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의 비오 신부’로 알려진 성 파드레 비오(1887~1968).
1918년 두 손과 두 발, 그리고 옆구리에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의 다섯 상처[五傷, stigmata]를 받은 비오 신부는 이후 50년 동안 오상의 고통 속에서 매일 미사와 고해성사를 통해 사람들을 회개의 삶으로 이끌었다. 특별히 성모님께 대한 깊은 신심으로 많은 병자들을 치유하는 기적을 베풀었으며, 병으로 고통 중에 있는 환자들을 위해 ‘고통을 더는 집’을 세웠다. 기도와 희생의 삶을 살다가 1968년 9월 23일, 81세의 나이로 선종한 비오 신부는 2002년 6월 16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성되었다.
이 책은 주님의 상처와 고통을 짊어지고 희생과 보속을 바치며 한결같이 기도한 성 비오 신부와 함께하는 십자가의 길 기도문이다. 각 처의 묵상 글은 비오 신부의 서간집 중 네 번째 권에서 내용을 뽑아 엮었다. 그리고 비오 신부가 온 세상에 있는 영적 자녀들이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날마다 바친 기도문과 비오 신부의 연보가 실려 있다.
십자가의 길 각 처에 수록된 묵상 그림은 실루엣 기법으로 예수님 수난 여정을 표현하였는데 특히 3처, 7처, 9처, 11처에서와 같이 핵심 장면을 확대하여 감정이입을 극대화하고, 깊은 묵상의 길로 이끈다. 비틀거리며 치욕적인 죽음을 향해 골고타 언덕을 오르시는 예수님… 한 처 한 처 예수님의 고통이 고스란히 새겨져 눈시울이 붉어진다.
제1처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 받으심을 묵상합시다
예수님은 극심한 슬픔에 짓눌리셨습니다. 당신의 영혼은 형언할 수 없는 괴로움에 떨고 있습니다.
오, 얼마나 큰 사랑이어야 당신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까요!
예수님, 슬픔과 사랑에 젖은 당신의 얼굴을 볼 때마다 제 마음은 크게 울렁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노예살이에서 해방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시는 사랑이 당신 얼굴에 가득 번져가기 때문입니다.
제6처 베로니카,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드림을 묵상합시다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마태 26,38)
예수님, 당신의 이 말씀이 제 마음에 깊이 파고듭니다. 당신 말씀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왔으며,
당신 얼굴은 비통함과 사랑에 흠뻑 젖었습니다.
예수님, 당신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이 말씀을 제가 마음 아파하며 귀여겨듣게 해주십시오.
얼마나 극심한 슬픔이 묻어나는 말인지요! 예수님, 당신의 수많은 순교자를 기억하며
당신 곁에서 저도 함께 울게 해주십시오.
제9처 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예수님은 극심한 고통 가운데 사랑을 쏟아 부으셨습니다. 당신의 얼굴은 창백하고, 눈은 퀭한 채
깊은 슬픔을 드러내셨습니다. 죽음의 극심한 고통이 당신을 옥죄었습니다.
예수님, 제가 당신을 일으켜 드릴 수 있다면, 당신을 부축해 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습니다, 예수님. 이제는 잔에 남은 한 방울까지 모두 마셔야 할 때가 왔습니다.
가장 참혹한 죽음에 당신을 바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죽음도 그 무엇도 당신에게서 저를 떼어놓지 못하게 해주십시오.
당신이 수난하심에 감사와 찬미를 드리고 당신과 함께 영광 중에 하늘에 오를 수 있도록,
골고타 언덕에서 당신과 함께 마지막 숨을 내쉬게 해주십시오.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얼마나 많은 모함과 오해 속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내며 살고 있는지…. 주님의 그 극심한 수난의 시간을 기억하며, 당신의 모든 것을 온전히 다 내어주신 예수님과 함께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사랑의 길을 걷는다.
당신이 걸으신 십자가의 길
말 없는 어린양처럼 걸어가신 길
외로이 걸으신 그 고통의 길
이젠 그 길을 내가 걸어가리라
내가 가는 길 십자가의 길
그러나 그 길은 사랑의 길
부르심의 길 그 영광의 길
당신을 따르는 길 생명으로 가는 길
_<그 길> 작사·작곡 임석수
시작하며
미주
성바오로딸수도회 한국 관구 소속 수녀. 2019년 말씀과 함께 수첩, 카드와 상본 등 다양한 일러스트와 그림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