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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로서의 체험과
시인으로서의 통찰이 담긴 기도시 200편


『사계절의 기도』 이해인 수녀의 수많은 시들 가운데 ‘기도시’만 가려 뽑은 선집이다. 이 개정판은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낭독된 「우리 모두 초록빛 평화가 되게 하소서」 등을 비롯한 신작시를 수록하고, 마지막 개정판(2007) 이후 발표된 새 시들을 반영하여 200편으로 엄선했다. 그리고 각각의 시들을 주제에 따라 묶고, ‘일상의 기도’, ‘묵상의 기도’, ‘전례의 기도’, ‘소명의 기도’라는 4부로 나누어, 필요와 시기에 따라 찾아 읽기 쉽게 했다.


  『사계절의 기도』에는 수도자요 시인으로 살아 온 이해인 수녀의 삶이 온전히 담겨 있다. 이해인 수녀의 시적 근원, 곧 내적 성찰과 영적 갈망이 응축되어 있는 이 선집은 “슬픔과 절망과 고뇌의 불로 구워 내/ 빛나고 단단해진 기쁨의 보석들”(「기뻐하게 하소서」에서)을 선물할 것이다. 그리고 삶의 순간들 속에서 영원을 갈망하는 이해인 수녀의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다 보면, 어느새 독자들도 일상의 기쁨과 행복을 새삼 발견하고 자신의 내적 갈등과 고통, 열망을 고요히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수도서원 50주년 기념
고요한 기다림 끝에 꽃핀 이해인 수녀의 기도시 모음집


첫서원 공동 모토인 “실상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입니다”(루카10,42)라는 구절을 가만히 읊조려 봅니다. “내가 당신의 사랑을 영원히 노래하리이다. 당신의 미쁘심을 대대로 전하리이다”(시편 89,1)라는 구절을 새로운 약속처럼 가슴에 되새깁니다.
_시인의 말에서


그 목소리는 크지 않고 어조는 부드럽습니다. 낮게 속삭이듯 묵상에 가까운 음조로 우리 마음에 젖어 듭니다. 수녀님의 시를 따라 기도하면 우리 마음이 물처럼 고요해집니다.
_이숭원(문학평론가, 서울여대 명예교수)


수도자로서의 체험과 
시인으로서의 통찰이 담긴 기도시 200편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선보인 이래 이해인 수녀는 단순하고 일상적인 시어, 소박하고 아름다운 시어, 그러면서 고요하고 성찰적인 시어로 일찍부터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맑은 수도 생활에서 얻은 깊은 영적 표현이 믿음을 좇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더 나아가 믿음이 다른 이들에게도 위로와 희망과 용기를 전한 까닭이다.
  특히 『사계절의 기도』는 이해인 수녀의 수많은 시들 가운데 ‘기도시’만 가려 뽑은 선집으로 작가의 시적 근원, 곧 내적 성찰과 영적 갈망이 응축되어 있다. 더불어 이 책의 작품들은 독자들이 함께 따라 욀 수 있는 기도이기도 해서 『사계절의 기도』는 시집인 한편, 또한 기도집이다. 1993년 출간 이래, 이십여 회 중쇄를 거듭하고 두 차례 개정되며 오래도록 사랑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 개정판은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낭독된 「우리 모두 초록빛 평화가 되게 하소서」 등을 비롯한 신작시를 수록하고, 마지막 개정판(2007) 이후 발표된 새 시들을 반영하여 200편으로 엄선했다. 그리고 각각의 시들을 주제에 따라 묶고, ‘일상의 기도’, ‘묵상의 기도’, ‘전례의 기도’, ‘소명의 기도’라는 4부로 나누어, 필요와 시기에 따라 찾아 읽기 쉽게 했다.
  삶의 순간들 속에서 영원을 갈망하는 이해인 수녀의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다 보면, 어느새 독자들도 일상의 기쁨과 행복을 새삼 발견하고 자신의 내적 갈등과 고통, 열망을 고요히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철따라 부르고 싶은 마음의 노래

  『사계절의 기도』는 봄과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처럼 주제와 시기에 따라 4부로 나누었다. 1부 ‘어제의 열매이며 내일의 씨앗인 오늘’은 ‘일상의 기도’를 담고 있다. 하루하루 체험하는 기쁨과 행복이란 감정,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자세와 그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대하는 마음가짐, 해를 맞이하고 넘어가며 거듭하는 다짐과 반성을 노래한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 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12월의 엽서」에서)라고 조용한 목소리로 스스로 다짐한다. 
  ‘묵상의 기도’를 담은 2부에서 이해인 수녀는 “깊은 데로 저어 나가 그물을 치시오”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처럼 마음 깊은 곳에 그물을 쳐서 희망과 기쁨, 겸손과 인내의 고기를 잡는다. 샘이요 빛이며 길인 그리스도의 이름을 고요히 부르며 믿음을 다지고, “교만과 허영의/ 가시나무가 자라고/ 무관심과 이기심의/ 잡초가 무성한/ 제 마음의 숲에/ 불을 놓아 주십시오”(「고백성사」에서)라고 참회하며, 위로의 말보다 외려 침묵이 반가운 환자의 고통을 토로한다.
  3부 ‘당신과 함께 깨어날 한 점 눈부신 어둠’에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절부터, 성탄절,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사순절, 부활절 등 가톨릭의 전례 주기에 따라 바칠 수 있는 기도시가 실려 있다. “앓는 이들에겐 치유자로/ 갇힌 이들에겐 해방자로 오십시오”(「다시 대림절에」에서)라고 기도하며 신앙적 믿음을 구체적 현실과 연결 짓는 한편, “주님/ 일어나십시오/ 돌무덤에 갇혀 있던/ 어둠을 밀어내고/ 어서 빛으로 일어나/ 우리에게 오십시오”라며 그리스도의 부활과 함께 새 삶을 촉구한다.
  4부 ‘새롭게 사랑하는 기쁨으로’에서 이해인 수녀는 세상과 타인을 향해 눈을 돌린다. “멀리 밖에 나와/ 우리 집을 바라보면/ 잠시 낯설다가/ 오래 그리운 마음”(「우리 집」에서)이 든다며 떠나온 가족을 추억하고, “저의 편견과 불친절과 무관심으로/ 어느새 멀어져 간 이웃들을/ 뉘우침의 눈물 속에 기억”(「만남의 길 위에서」)하며 만남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또한 “언제나 용서에 더디어/ 살아서도 죽음을 체험하는 어리석음”(「용서를 위한 기도」에서)을 자책하며 용서하고 용서받을 줄 아는 용기를 간청한다.


"사랑으로 선택했기에 사랑으로 열린 길 …
오늘도 노래하며 걸어가게 하소서”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이해인 수녀는 ‘클라우디아’란 새 이름을 받았다. 그리고 부산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서 수도자의 삶을 살기로 서원했다. 그 삶은 “약속의 사슬로/ 나를 묶”(「반지」에서)은 삶,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구속”의 삶이지만 클라우디아 수녀는 그 속에서 “한곳에 속해 있어/ 모든 것에서 놓여나는/ 담백한 자유”(「사랑의 약속」에서)를 찾고 구하였다.
  이해인 수녀는 겸손과 인내, 침묵의 수도생활 한가운데에서 사랑과 믿음, 희망을 노래했고, 그 노래는 수도원의 담을 넘어 많은 이들의 마음에 가닿았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교만에서 겸손으로/ 불목에서 화해로/ 증오에서 용서로”(「이젠 다시 사랑으로」에서) 나아가려 하는 한 수녀의 끊임없는 사랑의 의지에 독자들도 마음이 움직였을 것이다.
  『사계절의 기도』에는 수도자요 시인으로 살아 온 이해인 수녀의 삶이 온전히 담겨 있다. 오랜 시간 신중하게 가려 뽑아 새로 엮은 이 선집은 다시금 독자들에게 “슬픔과 절망과 고뇌의 불로 구워 내/ 빛나고 단단해진 기쁨의 보석들”(「기뻐하게 하소서」에서)을 선물할 것이다.



<책 속에서>

  「기쁨에게」

  사랑의 먼 길을 가려면
  작은 기쁨들과 친해야 하네
  
  아침에 눈을 뜨며
  작은 기쁨을 부르고
  밤에 눈을 감으며
  작은 기쁨을 부르고
  
  자꾸만 부르다 보니
  작은 기쁨들은
  이제 큰 빛이 되어
  나의 내면을 밝히고
  커다른 강물이 되어
  내 혼을 적시네
  
  내 일생 동안
  작은 기쁨이 지어 준
  비단옷을 차려입고
  어디든지 가고 싶어
  누구라도 만나고 싶어
  
  고맙다고 말하면서
  즐겁다고 말하면서
  자꾸만 웃어야지(51-52쪽)


  「길이신 예수님께」

  길이신 예수님
  또 한 해의 길을
  길이신 당신과 함께
  걸어가게 하소서
  
  당신이 계시기에
  어두워도
  방향을 잃지 않고
  유혹이 심해도
  두렵지 않습니다

  오직 당신만을
  사랑으로 선택했기에
  사랑으로 열린 길
  이 길을 따라
  오늘도
  노래하며 걸어가게 하소서
  
  길을 가는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으로 이어 주는 길이 되어서
  마침내는 아름다운 집으로
  함께 이르게 하소서(167-168쪽)


  「우리 모두 초록빛 평화가 되게 하소서」

  나라와 민족 위해 목숨 바친
  수많은 님들을 기억하며
  우리 마음의 뜰에도
  장미와 찔레꽃이 피어나는 계절
  경건히 두 손 모아 향을 피워 올리고
  못다 한 이야기를 기도로 바치는 오늘은 6월 6일
  몸으로 죽었으나 혼으로 살아 있는 님들과
  우리가 더욱 사랑으로 하나 되는 날입니다
  …
  분단과 분열의 어둠을 걷어 내고
  조금씩 더 희망으로 물들어 가는 이 초록빛 나라에서
  우리 모두 존재 자체로 초록빛 평화가 되게 하소서
  선이 승리하는 기쁨을 맛보며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어제처럼 오늘도 오늘처럼 내일도
  늘 우리 곁에 함께 계셔 주십시오(502-505쪽) 잎이 보이듯이』 『기다리는 행복』 등의 산문을 펴냈다.



■ 시인의 말


PART 1 일상의 기도: 어제의 열매이며 내일의 씨앗인 오늘
새해엔 산 같은 마음으로|희망에게|새해 아침에|새 힘을 주소서|새로움의 강이 되게 하소서|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무지개 빛깔의 새해 엽서|새해엔 이런 사람이|새해 마음|설날 아침|기쁨이란|기뻐하게 하소서|기쁨에게|작은 기쁨|기쁨의 맛|기쁨 꽃|기쁨이란 반지는|행복에게|행복의 얼굴|행복도 새로워|가까운 행복|시간의 선물|시간은|시간도 바빠서|마음이 마음에게|마음을 위한 기도|마음에 대하여|듣게 하소서|들음의 길 위에서|듣기|보게 하소서|밤의 기도|말의 빛|말을 위한 기도|어느 말 한 마디가|고운 말|나를 키우는 말|어떤 기도|감사하는 마음은|감사 예찬|감사의 기쁨|나를 위로하는 날|슬픈 사람들에겐|위로의 방법|위로자의 기도|아픈 이들을 위하여|휴가 때의 기도|바다로 가는 길|산 위에서|달빛 기도|한가위|달빛 인사|저무는 이 한 해에도|송년 엽서|12월의 엽서|한 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십이월의 촛불 기도


PART 2 묵상의 기도: 마음 깊은 곳에 치는 기도의 그물
성서와 함께|성서 예찬|성서|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처럼|문이신 예수님께|샘이신 예수님께|빛이신 예수님께|길이신 예수님께|나무이신 예수님께|바위이신 예수님께|지혜이신 예수님께|태양이신 예수님께|기쁨이신 예수님께|평화이신 예수님께|침묵이신 예수님께|구세주이신 예수님께|부르심 1|부르심 2|당신을 따른다는 것은|수녀 1|수녀 2|고백성사|고해성사|후회|부끄러운 고백|다시 드리는 기도|어떤 결심|후회뿐인 기도|큰 죄|종이에 손을 베고|환자의 편지|마지막 편지|아픈 날의 일기|몸이 하는 말|아픈 날의 편지|아픈 날의 기도|통증 단상|아픈 날의 고백|암세포에 대한 푸념|어느 노인의 고백|어느 노인의 기도|노년의 기도 일기


PART 3 전례의 기도: 당신과 함께 깨어날 한 점 눈부신 어둠
길이신 이여 오소서|이제는 우리가 먼저|다시 대림절에|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며|성모님과 함께|기쁨 주일의 기도|성탄 준비|구유 앞에서|성탄 밤의 기도|성탄 편지|성탄 인사|주님의 오심으로|당신은 우리에게|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당신만이 빛이시오니|당신께서 오신 세상 속으로|우리는 믿습니다|별이 되게 하소서|성 요셉을 기리며|재의 수요일 아침에|또다시 당신 앞에|사랑과 침묵과 기도의 사순절에|이젠 다시 사랑으로|성금요일의 기도|오늘도 십자가 앞에 서면|부활 소곡|부활절의 기도|어서 빛으로 일어나|부활절의 기쁨으로|기쁨으로 불을 놓게 하소서|이제 당신이 오시어|어머니 당신의 5월이 오면|오늘은 꽃과 불 속에|성모님께 바치는 시|5월의 시|성모님께|사랑은 찾아 나서는 기쁨임을|다시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으로|길 위에서의 기도|어머니, 당신을 부르면|성모님께 드리는 기도|예수님 마음|성심이신 예수님께|저희도 오르게 하소서|울게 하소서 어머니|어머니 우리가 당신을 부르면|오직 사랑 때문에|피 묻은 님들이여|김대건 신부님께 1|김대건 신부님께 2|무명無名의 순교자 앞에|새롭게 불러 보는 당신 이름은|묵주의 기도|가신 이에게|그대 차가운 손을|순례자의 기도|11월에|하관|마지막 기도|죽음을 잊고 살다가|마지막 손님이 올 때|어떤 죽은 이의 말


PART 4 소명의 기도: 새롭게 사랑하는 기쁨으로
새롭게 사랑하는 기쁨으로|어느 교사의 기도|의사의 기도|간병인의 기도|환자의 기도|가족을 생각하면|우리 집|매일 보는 식구들인데|가족들에게 꽃을 드립니다|용서하십시오 1|용서하십시오 2|용서를 위한 기도|용서의 기쁨|용서의 꽃|용서하기|용서 일기|나눔에 대한 묵상 기도|선물의 집|5월의 편지|십 대들을 위한 기도|산처럼 바다처럼|오직 사랑만이 문이 되게 하소서|만남의 길 위에서|초대의 말|차를 마셔요, 우리|꽃마음으로 오십시오|차 한잔 하시겠어요?|사랑의 사람들이여|은총의 사람들이여|사제를 위한 연가|동그란 사랑의 삶을|반지|사랑의 약속|함께 걷는 길 위에서|우리를 흔들어 깨우소서|우리 모두 초록빛 평화가 되게 하소서|평화로 가는 길은|평화를 위한 기도


■ 축하의 글




 지은이 : 이해인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해방둥이’로 태어났다. 1964년 스무 살에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 입회하여, 1968년 ‘클라우디아’란 이름으로 첫서원을 하고, 1976년 종신서원을 했다. 필리핀 세인트 루이스 대학에서 영문학을,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종교학을 전공했으며, 제9회 「새싹문학상」, 제2회 「여성동아대상」, 제6회 「부산여성문학상」, 제5회 「천상병 시문학상」을 수상했다.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선보인 이래 『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시간의 얼굴』 『엄마와 분꽃』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작은 위로』 『작은 기쁨』 『희망은 깨어 있네』 『작은 기도』 등의 시집과 『두레박』 『꽃삽』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기쁨이 열리는 창』 『풀꽃 단상』 『사랑은 외로운 투쟁』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기다리는 행복』 등의 산문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