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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Exploring Postcolonial Biblical Criticism


『탈식민주의 성서비평』은 국내 가톨릭계에 처음 소개되는 탈식민주의 비평서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독자들이 자주 접할 수 있는 성서 관련 책들은 묵상서나 영성 서적이 많았고 연구서들은 대부분 역사비평에 바탕을 둔 저술들이었다. 이제 또 다른 시각에서 성서를 바라보는 책이 나옴으로써 새로운 시선을 하나 더 보탤 수 있게 되었다. 사실 탈식민주의 비평이 인문학계 전반에 끼친 영향과 성서 읽기에 끼친 여파를 고려한다면 본서의 한국어 출간은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본서를 읽는 독자라면 탈식민주의 비평이 여전히 생명력이 있고 유효하며 깊은 통찰을 준다는 데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원서의 부제(History, Method, Practice)에서 알 수 있듯이 본서는 탈식민주의 성서비평의 역사와 방법과 실제를 간결하고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가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서 새롭게 쓴 초대 글과 우리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역자들이 쓴 서문은 본서의 한국어판 출간이 지니는 의의와 배경 등을 전해 주며, 전이해가 없는 독자들에게 친절한 안내자 역할을 해 준다. 본서는 성서를 비평적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이끌며, 그 과정에서 신선한 지평을 제공한다.


탈식민주의 성서비평 - 피식민자의 입장에서 새롭게 읽는 성서


성서를 읽는 방법은 다양하다. 여러 시대의 글이 한데 묶인 고전으로 읽을 수 있고 다양한 양식이 담긴 문학작품처럼 읽을 수도 있다. 역사서를 읽듯 비평적으로 살피면서 행간의 의미를 추적해 볼 수 있고, 영적 독서를 하면서 기도하는 책으로 읽을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실로 많은 읽기 방법들이 있는데, 이미 정경화되기 이전 고대부터 다양한 읽기 방법들이 있었다.
  성서 읽기와 관련해서 우리가 아는 여러 방법들은 비판적 읽기라 하더라도 일단 성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성서 본문의 역사와 신학, 종교적 세계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하느님 나라의 의미나 신앙인의 구원 문제 등을 탐색했고 역사의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를 연구했다. 그리고 성서를 읽으면서 기도하고 영적으로 성장하는 일도 중요한 관심사였다. 그러나 탈식민주의 성서비평은 본문을 비판하면서 던지는 질문 양태에서 기존의 성서 읽기 방법과 다른 중요한 차이점을 드러낸다. 


  탈식민주의 성서비평은 성서 본문이 출현했던 식민지적 환경인 정치와 경제, 문화에 집중하며, 성서 시대 및 현대의 제국들과 이 제국들이 끼친 영향을 폭로하고자 한다. 그리고 피식민 국가의 자유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 수기르타라자가 본서에서 겨냥하는 목표는 “어떠한 종류의 해석학적 접근이 가능한지 제안하려는 것이고 나아가 정치가들과 비평가들이 새로운 제국의 등장을 언급하고 학자들의 글쓰기가 오리엔탈리즘적 실천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을 어떻게 경계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데 있다. … 학문적 담론에 존재하는 식민주의의 흔적들을 확인하고, 기술하고, 분석할 뿐만 아니라 현재를 평가하고 경계하기 위해 과거를 이해하는 데 있다”(21-22쪽). 저자는 이러한 의도를 본문에서 훌륭히 성취하고 있다.


  저자는 특별히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쓴 글에서 탈식민주의 비평의 두 가지 과제를 밝힌다. 첫째는 '정신의 탈식민화'이다. 오늘처럼 다시 제국을 세우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식민주의적 관계가 더욱 노골화되는 상황에서, 정신을 탈식민화하는 문제는 결코 한 시대의 유행일 수 없으며, 지금도 여전히 가장 긴급한 비평적・해석적 과제라고 주장한다. 두 번째 과제는 식민주의 시대의 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문서고를 습격하여, 자료를 다시 찾아내고 재해석해 내는 일이라고 한다. 여기서 저자는 일부러 ‘습격’이라는 표현을 쓴다. 탈식민주의 비평가들은 굴욕과 저항의 역사를 급진적으로 다시 읽어 내는 노력을 시도해야 하며, 성서와 신학이 제국의 식민주의적 기획과 어떻게 연루되어 왔는지 비판적이고도 성찰적으로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끝에 덧붙인 저자의 소망에는 한국의 독자들을 향한 애정이 담겨 있다. “나는 이 책이 한국 민중의 탈식민화를 위한 노력에 작은 격려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식민적 유제의 청산을 위해서 학문적으로 특히 신학과 성서 분야에서 고투하고 있는 많은 한국 독자들과 친구들을 향한 우정의 표현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10쪽).


  본서의 내용을 간략히 훑어보면 아래와 같다.


  1장 ‘탈식민주의: 논쟁적 담론을 통한 해석학적 여정’에서는 탈식민주의의 출현에 대한 간결한 역사와 더불어 최근 식민주의의 형태들을 추적하고 기록하며, 탈식민주의 이론의 전개과정을 고찰한다. 


  2장 ‘'탈'의 때늦은 도착: 탈식민주의와 성서 연구’에서는 탈식민주의 성서비평의 주요 발자취와 추진력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또한 성서에 담긴 식민주의적 경향과 같은 불편한 질문들을 언급하고, 성서 연구와 식민주의 간의 불미스러운 제휴들에 얽힌 복잡한 이야기를 다룬다.


  3장 ‘탈식민주의 성서 연구: 기원과 궤적’은 탈식민주의 영역의 주도적인 성서학자들과 이들이 행한 실천들 및 중요 텍스트들을 조사한다. 특히 미국에서 이루어진 제국 연구의 상황과 내용, 탈식민주의와 페미니즘 간의 상호 관계를 조사한다.


  4장 ‘지속되는 오리엔탈리즘: 성서 연구와 식민주의적 관례의 재탕’에서는 성서학이 동양학의 테두리 내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과 더불어, 사회과학 비평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쓴 대중적인 책들에 담긴 오리엔탈리즘적 특징을 조사한다.


  5장 ‘탈식민주의의 계기들: 성서와 그리스도교를 탈중심화화기’에서는 평온했던 식민주의 시기에 발생한 두 가지 중요한 탈식민주의적 계기를 다루면서 식민주의 시기에 일어난 저항과, 현재의 탈식민주의가 취하고 있는 입장 간의 차이를 돌아본다.


  6장 ‘되받아 주석하는 제국: 탈식민주의적 독해의 실제’는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성서를 읽는 방법에 관한 여러 가지 예들을 제공한다.


  후기인 7장 ‘탈식민주의 성서비평: 끝나지 않는 여행’에서는 탈식민주의 비평적 실천의 역할이 계속될 것임을 보여 주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몇 가지 지침을 제안한다.

교회의 성서 해석에만 익숙한 독자들이나 서구 편향적인 독자들에게 본서는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며, 성서를 새롭게 보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그러나 탈식민주의 성서비평은 “지난 일에 대해 보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작업이다. 저자가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러한 작업을 배태한 것이 민중과 함께하(려)는 사랑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책 속에서


탈식민주의 비평은 결코 일종의 유행 같은 것이 아니다. 제국을 만들고 강화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식민적 관계가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는 한, 탈식민주의 비평의 중요성은 결코 식지 않을 것이다. (8쪽)


이 책의 출판이 신학과 성서비평에 관한 해석학적 논의를 새롭게 재개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시아 신학과 한국 신학의 소중한 전통들을 새롭게 재해석하면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제국과 식민주의에 대항하는 민중의 투쟁과 연대할 수 있는 새로운 해석의 길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16쪽)


탈식민주의 비평은 성서 텍스트와 성서 해석, 성서 해석자들이 무죄라는 흔한 전제를 노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성서 해석은 문화적 및 정치적 담론의 일부로서 이해되고 연구되어야 한다. 탈식민주의적 읽기는 서양의 성서해석이 ‘타자’에 대해 좀 더 책임을 지고 민감해지도록 만들었다. 또한, 이것은 주류 성서학이 길러 온 사고 및 재현과는 다른 별도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해 주었다. (84쪽)


탈식민주의 성서 연구의 다양한 측면들을 조사했을 때, 텍스트를 지키고 재해석하려는 입장과 텍스트를 포기하려는(혹은 적어도 다른 고대의 전통들을 성서 텍스트와 나란히 두려는) 입장 사이에는 긴장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탈식민주의는 모든 종교 전통들에 있는 소위 ‘교리적 정통성’이라는 것에 대해 폭넓게 도전한다. 이 도전이 많은 이들에게는 여전히 너무 다루기 힘든 일일지도 모르겠다. (125쪽)


사회과학 비평도 결국에는 미국인과 그 밖의 사람들을 위해 북미를 이상화하고 중동을 훼손하는 일을 한층 더 강화하고 기존의 고정관념을 날조해 버리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학자들은 종족 중심주의적일 뿐만 아니라 생색내고 비아냥거리는 닳아빠진 오리엔탈리즘의 이미지들과 전통적 특징들을 복제하고 있다. (151쪽)


다른 사람들과 문화들을 차별 없이 바라보는 일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우리가 생각하고 적는 것에 대해서 언제나 경계하고 날카롭게 의식하는 것이다. (158쪽)


오늘날의 임무는 영토적 해방이 아니라 시장 통제로부터의 자유, 특히 서양이 바람을 넣어 모두를 위한 규범이 된 기업 확장으로부터의 자유이다. 이 새로운 지구적 질서는 영토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조정자 역할을 자처하고 대중의 복지를 제물 삼아 소수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과 같은 가치들을 부과하는 시장에 관한 것이다. (172쪽)


현재의 탈식민주의는 서양의 윤리 도덕에 호소하지 않으며 이 같은 전술을 사용하는 일을 경계한다. 지난 200년간 많은 나라를 다뤄 온 서양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서양이 도덕적 정신을 상실했음을 알 수 있다. … 탈식민주의는 소위 서양의 우월한 도덕적 원칙들에 호소하는 게 아니라 모든 이들이 똑같은 자유를 누리고 똑같은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하는 수단으로서 정의, 평등, 관용, 이성 같은 가치들을 사용한다. (178쪽)


이 두 종교가 발전시키고 제도화해 온 방식은 이 두 종교의 창시자와 이 두 종교를 동일시하기 어려운 일임을 보여 준다. 불교와 그리스도교에 팽배한 매우 관료화되고 신학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에선 붓다가 불자가 되고 예수가 그리스도인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 (193쪽)


탈식민주의는 성서의 식민주의적 경향들을 털어 내고 그것을 반식민주의적 판본으로 대체할 생각이 없다. 탈식민주의는 성서를 이론의 여지가 있으며 애매모호한 책으로 간주한다. 탈식민주의 성서비평은 성서가 잠재적으로 지배자들을 감싸고 보호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배자들의 지배를 강화하는 주된 근원으로서 성서가 갖는 위치를 뒤흔들고자 한다. (219쪽)


학계에 속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위험이 있다. 대학들은 점차 비판자이기보다는 주주 자본주의의 협조자가 되어 가고 있다. 우리의 지식 생산은 시장의 요구에 맞춰지고 있다. 지금 발생하고 있는 것은 테리 이글턴의 말로 치자면 “정신의 경영자화”이다. (232쪽)


탈식민주의 성서비평은 텍스트를 도덕적・영적 저장고가 아니라 해석자들이 풀어야 하는 하나의 암호 체계로 다뤄 왔다. 해석자들은 무고하다고 여겨지는 이야기들 안에 도사리고 있는 숨겨진 권력관계와 이데올로기들을 드러내기 위해 이 암호 체계를 풀어야 하는 것이다. 비록 텍스트에 영적 자양분이 있을지라도, 텍스트는 영적 자양분이 아니라 텍스트 안에 암호화되어 있는 반동적이고 헤게모니적인 가치들을 드러내기 위해 분석된다. … 텍스트 분석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텍스트를 해석하는 것만으로 사회적 박탈이나 잉여화가 극복될 수는 없다. 빈곤, 전쟁, 자살 폭탄 테러, 카스트에 근거한 살해, 인종차별, 성적 학대는 적절하게 해체한다면 사라질 수 있는 가상의 구축물이 아니다. (233쪽)








감사의 글
한국의 독자들에게
역자 서문

서론 


1 탈식민주의: 논쟁적 담론을 통한 해석학적 여정
2 ‘탈’의 때늦은 도착: 탈식민주의와 성서 연구
3 탈식민주의 성서 연구: 기원과 궤적_랠프 브로드벤트
4 지속되는 오리엔탈리즘: 성서 연구와 식민주의적 관례의 재탕
5 탈식민주의의 계기들: 성서와 그리스도교를 탈중심화하기
6 되받아 주석하는 제국: 탈식민주의적 독해의 실제
7 후기: 탈식민주의 성서비평, 끝나지 않는 여행



참고 문헌




지은이 : R.S. 수기르타라자 R.S. Sugirtharajah
스리랑카 출신으로 인도에서 교육받았으며, 영국 버밍엄대학교의 성서해석학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같은 대학교의 명예교수이다. 탈식민주의 성서비평의 선구자이며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아시아 성서해석학과 탈식민주의』 『탈식민주의 비평과 성서해석』 『성서와 제국: 탈식민적 탐구』 『성서와 아시아』 『아시아의 예수』 외에 여러 책을 지었다.


옮긴이 : 양권석
성공회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성서해석학과 문화신학을 강의하고 있다.


옮긴이 : 이해청
성공회대학교 박사 과정에서 성서해석학으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