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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구원되기를 바라는가?

 

지난해 발간된 “발타사르의 지옥 이야기”에 이은 두 번째 책.

1986년 발타사르는 로마에서 개최된 한 심포지엄에서 지옥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소신껏 설명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다음날 일간지에 저자의 발언이 왜곡된 채 “지옥은 텅 비었다”라고 게재되는 일이 벌어져 교회 안팎으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이에 모든 사람이 구원되기를 희망해야 한다는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기 위해 소책자를 출간한다. Was dürfen wir hoffen?(“모든 사람이 구원되기를 희망해도 될까?”)이 그것이다. 이 책이 “발타사르의 구원 이야기”로 번역, 출간되었다.

 

구원 문제는 모든 인간의 궁극적인 실존의 문제이기에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발타사르는 자신의 구원을 확신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모든 이의 구원을 바라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자세라고 강조한다.

이는 “사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라고 말하는 바오로 사도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인간은 자신의 능력이나 공로로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하느님의 자비에 의지해서 구원받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믿고 구원을 희망하는 것이 하느님 경외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지옥의 존재를 부정하지도, 이단자를 옹호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리스도교의 올바르고도 합당한 희망, 모든 이가 구원될 가능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또한 그는 ‘인간이 끝까지 하느님의 은총을 거부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그렇기에 아무리 극악무도한 죄인이더라도 그가 구원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기하지 말고, 최대한의 인내심을 갖고 그가 회개하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연 하느님의 심판 아래에 서있는 인간(그리스도인)은 모든 사람이 구원되기를 바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발타사르는 절대 확실성을 말한 적이 없고 다만 희망만을 말했을 뿐이다.

 

전체 11장 가운데 6장에서는 하케본의 메히틸트, 폴리뇨의 안젤라, 노리치의 줄리안, 리지외의 데레사,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 등 많은 성인 성녀들의 증언을 내세우며 자신의 입장을 굳건히 만든다.

마지막 11장에서는 하느님의 정의와 자비가 어떻게 하나로 수렴되는지를 요제프 피퍼의 다음 문장을 통해서 암시한다. “하느님의 정의와 자비가 서로 ‘부딪히는’ 느낌은 신학적 희망 안에서 말 그대로 ‘이론적으로’만이 아니라 실존적으로 ‘상쇄된다.’ 초자연적인 희망이야말로 인간의 눈에는 대척적으로 보이는 하느님의 두 속성에 대한 완벽한 대답이 될 것이다. 하느님의 정의에만 목숨 건 사람들은 그 반대로 하느님의 자비에만 목맨 사람들처럼 뭔가를 희망하는 일에 크게 의지하지 않는다. 이 두 부류는 하나는 희망 없이 살다가 절망 속에서 신음할 것이요, 다른 하나는 뻔뻔함으로 기고만장할 것이다. 오로지 희망만이 모든 모순과 대척을 덮어버리는 하느님의 능력을 이해할 것이요, 그분의 정의는 곧 자비이며 그 자비는 정의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저자는 보편적 구원, 하느님의 정의와 자비 등의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성경, 교부들의 가르침, 여러 신학자들의 입장, 그리고 교회의 가르침과 현명하게 비교하고 제시한다. 또한 우리가 궁금해하는 보편적 구원에 대한 현대신학의 해석을 들려준다.

 

발타사르는 일찍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으로부터 추기경직에 서임되었으나 추기경직 수여식을 이틀 앞두고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저자의 지옥 교리에 대한 견해의 중심에는 다음의 성경 구절이 자리 잡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깨닫게 되기를 원하십니다.”

 

죽음과 구원에 대한 묵상으로 이끄는 11월, 이 책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더욱 가깝게 느끼고,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더 뜻깊은 위령성월을 보내기 바란다.

 

책 속으로







추천사 

1장  쟁점과 고발 

2장  신약성경 

3장  오리게네스와 아우구스티노 

4장  토마스 아퀴나스 

5장  심판의 개별적 성격 

6장  성인 성녀들의 증언 

7장  블롱델의 딜레마 

8장 지옥의 영원성 

9장 악이 스스로 소멸할까? 

10장 사탄 

11장 정의와 자비 

지은이: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1905년 스위스 루체른에서 태어나, 1927년에 독일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36년에 예수회 사제로 서품되었다. 1944년에 신비가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와 함께 재속수도회(요한공동체)를 창립하여 지도신부가 되고, 1947년에 요한출판사를 설립했으며, 1950년에 예수회를 퇴회하고, 1956년 쿠어Chur 교구에 입적했다. 1973년에 국제 신학 월간지 Communio(공동체)를 공동 창간하고, 1988년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으로부터 추기경직에 서임되었으나 수여식 사흘 전에 타계했다. 평생 동안 119권의 단행본, 532편의 논문, 114편의 공동 집필서, 110권의 번역서를 남겼고, 말년에 집필한 주저 Herrlichkeit(신학적 미학) 3부작(총 15권)은 현대판 신학대전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옮긴이: 김관희

1988년 미리내 천주성삼 성직 수도회 사제로 서품되어, 1996년에 로마 라테란대학교에서 교의신학 박사학위를취득했다. 현재 수원가톨릭대학교와 동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에서 성사론, 그리스도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