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추억이 아무리 아름다운 보석으로 빛을 발한다 해도
오늘의 내겐 오늘의 네 소식이 가장 궁금하고 소중할 뿐이구나, 친구야."
이해인 수녀가 친구에게 보내는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편지
지난 반세기 동안 글을 써온 이해인 수녀는 시와 산문에서 우정에 관한 글들을 자주 써왔다. 수녀는 친구들에게 바치는 수많은 사랑의 헌사를 늘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내고 싶었는데, 어른을 위한 그림책 [친구에게]로 그 바람을 이루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머리글에 밝힌 대로 기존 발표한 산문집 가운데 소개하고 싶은 우정에 관한 구절을 골라 가다듬어 엮었고, 일부 새롭게 쓴 글이 함께 담겼다. 어느 한 명의 친구가 아닌 긴 세월 속에 만난 여러 친구들을 떠올리며 쓴 글로 친구의 의미, 이상적인 우정의 모습, 우정을 가꾸는 데 필요한 마음가짐이 무엇인지를 사색하게 한다. 총 32편의 글은 우정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다시금 깨닫게 하고, 그리운 친구에게 지금 즉시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게 만든다. 수녀의 사려 깊은 짧은 글과 이규태 화가의 아름다운 그림이 어우러진 [친구에게]는 애틋한 친구가 보내온 정성 어린 편지처럼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이 책에 담긴 친구의 모습은 어느 한 사람이 아닌 여럿을 염두에 두고 쓴 글입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 어린 시절의 골목길 동무들. 학창 시절에 만난 친구들. 수녀원에 입회해 만난 동료들,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하며 인연을 맺은 오래된 독자들. 영적 도움을 준 친지와 사제들, 직접 만난 일은 없으나 편지로 꾸준히 만남을 이어온 해외 독자들….
이 모든 친구들이 저에게 다정한 애인이며 은인, 도반이며 수련장, 그리고 때로는 엄중한 스승의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 '머리글' 중에서)
서로에게 거리를 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우정과 사랑을 전해야 할 때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며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때이다. 이 시기 이해인 수녀가 우정을 다룬 뜻깊은 책을 선보인다. 수녀는 오히려 이 어려운 시기에 우정과 나눔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소중한 이들을 위해 물리적 거리 두기를 잘 지키면서도 마음을 멀리하거나 미루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기, 우리는 나라와 나라 사이, 개인과 개인 사이의 우정과 나눔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일상의 소소함을 함께 나눈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되었지요. 서로가 서로에게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존재임을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이 절감하는 날들입니다. 내가 누군가의 친구가 되고, 또 누군가 나의 친구가 되는 기쁨이야말로 살아서 누리는 가장 아름다운 축복일 것입니다. 가까운 이들과도 본의 아니게 거리를 두어야 하는 이 시기 소중한 친구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표현해보면 어떨까요. 바로 지금 말입니다.
( '머리글' 중에서)
쉼 없이 헤아리고 가다듬어야 얻을 수 있는
보석같이 빛나는 우정
수도자로, 시인으로 삶을 산 이해인 수녀는 친구와 어떤 ‘우정’을 쌓아왔을까. 일반인과는 거리가 있는 다른 차원의 모습일 거라 그려보지만 글을 보면 꼭 그렇지 않다. 친구에게 고백하듯 쓴 글들에서 수녀는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은 물론, 우정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마음과 함께 질투하는 마음까지 솔직하게 고백한다. 솔직하면서도 친구를 생각하며 사려 깊게 고른 문장들을 읽으며 아름다운 우정이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나도 없는 여행길에서 네가 다른 사람들과 / 웃고 이야기하는 것을 질투하다가 / 많은 이들이 너를 좋아하는 것이 나에게도 선물이 된다 생각하니 / 마음이 편안해졌어.
( '본문' 중에서)
너에게 편지를 부치러 우체국에 가는 길, 오늘은 비가 내리네. / 너를 향한 동그란 그리움과 기도…. / 멈추지 않는 나의 웃음을 어찌 알고 / 동그란 빗방울들이 봉투에 먼저 들어가 있네.
( '본문' 중에서)
글쓴이 : 이해인 수녀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삼 일만에 받은 세례명이 ‘벨라뎃다’, 스무 살 수녀원에 입회해 첫 서원 때 받은 수도명이 ‘클라우디아’이다. ‘넓고 어진 바다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뜻을 담은 이름처럼, 바닷가 수녀원의 ‘해인글방’에서 사랑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필리핀 성 루이스대학 영문학과, 서강대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했으며, 제9회 '새싹문학상', 제2회 '여성동아대상', 제6회 '부산여성문학상', 제5회 '천상병 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인으로서 40년, 수도자로서 50년의 길을 걸어온 이해인 수 녀는 오늘도 세상을 향해 시 편지를 띄운다. 삶의 희망과 사랑 의 기쁨, 작은 위로의 시와 산문은 너나없이 숙명처럼 짊어진 생활의 숙제를 나누는 기묘한 힘을 발휘한다. 멀리 화려하고 강렬한 빛을 좇기보다 내 앞의 촛불 같은 그 사랑, 그 사람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는 ‘조금씩 사라져가는 지상에서의 남은 시간들’, 아낌없는 사랑의 띠로 우리를 연결 짓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