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살아있다!
저자 앙젤 리에비가 이 책을 쓴 목적은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환자의 마음을 대변해 주기 위해서다. 자신이 겪은 일을 ‘잊어버릴까? 드러낼까? 되새길까? 초월할까? 묻어버릴까? 털어놓을까?’ 질문을 수없이 하면서 예전의 그녀처럼 말 못하고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환자를 돌보는 이들이 환자들의 소리를 듣고 한 번 더 생각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역자 또한 예고 없이 찾아온 아내의 병, 장례를 준비해야 할 만큼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는 중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캄캄한 어둠 속을 걷듯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의료진조차 포기한 상황에서 이 책을 만났다!
아무리 중환자여도 의식이 있다는 저자의 체험에서, 인간에 대한 놓치지 않는 사랑의 끈이 사람을 살린다는 것을 깨닫고 큰 감동을 받았다. 이후 아내에게 사랑을 전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느낀 역자는 모든 일상을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으로 바꾸었고, 기적처럼 아내가 살아났다. 이 놀라운 체험을 나누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이 책을 번역하게 되었다.
앙젤은 갑자기 급성희귀병으로 몸이 완전히 마비되어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가 된다. 병원 의료진은 그녀를 죽은 사람처럼 대한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것을 듣고 알고 느끼고 있으며, 끊임없이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리려는 처절한 노력을 한다.
의료진도 포기한 상황에서 장례식을 준비하라는 의사의 통보가 있은 지 며칠 후, 엄마가 살아있는 것처럼 걱정하지 말라며 다정하게 건네는 딸아이의 말에 감동받은 앙젤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흐른다. 사랑과 슬픔과 두려움이 범벅이 된…. 그것을 발견한 딸이 “엄마가 울어요!”라는 외침으로 모든 상황이 갑자기 달라진다.
이제야 한 줄기 어렴풋한 빛이 이 거대한 밤을 뚫는 것 같다. 열흘 이상 나를 완전히 옭아맨 굴레에 금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존재함을 알리려고 얼마나 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그들을 붙잡기를 바랐던가! 내면에서 나를 흠뻑 적시는 눈물이 밖으로 솟아 나오기를 얼마나 원했던가! 얼마나 노력했으며, 얼마나 바랐고, 얼마나 기도했던지…. 이는 마치 내 몸의 감옥이 내 마음의 격렬한 공격으로 틈새가 벌어진 것 같았다. 123쪽
앙젤이 흘린 ‘눈물 한 방울’은, 생명의 신호요 절박한 기도였다. 살아있음을 알리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과 소리 없는 절규….
“이 소중한 눈물이 어떻게 흐른 걸까? 내가 흘린 눈물을 보석상자에 넣어 간직하고 싶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소중한 한 방울의 눈물이 그를 살렸다!
환자 상태가 어떠하든 치료하는 사람은 환자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책은 ‘꼼짝없이 누워있는 사람’도 새로운 시선으로 보라고 초대한다. 어떤 환자도 움직이지 못한다고 해서 좋고 나쁨을 모르고, 고통도 받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이 이야기는 저자가 현장에서 체험한 진솔한 기록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사랑은 생명을 살린다. 환자들은 주변 사람이 주의를 기울여 줄 때만 존재한다. 환자가 말하지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의식이 없어도, 그 곁에서 말을 건네고 희망과 사랑을 준다면 고통을 덜어줄 뿐 아니라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생명을 되찾은 앙젤이 전하는 메시지다.
움직이지 못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검사를 해서 환자가 생각하고, 듣고, 감지하고 있다는 걸 알아낼 수는 없었을까? 오늘날의 기술로 삶이냐 죽음이냐, 환자의 상태가 좋은가 나쁜가를 결정하는 단순한 사실을 넘어 환자가 느끼는 걸 알 수는 없을까?
저자의 체험은, 치료는 기술적인 일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경청하고 침묵 너머의 소리까지 알아들어야 한다는 깊은 깨달음을 준다. 또한 환자 곁을 지켜야 하는 간병의 시간이 고통의 시간이 아니라 치유의 시간, 환자와 교류하는 사랑의 시간으로 살아낼 때 환자에게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음을 알게 한다.
이 책은 무엇보다 큰 사랑 이야기다. 어떤 상황에 있든 누군가도 이 책을 보고 ‘사랑’을 선택하기를 바란다. 죽음의 문턱까지 간다 해도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이유는 사랑이므로.
저자의 말
역자의 말
1. 깜깜한 밤에 혼자서/ 2. 손가락 끝이 따끔거린다/ 3. 잘못된 선택/ 4. 내 몸은 감옥이다/ 5.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 6. 알 수 없는 짐승의 송곳니/ 7. 관타나모 수용소처럼/ 8. 나는 죽는다/ 9. 사랑하는 우리 엄마에게/ 10. 커튼 뒤에서/ 11. 전자 소음/ 12. 점쟁이/ 13. 눈물 한 방울/ 14. 비상벨/ 15. ABC부터/ 16. 비커스태프라고?/ 17. 공놀이/ 18. 기계/ 19. 고문 의자/ 20. 스탠딩 테이블/ 21. 병 뒤에 환자가 있다/ 22. 호흡을 해야 한다/ 23. 물 한 모금/ 24. 벤자민 버튼처럼/ 25. 인생 공부/ 26. 당신을 사랑해/ 27. 작은 불행들/ 28. 재발/ 29. 저항/ 30. 새 날/ 31. 소생/ 32. 안녕, 봄아!/ 33. 끝에서 처음까지/ 34. 또 다른 시선/ 35. 증언
글쓴이 : 앙젤 리에비 / 에르베 드 살랑다르
앙젤 리에비는 일간지 「알자스」 기자 에르베 드 샬랑다르를 만나 자신이 겪은 체험을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에 감동을 받은 에르베 드 샬랑다르는 「알자스」에 앙젤 리에비의 이야기를 실어 ‘아셰트Hachette상’을 받았다. 그다음 앙젤 리에비의 체험을 책으로 출간해 ‘증언의 순례자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 서규석
갑자기 아내의 뇌 중앙부위 동맥이 파열되고,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되었다가 더 심각한 2차 출혈이 발생하자 의료진은 장례 준비를 하라고 했다. 그때 프랑스에 있는 딸이 보내준 「눈물 한 방울」을 읽고, 아무리 중환자여도 의식이 있다는 저자의 체험이 크게 다가왔다. 그 후로 아내에게 사랑을 전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느껴 희망을 가지고 아내 곁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