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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수 있는 신부가
듣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이야기

언어 능력이 없으며 말도 못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할 사람들, 듣지 못하기에 대화도 할 수 없고 들을 수 있는 이들과 다르다. 농인(청각 장애인)을 이러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농인들도 교육을 받으면 사람들과 소통하고, 하느님께 다가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농인들과 함께한 이가 있다. 바로 주세페 괄란디 신부다. 그는 그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하느님의 종으로 선포되었다. 그리고 그 신부의 유일한 전기 《듣지 못하는 이들의 신부 ― 하느님의 종, 주세페 괄란디》(가톨릭출판사, 사장 김대영 디다꼬 신부)가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오직 농인만을 위한 수도회인 ‘작은 농인 선교 수도회’를 설립하여 평생 농인에게 헌신한 사제의 이야기가 잘 담겨 있다. 농인과 전혀 연관이 없던 사제가 어떻게 농인을 이해하려 했는지, 어떻게 그들이 사회에 나가 한 사람의 몫을 하도록 가르쳤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느님에게 다가가게 했는지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저는 농인만을 위한 수도회라는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수도회란 특정한 사람만을 위한 봉사로 제한하지 않고 세상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복음을 전파하고 사랑을 베풀며 봉사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세페 신부님은 농인의 특수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농인에게만 봉사하고 싶어서 ‘작은 농인 선교 수도회’를 창설했습니다.
— 추천의 말(아시아 최초 농인 사제 박민서 베네딕토 신부) 중에서


듣지 못해서 말하지 못하는 이들이
하느님을 위한 영광의 찬미가를 올리도록 한 사제

19세기 말, 사제들은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다른 나라로 선교하러 가길 원했다. 이탈리아 볼로냐의 주세페 괄란디 신부 역시 같은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여성 농인이 교리를 공부해 첫영성체를 받는 것을 보고 제 소명을 깨달았다. 듣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삶을 살아갈 소명이었다.
정치적으로 사르데냐 왕국이 교황령을 병합하고 이탈리아를 통일하려는 야욕을 가져 볼로냐도 이런 혼란스러운 시대 상황에 휘말려 있던 때였다. 농인들에게 가르칠 교수법을 수화법으로 할지 구화법으로 할지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논란은 계속되어 그들에게 말을 가르칠 학교조차 많지 않았다.
이러한 시기에 자신의 소명을 깨달은 주세페 신부는 농인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을까?
처음에는 주세페 신부도 농인에게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하는지 몰랐다. 그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도 없었다. 그러던 주세페 신부는 어느 날, 농인 소년을 만난다. 주세페 신부는 그의 공책에 ‘S’를 그려서 보여 주고 손으로 써 보도록 했다. 며칠 뒤, 주세페 신부가 다시 방문하자 그는 곧바로 ‘S’를 기억해서 손짓으로 그려 보였다. 주세페 신부는 이렇게 몇 번이나 더 시도를 해 본 뒤 농인들도 가르침을 받으면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고 하느님을 알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확신과 하느님에 관한 굳은 믿음을 바탕으로 농인만을 위한 학교와 그들만을 가르칠 교사를 양성할 수도회를 창설한다.
그 후로도 주세페 신부는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사업에 돈이 부족했으며, 농인 소년과 소녀가 함께 공부하는 학교를 설립하려 했으나 여러 반대에 부딪쳐 무산되기도 한다. 또 지지자들이 한 순간에 괄란디 농인 선교 사업을 비난하는 이들로 바뀌기도 했고, 교구장이 바뀔 때마다 주세페 신부가 맡은 농인들은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렇듯 온갖 우여곡절이 가득하지만 그는 하느님께 기도하며 나아가 장애를 뛰어넘는다.

“주님의 이름으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찬양하는 집을 심고 키울 준비를 하십시오. 날마다 서로 숨김없이 어울려 지내는 이 티 없이 착한 아들딸을 떠올리면서 저는 혼잣말을 하곤 합니다. 제가 주님을 찬미하고 버림받은 많은 농인 소년, 소녀들도 주님을 찬미하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게 무엇이겠습니까?”
— 본문 중에서


“스스로 그 시대의 작은 이들 가운데 가장 작은 이가 되었다.”

소외된 농인들과 함께한 이에게
이웃 사랑을 배워요

우리는 소외된 농인들을 보고 먼저 다가간 적이 있을까? 어려운 이웃에게 먼저 손 내민 적이 있을까? 주세페 신부의 이야기를 읽어 보면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볼 수 있다. 그는 농인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농인들을 찾아다니며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그들을 도와주고 하느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러한 주세페 신부의 전기를 읽다 보면 이 책이 단지 농인에게 봉사하고자 하는 이에게만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우리 주변에 있는 소외된 이웃에게 먼저 다가가고자 한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하느님께서 도와주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책의 주세페 신부처럼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먼저 가까운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주세페 신부가 복음서의 말씀을 인용해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땅이 아니라 하늘에서 백 배의 상급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라는 깨달음을 우리에게 전해 줄 것이다.

그는 이웃을 돕는 법을 배우고자 스스로 작아질 줄 아는 겸손의 자세로 경험을 쌓아 갔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그는 그동안 자포자기한 채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미래를 제시하고 개인적·사회적으로 해방을 가져다주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펼쳐 나갔다.


본문 중에서

“그리스도는 모든 인간을 위해 돌아가셨다. 이는 그리스도의 죽음이 모든 이를 구원하기에 충분하였다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가 모든 이를 위해 당신 죽음을 아버지에게 봉헌하셨다는 의미이다.”
― 26p. ‘사제가 되다’ 중에서

젊고 열정적인 이 사제는 가련한 형제들을 돕는 일에서 뒤로 물러서지 않고 그들 중 한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그는 농인 세계 안으로 직접 들어가 농인들의 괴로움과 어려움, 그들이 갖는 기대감까지도 이해하고자 했다.
― 30p. ‘소명의 발견’ 중에서

“농인들에게도 하느님의 모습으로 이루어진 영혼이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부하는 숭고하고 뛰어난 지성과 의지도 있습니다.”
― 36p. ‘볼로냐 시민들의 도움으로’ 중에서

구성원 각자에게 요구되는 이 온전한 순명은 주저 없이 확고한 방식, 고행과 겸손에 바탕을 두고 장상에게 순명할 때에만 하느님 뜻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키우면서 이루어져야 했다. 바오로 사도처럼 주 예수님이 자신 안에 살아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옛 인간을 버리고 그리스도를 입을 필요가 있었다.
― 90p. ‘농인을 위한 사도직의 첫 번째 규칙서’ 중에서

“작은 농인 선교 수도회는 교육적인 측면에서 놀라운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말을 듣지 못하는 이들에게 말을 알려 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작은 농인 선교 수도회는 그리스도교의 측면에서도 뜻깊은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특별한 사랑의 향기를 풍기기 때문입니다. 작은 농인 선교 수도회는 사도직 측면에서도 긴요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서 살아가지만 영원한 구원에 필요한 진리를 모르는 영혼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기 때문입니다.”
― 151p. ‘금경축을 맞이한 주세페 신부’ 중에서

“사실 저는 신부님이 그리스도의 사랑에 이끌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해 도움이 필요한 많은 이들을 보살펴 왔음을 잘 압니다. 또한 수십 년 동안 그들에게 학문과 예술을 가르쳤을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이나 생활 방식에서 그들을 그러한 장애가 없는 이들의 수준까지 올려놓았음을 압니다. 덕분에 그들도 자연적인 장애에서 벗어나 기능을 회복한 것처럼 자기 귀로 듣고 자기 입으로 주님을 찬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155p ‘금경축을 맞이한 주세페 신부’ 중에서

“저는 곧 죽을 것이고 이 농인 소년, 소녀를 위해 더 이상 제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랑하는 아들 여러분, 여러분에게 이들을 부탁드립니다. 이 농인 소년, 소녀들을 사랑하십시오. 저를 위해서도 이들을 사랑하십시오.”
― 164p. ‘여러 지역에서 발전해 나가는 괄란디 농인 선교 사업’ 중에서

 

 

소개말 · 5 | 추천의 말 · 10

PART 1 하느님에게 받은 소명
사제가 되다 · 19 | 소명의 발견 · 27 | 볼로냐 시민들의 도움으로 · 34 | 첫 번째 집, 첫 번째 학교 · 41
작은 공동체의 성장 · 45 | 작은 공동체 학교의 역경 · 49 | 팽팽하게 대립하는 수화법과 구화법 · 52
든든한 협력자, 체사레 신부와 아이엘로 신부 · 57 | 큰 수녀원 건물로 이사하다 · 63
좀 더 알아보기 _ 괄란디 농인 선교 사업의 첫 학생들 · 68

PART 2 점점 뻗어 나가는 괄란디 농인 선교 사업
비오 9세 교황, 볼로냐 괄란디 농인 학교에 방문하다 · 73 | 농인을 위한 사업을 영원히 계속하려면? · 77
농인이 교육을 받고 하느님을 만나는 곳 · 81 | 농인을 위한 사도직의 첫 번째 규칙서 · 86
교회법적으로 승인을 받다 · 92 | 무산된 농인 학교의 통합 · 100 | 농인 여학교 설립의 지원과 반대 · 105
로마에 농인 학교를 세울 결심을 하다 · 112 | 로마 농인 학교 분원, 문을 열다 · 118
피렌체에 농인 학교 분원 설립 · 124

PART 3 시련을 넘어 주님에게로
오직 하느님만! · 131 | 자신을 하느님의 도구로 여기십시오 · 137
어려움만 더해 가는 작은 농인 선교 수도회 · 145 | 금경축을 맞이한 주세페 신부 · 150
교회의 승인을 다시 받다 · 56 | 여러 지역에서 발전해 나가는 괄란디 농인 선교 사업 · 159
천상 낙원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 166 | 주님에게로 · 172

PART 4 주세페 신부를 따라서
주세페 신부의 후계들 · 179 | 괄란디 농인 선교 사업, 오늘날의 과제 · 187
교회에 봉사하는 작은 농인 선교 수도회 · 193

지은이: 니콜라 고리
피렌체 대학교 외국어 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교 문학·철학 대학의 에스파냐 문학 강좌에 출강한다. 교황청 신문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의 편집자로 일하고 있으며, 소설가이자 시인으로서 활동한다. ‘2003년 산 마리노 제4회 예술 문학상’ 동상, ‘2004년 비아레조 축제 기념 제18회 예술 문학상’ 최우수상 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
또한 십자가의 바오로 성인, 시에나의 가타리나 성녀, 글라라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데 파치 성녀,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 등의 저서와 수필을 편찬했다.

옮긴이: 박성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번역실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