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De quantitate animae
아우구스티누스가 평생의 과제로 삼았던 주제는 영혼과 하느님이었으며, 이는 인간과 인간의 기원을 탐구하는 일에 다름 아니었다. 진리를 사랑하는 철학자라면 진리를 찾아나서는 영혼에 대해서도 알아야 했기에 철학은 영혼론이 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곧 신학과 철학을 아우른 아우구스티누스 인간학의 골자였다.
『영혼의 위대함』은 영혼의 문제를 다룬 전작 『독백』 및 『영혼 불멸』과 더불어 아우구스티누스의 영혼론 삼부작을 이룬다. 이들 중 분량이 가장 긴 본서는, 영혼의 기원과 성질, 크기 등에 대해 치밀한 토론을 보여 준다.
영혼의 위대함
『영혼의 위대함』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영혼 불멸』에서 제기했던 영혼의 문제에 대해 그의 친구이자 문하생이었던 에보디우스가 상세한 대답을 촉구하면서 시작된 대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본서와 관련해 아우구스티누스 자신은 “영혼이 얼마나 큰가에 관해서 아주 열심히 또 아주 치밀하게 토론했고, 영혼은 물체적 크기를 갖는 것이 아님을, 우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보여 주려고 노력”(283쪽)했다고 밝힌다. 영혼은 물체적 크기를 가진 게 아니며 위대함을 지녔다는 주장이 본서의 주요 논지이다.
당대까지 알려진 여러 사조를 다루면서 영혼에 관한 입장을 정리한 아우구스티누스는 서두에서 본서의 내용을 예고한다. “영혼은 어디서 유래하는가? 영혼은 어떤 성질인가? 얼마나 큰가? 신체에는 왜 부여되었는가? 신체에 올 때에는 어떤 성질이 되는가? 또 신체에서 떠날 적에는 어떤 성질이 되는가?”(39쪽). 합리적 추론으로 일관한 전작 『영혼 불멸』과 달리 『영혼의 위대함』에서는 대화 상대자인 에보디우스의 이해 정도에 맞추어서 비교적 친절하게 논의가 전개되며, 그의 유물론적 영혼 이해를 바로잡아 주기 위한 교육적 의도도 강하게 나타난다.
본서에서 아우구스티누스가 신플라톤 사상을 도입한 사건은 그리스도교 철학에만이 아니고 서구철학사의 향방에 의의가 크다고 평가받는다. 영혼이 ‘영적 실체’라는 신플라톤 사상은 본서를 통해 그리스도교 철학에 정식으로 도입되며, 이로써 플라톤 철학과 그리스도교 사상의 깊은 관계를 헤아려 볼 수 있다. 본서는 아우구스티누스가 그리스도교 사상에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을 합류시키는 과정을 부분적으로 보여 주며, 그리스도교 입문 이후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슬쩍 예시하고 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과정에서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셨고 영혼이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교리를 언명하며, 마지막 대화에서는 원죄설과 로고스의 육화, 육신의 부활 등도 삽입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철학적 발전은 개인적 체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의 철학은 진리를 추구하는 정신과 보조를 맞추면서 성장하고 발전하였다. 세례받기 직전에는 『영혼 불멸』을 통해 영혼의 불멸에 대한 이성적 논증을 특별히 강조하였고, 그리스도교에 입문한 이후에 쓴 『영혼의 위대함』에는 그리스도교 교리를 수용하여 논의를 전개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모든 인식에 앞서 진리 인식이 선행한다고 보았던 그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어떻든 진리 탐구였고, 진리를 먼저 알고 있지 않으면 그 어떤 경험적 인식도 얻을 수 없다고 보았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영혼론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영혼의 위대함』과 더불어 이미 번역되어 나온 『영혼 불멸』 및 『독백』을 함께 읽어 보기를 권한다. 그리스도교 입문 전후 시기의 젊은 아우구스티누스 사상과 구조를 잘 보여 줄 뿐 아니라, 이후의 사상 전개를 가늠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하느님과 인간 영혼을 향한 아우구스티누스의 끈질긴 탐색과 추구는 오늘의 철학도와 신앙인들에게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책 속에서
영혼의 어떤 처소處所 또는 고향을 묻는다면 나는 영혼이 창조받은 하느님이시라고 믿네. 그 대신 영혼의 실체가 무엇이라고 내가 명명할 수는 없네. 영혼이 우리에게 으레 알려진 자연 사물들, 우리가 신체 감관으로 접촉하는 자연 사물들로부터 유래한다고는 생각지 않네.(39쪽)
권위權威를 믿는 것 다르고 이성理性을 믿는 것 다르네. 권위를 믿는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 절감이고 아무런 힘도 들지 않네. 그게 좋다면 위대하고 신성한 인물들이 이 문제들을 논하여 쓴 많은 저작들을 읽을 수 있겠지. ··· 그 대신에 이성으로 진리에 도달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신념을 억누를 수 없다면, 자네로서는 많고도 머나먼 우회로를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되네. 그래야 그 홀로 ‘이성’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이성, 곧 참된 이성만이 자네를 이끌어 가는 경우가 될 것이네. 그것은 참된 이성일 뿐만 아니라 확실한 이성, 허위의 유사상에서 일체 벗어나 있는 이성이어야 할 것일세.(71-73쪽)
자네에게 영혼을 정의해 주기 바란다면, 그래서 영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간단하게 대답하겠네. 내가 보기에 영혼이란 신체를 다스리기에 적합한, 이성을 갖춘 어떤 실체일세.(105쪽)
영혼은 어쩔 수 없는 필요 그 이상으로 감각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네. 감각들로부터 돌아서 자기한테 정신을 가다듬고, 하느님 앞에서 다시 어린애다워져야 하네. 이것은 옛 인간을 벗어 버리고 새 인간을 입는 일일세. ··· 하느님이 우리에게 우리 자신을 주신 이상, 당신을 빼놓고서는 우리 자신보다 앞에 놓을 것은 아무것도 없게 하셨네. ··· 인간은 그분의 선하심과 권능에 의해서 형성形成된 만큼 그분의 어지심을 힘입어 재형성再形成되어야 하네.(205-207쪽)
진리의 현시顯示와 관상觀想 그 자체에 영혼의 일곱째 그리고 마지막 단계가 있네. 거기서도 어디로 다시 오르는 계단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저런 단계들을 거쳐서 도달하는 일종의 정착지일세. 거기에 어떠한 기쁨이 있는지, 최고의 참된 선을 어떻게 향유하는지, 어떠한 평정과 영원의 숨결이 있는지는 내가 무슨 수로 이야기하겠는가?(261쪽)
‘교부 문헌 총서’를 내면서
해제
1.『영혼의 위대함』의 집필 계기와 시기
1.1. 집필 계기
1.2. 대화 형식
1.3. 집필 시기와 등장인물
2.『영혼 불멸』의 철학 사상
2.1. 영혼의 크기는 삼차원이 아니다
2.2. 영혼이 신체 안에 존재하는 양상
2.3. 영혼의 ‘위대함’
2.4. 본서의 의의
3. 번역 원본과 현대어 번역본
본문과 역주
1.1. 다루어질 주제들
1.2. 영혼은 하느님께로부터 유래한다
2.3. 그리고 영혼은 하느님과 비슷하고 불사불멸하다
3.4. 영혼의 크기는 물체의 크기가 아니다
4.5. 정의正義라는 것에도 저런 것들이 없다
4.6. 영혼이 바람이나 공기는 아니다
5.7. 영혼의 크기라고 하면 어떤 크기가 맞는가
5.8. 기억력은 공간 중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5.9. 영혼도 공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이
6.10. 단순히 말하는 ‘크기’는 어떤 것인가
6.11. 선線 혹은 선들로 도형이 만들어진다
[7].12. 이성을 가지고 탐구해야 한다
8.13. 동등한 세 변으로 만들어지는 도형
9.14. 네 변으로 이루어지는 도형
9.15. 정의正義는 동등에 있다
10.16. 삼각형에 있는 동등과 사각형에 있는 동등은 같지 않다
11.17. 평면에서는 어느 것이 더 단순한가
11.18. 점은 최고로 단순하다
12.19. 점은 최고로 단순하면서도 최고로 가치 있다
12.20. 깊이에 의한 입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12.21. 어떤 입체가 지성에 파악되는가
13.22. 질의응답을 통해서 수립된 내용
14.23. 영혼은 분량을 가지지 않지만 분량을 인식한다
14.24. 영혼은 또한 자체를 인식한다
15.25. 우리는 이성을 갖추고 있다
15.26. 이성이 신체와 더불어 성장하는지
16.27. 덕은 삶의 명분이고 영혼은 덕으로 성장한다
16.28. 영혼은 덕으로 성장한다
17.29. 영혼은 연령과 시간으로 확장되는 것이 아니다
17.30. 영혼의 크기는 연령과 시간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18.31. 어린아이가 언어를 어떻게 익히는가
18.32. 우리는 학예로 성장하는가, 자연 본성으로 성장하는가
19.33. 성장의 세 종류
20.34. 배운다는 것을 상기하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
21.35. 신체의 힘이 커지는 것은
21.36. 단련을 통해서다
22.37. 신체의 기력은 충격으로도 커진다
22.38. 신체의 힘은 신체의 균형과 영혼의 동의 여부에 따라서 조절되기도 한다
22.39. 그런 현상은 소년기에도 나타난다
22.40. 그러므로 영혼은 신체와 더불어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23.41. 감각이란 무엇인가
23.42. 더욱 예리한 질문이 제기되다
23.43. 신체가 감응하는 바를 영혼이 놓치지 않고 의식하는 일
23.44. 눈이 가 있지 않더라도 신체가 감응하는 바를 영혼이 놓치지 않는다
24.45. 보는 것 다르고 인지하는 것 다르다
24.46. 영혼이 놓치는 것에 감응하는 경우
25.47. 정의定義의 참된 정의가 되는 이치는 무엇인가
25.48. 감각이 무엇인지 다시 질문하다
25.49. 이 정의 역시 수정을 요한다
26.[49]. 지식이란 어떻게 정의되는가
[26].50. 지식은 무엇을 파악하여 갖춘 것이다
26.51. 지식은 확고한 이성으로 파악된다
27.52. 추론보다도 확고한 이성으로 파악된다
27.53. 지식이 이성보다 가치 있다
28.54. 짐승에게는 지식이 없다
28.55. 우리 자신과 하느님께 무엇을 빚졌는가
28.56. 감각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궁구하다
[29].57. 이성을 통해서 놓치지 않는 것이 지식이다
30.[58]. 감각은 영혼이 놓치고 어쩌고 하는 것이 아니고
[30].59. 신체가 감응하고 영혼이 놓치지 않는 것이다
30.60. 영혼은 눈이 현재하지 않는 그곳에서도 감응을 놓치지 않는다
30.61. 영혼은 공간에 위치하지 않는다
31.62. 어떤 곤충에 관한 여담
31.63. 합리적 사유가 엿보이면 무조건 배척할 것은 아니다
31.64. 그럴듯한 이치가 감추어져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32.65. 소리라는 기호에서 유추하는 설명
32.66. 분할된 기호는 의미를 지시하지 못한다
32.67. 합성된 단어의 경우는 다르다
32.68. 그 경우는 분리되어도 의미를 띤다
32.69. 영혼은 하나인가, 다수인가
32.70. 영혼이 생명과 활력을 제공한다
32.71. 감각과 욕구
32.72. 기술과 문화
32.73. 정화와 덕성
32.74. 항구恒久와 평정平靜
32.75. 그리고 관상觀想을 향한다
32.76. 드디어 관상에 정착한다
34.77. 유일무이하신 하느님께 영예를 드려야 한다
34.78.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바지해야 한다
35.79. 그 일곱 단계는 다른 용어로 설명되기도 한다
36.80. 참된 자유, 참된 종교심은 어떤 것인가
36.81. 독자들에게
재론고
인명 색인
작품 색인
성경 색인
글쓴이 : 아우구스티누스
북아프리카 타가스테에서 태어났다(354년). 어머니 모니카는 독실한 그리스도인이었으나, ‘지혜에 대한 사랑’(철학)에 매료된(373년) 청년 아우구스티누스는 진리를 찾아 끊임없이 방황하는 삶을 살았다. 한때 마니교와 회의주의에 빠지기도 했던 그는 밀라노의 수사학 교수로 임명되면서 출셋길에 올랐다(384년). 밀라노에서 접한 신플라톤 철학, 암브로시우스 주교의 설교, 수도생활에 관한 증언 등을 통해 그리스도교에 눈을 뜨기 시작했으나, 머리로 이해한 그리스도교 진리를 아직 믿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엉거주춤 망설이며 살아가다가, 마침내 바오로 서간을 ‘집어서 읽으면서’(Tolle! Lege!) 회심하였고(386년), 행복한 눈물 속에 세례를 받았다(387년). 교수직과 재산을 미련 없이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소박한 수행의 삶을 엮어 가던 그는 뜻하지 않게 히포 교구의 사제(391년)와 주교(395년)로 서품되었고, 40년 가까이 사목자요 수도승으로 하느님과 교회를 섬기다가 석 달 남짓한 투병 끝에 일흔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430년). 『고백록』Confessiones을 비롯한 수많은 저술(책, 서간, 설교)과 극적이고 치열한 삶은 그리스도교 철학과 신학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교부들 가운데 우뚝 솟은 큰 산인 아우구스티누스는, 그리스 철학 체계 속에 그리스도교 진리를 깔끔하게 정리해 냄으로써 ‘서양의 스승’이라고도 불린다.
옮긴이 : 성염
1972년 가톨릭대학교 졸업 후, 1976년 광주 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석사, 1986년 교황청 살레시오 대학에서 라틴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8~2005년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2003~2007년 주교황청 한국대사를 역임했다. 그간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및 이사장, 서양고전학회 회장, 한국서양중세철학연구소 이사, 서강대 철학연구소 소장, 우리사상연구소 소장, 한국가톨릭철학회 이사 등 다양한 학회 활동과,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한국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천주교 인권위원회, 한국가톨릭교수회 등 각 분야의 사회 활동을 하면서 많은 저서와 주해서, 번역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주요 저서로는 『사랑만이 진리를 깨닫게 한다』 『님의 이름을 불러 두고』 『라틴어 첫걸음』 『고급 라틴어』 『하느님을 만난 사람들』 『미사 해설』 등이, 아우구스티누스 주해서로는 『신국론』 『자유의지론』 『그리스도교 교양』『삼위일체론』 『고백록』 『아카데미아학파 반박』 『행복한 삶』 『질서론』 『독백』 등이, 기타 고전 주해서로는 키케로의 『법률론』, 단테의 『제정론』, 피코 델라 미란돌라의 『인간 존엄성에 관한 연설』 등이, 역서로는 『신은 존재하는가? I』 『인간의 죽음』 『아시아의 해방신학』 『아시아인의 심성과 신학』 『해방신학』 외 다수가 있다. 이 밖에도 수십 편의 학술 논문과 사전 항목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