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도 사랑은 있다
전쟁에 휘말린 사람들 이야기
「전쟁과 사랑」은 엔도 슈사쿠의 신앙과 그리스도관이 드러나는 소설로 제2차 세계대전에 휘말린 사람들 이야기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자란 사치코와 슈헤이, 그리고 이곳에서 선교 활동을 했던 막시밀리안 콜베 신부를 중심으로 두 가지 이야기가 번갈아 나온다. 이 소설은 역사책에서 배웠던 전쟁 속엔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 있고, 그들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사랑을 잊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사치코와 슈헤이
사치코와 슈헤이는 나가사키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 슈헤이는 성당에서 장난꾸러기로 소문이 났지만 사치코는 그런 슈헤이에게 어쩐지 끌린다. 한 동네 남매처럼 지내던 사치코와 슈헤이는 성장하면서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하지만 그들 사이엔 전쟁이라는 장애물이 있었다. 사치코를 사랑하지만 징집된 슈헤이는 그녀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한다. 그럼에도 사치코는 매일 미사에 참례하면서 슈헤이를 위해 기도한다.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자 학생임에도 징집된 슈헤이는 살인하지 말라는 그리스도교의 가르침과 전쟁에서 사람을 죽여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고민한다. 그리고 슈헤이는 자신이 죽이는 사람들에 대한 속죄의 마음으로 자살 특공대에 지원해 전사한다. 사치코는 전쟁이 끝난 뒤 새로운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옛 연인 슈헤이를 떠올리며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이들의 이야기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그리스도교를 적국의 종교라며 은근히 탄압하는 일본의 모습이 나타난다. 또한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릴 때 미군의 상황도 그렸다.
콜베 신부와 사람들
콜베 신부는 실제 인물로서 1930년에 배를 타고 나가사키에 도착해 선교 활동을 펼친다. 얼마 뒤 폴란드로 돌아간 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간다. 생존이 최고 목표인 잔혹한 장소 아우슈비츠에서 콜베 신부는 여전히 하느님 사랑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비난을 퍼붓고 곤란한 상황에 처해도 도와주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 눈길을 끄는 인물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소장 헤스와, 부소장 마르틴, 장교 뮐러이다. 헤스와 마르틴은 두 개의 인격을 가지고 산다. 집에서는 다정한 남편이자 아버지로 살지만 수용소에서는 시체를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는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내면에서 들리는 양심의 소리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 부인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거 같은데?
헤스는 올가가 2층으로 올라간 뒤 두 사람의 가장 큰 관심사를 작은 소리로 물었다.
- 그런 거 같습니다.
- 우리 집사람도 아직 아무것도 몰라.
- 소장님, 소장님은 이 이중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마르틴은 깊은 생각에 빠진 얼굴로 말했다.
- 이 집에 있는 저와 수용소에서 일하고 있는 저는 별개의 인간입니다. 두 개의 인격을 갖고 있다고나 할까요. 지금까진 그런대로 잘해왔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계속할 수 있을지….
- 계속해야만 되네. (중략)
- 소장님은 신을 믿으십니까?
마르틴의 질문에 헤스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조용히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 왜… 그런 걸… 묻는 건가?/ - 저는 신을 믿지 않습니다만….
마르틴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 그러나 가끔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소장님과 제가 죽어서… 벌을 받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지요.
_288-289쪽
하지만 뮐러는 자신이 한 사람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을 가졌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
전쟁에서 하느님 사랑은 어떻게 드러나는가
이 소설은 극한 상황에 몰린 전쟁에도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한다. 사치코는 전쟁 통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사랑을 실천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슈헤이가 전쟁에서 죽지 않기를 매일 기도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의 밥을 챙긴다. 또한 가톨릭 교회를 탄압하는 경찰에게는 현명한 답변으로 저항한다.
슈헤이는 징집을 앞두고 살인하지 말라는 그리스도교 가르침과 전쟁에서 사람을 죽여야 하는 상황이 충돌할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번민하며 답을 찾는다. 이때 어느 목사가 “뭐라고 대답을 해야 좋을지, 저도 잘 모르겠군요”(411쪽), “죄송하지만… 용서해 주시오”라고 하는 말에 위안을 받는다. 그리고 입대 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빼앗은 것에 대한 보상”(558쪽)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자살 특공대에 지원한다.
한편, 아우슈비츠에서 콜베 신부는 다른 이를 대신해 죽기를 자청한다. 그가 처형장으로 끌려간 뒤 콜베 신부를 알던 사람들에게 미묘한 변화가 일어난다. 그가 ‘사랑’을 말할 때마다 냉소적이었던 헨리크는 자신의 빵을 영양실조에 걸린 동료에게 나눠주고, 두 개의 인격으로 살던 부소장 마르틴은 콜베 신부를 계속 의식하며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 생각한다. 그리고 아우슈비츠 수용자들은 사망 소식이 들릴 때마다 기도를 바친다.
전쟁과 사랑, 신과 신앙의 이야기
「전쟁과 사랑」은 1980년 11월 1일부터 1982년 2월 7일까지 약 1년 3개월 동안 <아사히신문>에 연재했던 소설 제2부이다. 제1부는 “기쿠의 경우”로 사치코의 할머니의 사촌 언니 기쿠에 대한 이야기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그리스도교인들을 적국 종교, 곧 적국의 종교를 믿는 “비국민”非国民이라고 부르면서 감시와 모멸의 대상으로 여겼다. 징집된 대학생 슈헤이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리스도교인으로서 자기와, 군인으로 전쟁에 나가 적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자기 사이에서 번민한다. 결국 슈헤이는 전사하고, 그들이 살던 나가사키는 원자폭탄에 의해 잿더미로 화한다. 이 책은 전쟁의 모순과 비극 속에서 신과 신의 사랑을 찾고자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치코와 슈헤이의 이야기와 아우슈비츠에서 다른 사람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내어준 폴란드인 사제 막시밀리안 콜베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두 축을 이룬다.
그 사람이 왔다
사치코
스파이
작은 비밀
검푸른 파도
죽음의 장소
학생 기숙사
사랑에 대하여
번민
탈주
여자의 마음
불타는 여름
콜베 신부의 죽음
한 걸음 한 걸음
그날
어떤 결심
마치 전쟁이 없는 것처럼
슈헤이의 편지
어두운 나날
1944년(쇼와 19년)
사치코는 그때
진혼곡
8월 9일
그리고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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