux》, 《루이 마르탱, 젤리 마르탱과 드리는 2주일 기도Prier 15 jours avec Louis et Zélie Martin》를 썼다. 

 

역자 조연희

동덕여자대학교 프랑스어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졸업하고, 전문 통번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거꾸로 자라는 나무》, 《가시를 빼내시는 성모님》, 《엄마와 춤을 추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