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시대 선조들의 행적과 그들이 만난 하느님
《나를 이끄시는 빛》에는 구약 성경의 여러 인물의 행적과 그들이 만난 하느님, 그리고 정진석 추기경이 그에 대해 묵상한 내용이 담겨 있다. 첫 사람인 아담을 시작으로 아브라함, 민족의 영도자 모세, 이스라엘의 위대한 예언자 엘리야와 그의 뒤를 이은 엘리사, 그리고 유다인들을 구원한 에스테르의 행적까지 순차적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여러 인물의 행적을 거울삼아 우리가 더 훌륭한 신앙인이 되도록 신앙인의 모범이 되는 이와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이의 모습을 보여 준다. 하느님의 약속 하나만을 믿고 가족과 친족을 버리고 떠난 아브라함, 주님께 기도하며 용감하게 골리앗과 싸워 이긴 다윗 등의 이야기에서는 주님을 믿고 따른 그들에게 하느님이 주신 은총에 대해 들려준다. 반대로 장자권을 팔아 버린 에사우, 주님이 “기름부음받은이”로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주님을 온전히 신뢰하지 않았던 사울 임금의 이야기에서는 하느님이 주신 권리를 경솔하게 팔아 버리거나 주님께 확신을 갖지 못해 은총을 잃어버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일화에서 성경에 등장하는 사람이라도 각기 장점과 단점 모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본보기가 되는 모든 인물의 행적에서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구약과 신약, 과거와 현재를 넘어 굳건해지는 믿음
저자는 《나를 이끄시는 빛》에서 팔려 갔지만 전화위복으로 집안을 구한 요셉과 유다스에게 팔려 수난을 겪었지만 우리를 구원한 예수님을 비교해 이야기한다. 또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느님이 내려 주신 만나와 성체성사로 신자들을 먹이신 예수님을 대응해 언급한다. 우리는 이러한 일화에서 하느님이 구약 시대에만 우리와 함께하셨던 것이 아니라 신약 시대를 넘어 계속해서 지금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것을 새롭게 일깨운다. 게다가 이 책에는 각 일화 말미에 주제별로 주는 교훈에 부합하도록 저자가 특별히 선별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까지 실려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에서 구약의 하느님과 신약의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을 통해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일러 주기에 우리의 신앙을 더욱 견고히 할 수 있다.
하느님의 선물인 만나는 광야에서 헤매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필수적 양식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을 따르는 군중의 신앙을 굳히고자 비슷한 기적을 거듭 행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도 단순한 능력의 과시가 아니라 필수적인 양식으로 행하신 기적입니다. 그 군중이 실제로 굶주렸기 때문에 그들을 먹이신 것입니다. 오천 명을 먹인 일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같은 모양으로 사천 명을 먹이셨습니다(마태 15,32-39 마르 8,1-10 참조). 주님께서는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같은 기적을 반복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은 기적을 아무 때나 행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도 주님은 이 만나의 기적인 빵을 많게 하는 기적을 반복하셨습니다. 이는 성체성사가 매일의 양식임을 똑똑히 보여 주시기 위함일 것입니다.
― 106~107쪽, ‘7. 만나 - 생명의 양식’ 중에서
하느님이 원하시는 대로 따르는 성숙한 그리스도인
살다 보면 우리는 눈앞의 이익에만 현혹되어 결과는 생각하지 않고 순간적으로 주님의 뜻과 반하는 결정을 할 때가 많다. 그러나 《나를 이끄시는 빛》은 그런 어려운 순간에 하느님의 뜻을 믿고 따름으로써 더 나은 결과를 얻고, 주님의 은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잘 드러내 보여 준다.
이 책과 함께한다면 언제나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신앙인은 어둠 속을 걷는 순간에도 주님이 주시는 지혜와 용기를 가지고 나아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느님과 가까워지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신앙인은 언제나 자신의 뜻이 아니라 오로지 하느님의 뜻을 따르겠다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사실, 성령께서 우리를 선택하시어 맡기신 하느님의 일은 인간의 모든 능력과 지혜를 초월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지혜로운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어리석은 것을 선택”(1코린 1,27)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진정한 봉사자는 자신의 연약함을 깨닫고 겸손되이 일하며 무엇이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일인지 식별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맡겨 주신 모든 사람들에게 겸손되이 봉사함으로써 일상생활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 모든 일에서 하느님의 뜻대로 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 177쪽 ‘12. 사울 - 하느님 뜻과 인간의 생각’ 중에서
차례
머리말
부르심에 따라가는 길 · 5
1. 아담
사람의 가치 · 10
2. 아브라함
부르심과 순종 · 23
3. 에사우
소중한 은총과 경솔한 처신 · 41
4. 야곱
피땀 어린 고생과 인내의 보람 · 56
5. 요셉
수난과 영광 · 70
6. 모세
세속 탈출 · 85
7. 만나
생명의 양식 · 101
8. 여호수아
요르단강 너머의 삶 · 115
9. 발라암의 예언
하느님이 선택하신 백성의 존귀함 · 128
10. 판관들
죄와 투쟁하는 현세 · 143
11. 사무엘
가정의 전인 교육 · 159
12. 사울
하느님 뜻과 인간의 생각 · 170
13. 다윗
매일의 기도 · 186
14. 르하브암
신앙 공동체의 분열과 화합 · 205
15. 엘리야
예언자의 증거와 인내 · 218
16. 엘리사
은총의 필요성 · 232
17. 에스테르
구원의 중개자 · 246
18. 시나이산
하느님의 현존 · 263
글쓴이 : 정진석 추기경
1931년 12월 서울 수표동의 한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명동 성당에서 복사를 하며 신앙을 키워 온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발명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서울대 공대에 진학했지만, 입학하던 해에 일어난 6·25 전쟁을 계기로 인생 항로를 바꾸게 된다. 1954년 가톨릭대학 신학부에 입학, 1961년 사제품을 받았다. 이탈리아 로마 우르바노 대학에서 교회법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1970년 최연소 주교로 서품되었다. 이후 28년 동안 청주교구장을 지냈고,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등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했다. 2006년 3월에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으로부터 추기경으로 서임되었고, 2007년부터 임기 5년의 교황청 성좌조직재무심의 추기경 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틈만 나면 책을 읽고 왕성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15권에 달하는 교회법 해설서 저술로 자타가 공인하는 교회법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저서
《장미꽃다발》, 《라디오의 소리》, 《라디오의 메아리》, 《목동의 노래》, 《교계제도사》, 《교회법원사》, 《말씀이 우리와 함께》, 《말씀의 식탁에서》, 《간추린 교회법 해설》,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공동 편찬),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해설》, 《전국 공용 교구 사제 특별 권한 해설》, 《교회법 해설》, 《우주를 알면 하느님이 보인다》, 《구세주 예수의 선구자 세례자 요한》, 《모세(상)-민족 해방의 영도자》, 《모세(중)-율법의 제정자》, 《모세(하)-민족 공동체의 창설자》, 《희망을 안고 산 신앙인 아브라함》, 《믿음으로 위기를 극복한 성왕 다윗》, 《햇빛 쏟아지는 언덕에서》, 《하느님의 길, 인간의 길》, 《안전한 금고가 있을까》, 《가라지가 있는 밀밭》, 《닫힌 마음을 활짝 여는 예수님의 대화》, 《정진석 추기경의 행복 수업》, 《그분의 상처로 우리는 나았습니다》, 《질그릇의 노래》
역서
《성녀 마리아 고레티》, 《종군 신부 카폰》, 《가톨릭 교리 입문》, 《억만인의 신앙》, 《내가 하느님을 믿는 이유》, 《인정받은 사람》, 《질그릇》, 《영혼의 평화》, 《강론집》I~VI(〈사목〉 별책 부록), 《칠층산》, 《교회법전》(공동 번역), 《너는 주추 놓고 나는 세우고》, 《이 빈 들에 당신의 영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