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일상이 분리된 각박한 삶, 그 안에서 길어낸 쉼의 시간
우리는 바쁘고 고되다는 핑계로 많은 것들을 미룬다. 그 중에 가장 먼저 미루는 일이 나를 보살피는 일이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는 사실조차 잊고 생활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 우리 마음속에는 하느님에 대한 수많은 생각들이 스친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의 순간마다 지쳐있다 보니 생각들이 그냥 스쳐가도록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각박하게 흘러가는 내 삶과 신앙에 아쉬움을 느껴 온 신자라면 김현 신부의 에세이집 『나그네 생각』이 반가운 휴식이 될 수 있다. 그냥 쉬어가는 휴식이 아니라 하느님 품 안에서 나의 일상을 돌아보는 ‘영성 가득한’ 휴식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하느님의 목소리
지척에 두고도 들르지 못하고 지나만 다니는 공원, 숲길을 걸을 때 스쳐간 바람의 느낌, 문득 떠오르는 과거에 대한 후회, 점점이 흩어져 있는 섬을 바라보면서 떠오른 홀로 살 수 없는 인간에 대한 생각 등 이 책 『나그네 생각』에서 김현 신부는 자신의 소소한 일상을 바라본다. 신부가 쓴 에세이지만 이런 소박함이 영성 서적보다는 구수한 사람 냄새 풍기는 생활글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손에 쏙 들어오는 이 책은 단정하기 보단 흐트러진 자세로 부담없이 읽힌다. 그러나 별 생각 없이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잊지 않고 적어 둔 순간의 상념들이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이끄는 힘이 된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1장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는 신부인 글쓴이가 생활인으로서 느끼는 단상을, 2장 ‘기대어 살아가는 삶’에는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을, 3장 ‘바라며 살아가는 삶’에는 신부로서 느끼는 하느님과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삶을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는 없겠으나 일상에서 인간, 인간에서 하느님으로 나아가는 책의 구성은 독자가 나로부터 시작하여 하느님께로 생각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처럼 이 책은 나만을 중심으로 하는 개인의 영성보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영성을 향하고 있다.
부담 없이 읽어 나갈 수 있는 영성 에세이
수필 형식의 영성 도서에서 일반 신자가 느끼는 어려움 중 하나는 글만으로는 그 내용과 느낌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아무리 성경 구절을 인용하고 주의 깊게 단어를 선택하여도 언어만으로는 전달되기 어려운 모호한 느낌과 생각들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덜고 더 선명하게 글쓴이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꼭지마다 그 주제를 담은 사진을 실었다. 사진만으로도 일상의 고단함이 누그러질 수 있을 것이다.
지나치게 엄숙하거나 정제된 분위기의 영성 도서에서 어려움을 느껴 본 독자라면 가벼운 마음으로 선뜻 쉽게 읽어 나갈 수 있는 에세이집 『나그네 생각』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꼭지마다 글과 함께 수록된 맑은 느낌의 사진들은 묵은 감정과 피로에 지친 독자들의 눈과 마음에 상쾌한 기운을 불어 넣는다. 눈이 시원해지는 사진과 소박한 글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삶과 신앙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추천사 - 5
프롤로그 - 8
1장 더불어 살아가는 삶 - 13
2장 기대어 살아가는 삶 - 61
3장 바라면 살아가는 삶 - 109
글쓴이 : 김현 신부
976년 4월 출생. 2000년 부산가톨릭대학교에 입학하여 2006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2008년 이탈리아 Institutum Patristicum Augustinianum로 유학(교부학 이수)하였고 2013년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석사)을 전공하였다. 천주교부산교구 울산대리구 청소년사목담당, 오순절평화의 마을 부원장, 금정성당 부주임신부를 거쳐 현재 언양성당 협력사목 주임신부로 사목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