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De Immortatlitate Animae
영혼의 기원과 영혼의 불사불멸에 관한 주제들은 서구 사상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던 물음들이었다. 철학의 과제가 영혼과 하느님에 관한 것이라고 이해했던 아우구스티누스도 영혼의 문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다. 영혼 탐구가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면 하느님 탐구는 우리의 기원에 대한 모색이었다.
본서는 단권으로 된 책이며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혼이 어떤 이유로 소멸하지 않는지 설명하는 1부는 영혼불멸을 입증하고 그에 대한 반론에 답변하는 이중 작업으로 되어 있다. 2부는 영혼이 소멸하거나 물체로 변한다는 스토아와 에피쿠로스학파를 반박하며 영혼의 불멸을 방증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영혼의 불멸에 대하여 공식적인 논고를 처음 쓴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이미 『독백』 2권에서 “내가 불멸하는 존재인지를 먼저 알고 싶다”고 밝혔던 그는 “인간의 영혼 외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면서” 영혼 불멸의 문제를 다루고자 했다.
영혼의 불멸에 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유는 기본적으로 인간 지성과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본서에는 그리스도의 이름이 전혀 나타나지 않으며 진짜 그리스도교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것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자기 영혼의 불멸에 대한 문제를 탐구해 보려는 내적 충동을 따르면서 그것을 오직 이성적 관점에서만 해명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교회에 입문하기 이전부터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높이 평가했던 그였지만 그리스도교의 흔적을 가급적 드러내지 않았고, 그래서 본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작품 가운데 유난히 순수하게 철학적”이라는 평도 얻었다.(해제)
아우구스티누스의 철학적 발전은 개인적 체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의 철학은 진리를 추구하는 정신과 보조를 맞추면서 성장하고 발전하였다. 『영혼 불멸』은 카시키아쿰 별장에서 육체적 휴식을 취하고 철학적으로 토론하며 명상 생활을 하던 평화로운 나날들이 끝나고 밀라노로 돌아와 세례를 기다리며 공식적으로 그리스도 교회의 구성원이 되고자 했던 시기에 저술되었다. 정작 아우구스티누스 자신은 본서에 대해 “논리 전개가 하도 번다하고 옹색하여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읽자면 내 주의력이 산만해지고 내 자신마저도 겨우 알아들을 정도”(107쪽)라고 혹평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신국론』이나 『삼위일체론』 등의 후기 저작에서 심리학적 · 신학적 사유를 전개하고 완성했다면, 지성적 · 영성적 자각이 한창일 때에는 주로 이성적 논증을 강조하였다. 본서에는 영혼의 불멸에 대한 이성적 논증이 특별히 강조되어 나타난다.
『영혼 불멸』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저서 중 가장 짧은 단행본이다. 논증 형태로 영혼의 불멸을 다루고 이어서 반증 형태로 더 다루며, 마지막으로 영혼 불멸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반론들을 반박하는 형식으로 영혼 불멸을 다루고 있다. 짧지만 저자마저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고 인정할 정도로 쉽지 않게 서술되어 있다. 본서가 전혀 대화를 도입하지 않은 작품이면서도 아우구스티누스의 ‘대화편’에 속하는 이유는 영혼 불멸이라는 주제에 대해 관점이 다른 가상적 인물들과의 학문적 논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 대화편의 다른 저서들을 읽은 독자라면 본서를 접하고 다소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순수하게 철학적”이지만 때로는 논리적 전개가 충분히 이루어져 있지 않아서 전제와 결론들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듯한 인상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의 철학적 사유 방식과 아울러 그의 개인적 성장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데 아주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저작임에 틀림없다. 독자들은 본서에서 그리스도교에 입문하기 직전 30대 초반의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교부 문헌 총서’를 내면서
해제
1.『영혼 불멸』 집필 계기와 시기
1.1. 집필 계기
1.2. 집필 시기
2.『영혼 불멸』 내용 개괄
2.1. 본서의 구성과 의의
2.2. 영혼 불멸에 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논증
2.2.1.“영혼의 인식 대상인 이념이 상존하므로 영혼은 불멸한다”
2.2.2.“영혼에서 일어나는 운동이나 변화는 오히려 영혼의 불멸성에 관한 방증이다”
2.2.3. 반론을 통해서 보완하는 영혼의 불멸 입증
3. 번역 원본과 현대어 번역본
본문과 역주
1.1. 스트라톤의 주장과 반대로, 학문이 깃드는 영혼은 사멸하지 않는다
2.2. 아리스토크세노의 주장과 반대로, 정신 곧 이성은 단지 신체의 조화가 아니다
3.3. 알렉산드로스의 주장과 반대로, 영혼은 어떤 능력이고 실체다
3.4. 그러므로 영혼은 변하지도 사멸하지도 않는다
4.5. 그 까닭은 영혼에 예술과 이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4.6. 학식이 없거나 망각하고 있을지라도 저것들은 영혼에 존재한다
5.7. 영혼의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는 하지만
5.8. 그 변화 때문에 영혼에 이념이 존재를 상실하지는 않는다
5.9. 그러므로 영혼은 사멸하지 않는다
6.10. 영혼이 이성 속에 존재하거나 이성이 영혼 속에 존재한다
6.11. 그렇지 않으면 영혼이 곧 이성 자체다
7.12. 몇 가지 반론: 영혼이 무지함에 의해서 결손을 겪는다는 관점
8.13. 영혼은 사물들의 자연 본성 속에 존재한다는 관점
8.14. 신체는 형상에 의해서 소멸되지 않게 만들어졌다는 관점
8.15. 영혼은 스스로 존재한다는 관점
9.16. 영혼은 생명 자체이므로 죽음으로 자체를 버리고 떠날 수 있다는 관점
10.17. 생명은 신체의 어떤 조절이라는 관점
11.18. 영혼이 스스로 자기를 소멸시킬 수 있거나
12.19. 타자에 의해서 소멸될 수 있다는 관점
13.20. 영혼이 존재를 그보다 못한 신체로 변환시킬 수 있는 데 스스로 자원하거나
13.21. 타자에게 강요를 받아서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관점
13.22. 강요는 받지 않더라도 그럴 만한 조건이 생기거나
14.23. 수면 같은 결핍 상태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관점
15.24. 영혼이 공간에 점유된다는 관점. 그렇더라도 영혼은 영원한 이념과 결속되며
16.25. 신체 속에 자리 잡고 있지만 부분으로 나누이지는 않는다
재론고
인명 색인
작품 색인
성경 색인
글쓴이 : 아우구스티누스
북아프리카 타가스테에서 태어났다(354년). 어머니 모니카는 독실한 그리스도인이었으나, ‘지혜에 대한 사랑’(철학)에 매료된(373년) 청년 아우구스티누스는 진리를 찾아 끊임없이 방황하는 삶을 살았다. 한때 마니교와 회의주의에 빠지기도 했던 그는 밀라노의 수사학 교수로 임명되면서 출셋길에 올랐다(384년). 밀라노에서 접한 신플라톤 철학, 암브로시우스 주교의 설교, 수도생활에 관한 증언 등을 통해 그리스도교에 눈을 뜨기 시작했으나, 머리로 이해한 그리스도교 진리를 아직 믿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엉거주춤 망설이며 살아가다가, 마침내 바오로 서간을 ‘집어서 읽으면서’(Tolle! Lege!) 회심하였고(386년), 행복한 눈물 속에 세례를 받았다(387년). 교수직과 재산을 미련 없이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소박한 수행의 삶을 엮어 가던 그는 뜻하지 않게 히포 교구의 사제(391년)와 주교(395년)로 서품되었고, 40년 가까이 사목자요 수도승으로 하느님과 교회를 섬기다가 석 달 남짓한 투병 끝에 일흔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430년). 『고백록』Confessiones을 비롯한 수많은 저술(책, 서간, 설교)과 극적이고 치열한 삶은 그리스도교 철학과 신학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교부들 가운데 우뚝 솟은 큰 산인 아우구스티누스는, 그리스 철학 체계 속에 그리스도교 진리를 깔끔하게 정리해 냄으로써 ‘서양의 스승’이라고도 불린다.
옮긴이 : 성염
1972년 가톨릭대학교 졸업 후, 1976년 광주 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석사, 1986년 교황청 살레시오 대학에서 라틴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8~2005년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2003~2007년 주교황청 한국대사를 역임했다. 그간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및 이사장, 서양고전학회 회장, 한국서양중세철학연구소 이사, 서강대 철학연구소 소장, 우리사상연구소 소장, 한국가톨릭철학회 이사 등 다양한 학회 활동과,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한국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천주교 인권위원회, 한국가톨릭교수회 등 각 분야의 사회 활동을 하면서 많은 저서와 주해서, 번역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주요 저서로는 『사랑만이 진리를 깨닫게 한다』 『님의 이름을 불러 두고』 『라틴어 첫걸음』 『고급 라틴어』 『하느님을 만난 사람들』 『미사 해설』 등이, 아우구스티누스 주해서로는 『신국론』 『자유의지론』 『그리스도교 교양』『삼위일체론』 『고백록』 『아카데미아학파 반박』 『행복한 삶』 『질서론』 『독백』 등이, 기타 고전 주해서로는 키케로의 『법률론』, 단테의 『제정론』, 피코 델라 미란돌라의 『인간 존엄성에 관한 연설』 등이, 역서로는 『신은 존재하는가? I』 『인간의 죽음』 『아시아의 해방신학』 『아시아인의 심성과 신학』 『해방신학』 외 다수가 있다. 이 밖에도 수십 편의 학술 논문과 사전 항목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