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축소가 가능합니다.

원제 : Fontes Fidei Christianae 04
Itinerarium Egeriae


본 총서에 대하여

‘그리스도교 신앙 원천’은 “신자들의 삶과 영성에 꼭 필요한 짧고 감동적인 교부 문헌” 소개를 목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서구 사상의 주춧돌이 된 교부 문헌은 단지 그리스도인에게만 의미 있는 저술이 아니다. 본 총서는 고대 그리스도교의 헌신적 교사들의 작품을 간결하고 명확한 우리말로 전달한다. 그리스도교 사상의 원류를 탐색하는 이들이나 종교에 관심이 없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흔치 않은 통찰, 곧 “오래고도 새로운 아름다움”을 선사할 것이다.


『에게리아의 순례기』에 대하여

그리스도인들이 예루살렘 성지를 순례하기 시작한 것은 4세기부터이며, 이 시기부터 그리스도교의 순례에 관한 문학적 증언과 순례기가 등장했다. 4세기에 실제로 예루살렘 성지를 여행한 내용을 편지 형식으로 전해 주는 『에게리아의 순례기』는 다양한 관점에서 특별한 작품이다. 고대에는 아주 드문 여성 저술가의 작품일 뿐 아니라, 4세기 말에 시행된 전례들과 더불어 예루살렘 및 그 주변의 성당들에 관한 정확한 위치 설명과 수도 생활의 방식과 교회 체제를 알려 주는 귀중한 문헌이다. 독자들은 오늘날 성지 순례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관광성 해외여행이 본디 의미의 순례에서 얼마나 동떨어진 것인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제1부는 예루살렘에서 시작되는 여정을 네 번의 여행으로 다루고 있으며, 제2부에서는 예루살렘 교회의 일상 전례를 다룬다. 세례를 준비하는 내용을 전해 주는 제3부는 신자 등록과 세례 전후의 교육과 전례가 거행되는 장소들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본문 중에서

우리 주 그리스도께서 뜻하시어 그리고 우리와 동행한 그 거룩한 분들의 기도 덕분에 나는 산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매우 힘들었는데, 걸어서 올라가야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산은 말을 타고는 절대로 올라갈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피곤한 줄을 몰랐습니다. 내가 피곤함을 느끼지 못한 것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내가 품고 있던 원의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19쪽)


우리는 거기서 진실로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들인 메스포타미아의 수도승들을 만나는 기대치 않았던 행운을 누렸습니다. 그분들의 명성과 삶에 관한 이야기는 먼 지역에까지 퍼져 있었습니다. 내가 거기서 그 수도승들을 만날 것이라고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기꺼이 허락해 주시므로, 내게 이런 만남도 허락하는 일이 주님께는 불가능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 수도승들은 부활 축일과 헬피디우스 성인의 축일 이외에는 그들이 살고 있는 암자에서 내려오지 않는다는 말을 내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이 수도승들은 놀라운 일도 행할 수 있는 분들입니다.(66-67쪽)


주님의 이름으로 거기에 도착한 나는 무덤에서 기도를 바치고『성녀 테클라 행전』을 모두 읽었습니다. 그러고는 부당하고 미약한 나의 모든 원의를 기꺼이 들어주신 우리 주 그리스도께 무한한 감사를 드렸습니다.(74쪽)


나의 빛인 여러 부인님들, 여러분에게 이 편지를 쓰고 있는 나는 이미 이곳을 떠나 우리 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시아로, 곧 복된 사도 성 요한의 무덤에서 기도하기 위해 에페소로 갈 계획 중에 있습니다. 그 후에도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면, 그리고 다른 장소들을 볼 기회가 있다면, 주님께서 기꺼이 허락해 주신다면, 내가 직접 여러분을 뵙고 말씀드리거나 내게 다른 계획이 생기면 여러분에게 편지로 전하겠습니다.(76쪽)


성경을 낭독하고 기도를 바칠 때마다 온 회중이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 광경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입니다. 어른, 아이를 막론하고 그날 세 시간 동안,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수난을 당하셨다는 것을 믿고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109쪽)













차례


‘그리스도교 신앙 원천’을 내면서


에게리아의 순례기


해제

1. 저자

2. 작품 구성

3. 작품 연대와 순례 시기

4. 작품의 특징

5. 편집본

6. 현대어 번역  


주제어 색인

성경 색인





지은이 : 에게리아


역주자 : 안봉환

천주교 전주교구 신부. 교황청립 로마 우르바노 대학교에서 신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교황청립 성 안셀모 대학에서 전례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로마 아우구스티누스 대학에서 교부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9년부터 전주가톨릭신학원장을 맡았고, 2011년 고산 성당 주임신부를 지냈으며, 2012년부터 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있다가, 2018년부터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교부 문헌 용례집』(수원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14, 공저), 역서로는 『교부들의 성경 주해 — 코린토 1・2서』(분도출판사 2016), 『4천 년의 기도, 단식』(가톨릭출판사 2018, 공역)이 있으며,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