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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지기 신부님의 글을 읽으면 내 안에 오래도록 숨어 있었던 순수함이 눈물로 맺혀져 흥건히 고입니다. 고개 들어 눈 가장자리 어느 빈틈으로 밀어 넣으려 애쓰지만 부끄러워하는 눈물은 그대로 흘러넘쳐 얼굴을 적시고 맙니다. 슬픈 영화나 감동적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흘리는 눈물과는 또 다른 무엇이 있습니다. 아마도 하느님과 함께하는 신성함으로 물든 감사함인 것 같습니다. 갑자기 본당 신부님과 기억나는 신부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집니다.


  이 책은 성당지기 신부님의 프랑스 유학시절 경험했던 자살다리에 얽힌 사연과 입양 소년의 죽음 앞에서 한 없이 눈물을 흘려야 했던 이야기 그리고 고국에 돌아와서 신자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겪었던 하느님과 관계 안에서의 진솔한 사목 일기들이 실려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저 배운 대로 살아가는 특별할 것 하나 없다고 하는 ‘성당지기’신부님이 거룩하다는 생각조차 듭니다. 아는 대로, 배운 대로, 행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뒤에 조용히 기도로 지켜 주는 어머니는 아들 예수님 뒤에 계신 성모님 모습을 떠오르게 합니다. 성당지기 신부님이 지금 이 세대에 우리와 함께 사신다는 것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이 책은, 사제인 저자 자신이 특별할 것도 없는 소소한 이야기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 소소한 이야기가 실은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줍니다. 

새벽에 촛불을 밝히고 성당에서 교우들을 기다리는 모습, 생업에 종사하느라 식사도 제대로 못 하는 이들에게 직접 도시락을 배달하는 모습, 성서 필사, 손편지 쓰기, 기도 의자로 한마음 한 가족 되게 솔선수범하는 한 사제의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경직된 관료주의나 권위주의에 물들지 않고 친구로 가족으로 다가가는 이 책의 주인공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대로 그야말로 ‘양 냄새 나는 목자’로 살고자 최선을 다합니다. 사랑과 겸손을 입으로 가르치기보다 몸으로 삶으로 보여 주신 예수님을 닮고자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현명한 사제, 주어진 현실에서 만나는 이들에게서 인생을 새롭게 배우며 이것을 회심의 계기로 삼을 줄 아는 ‘성당지기’ 사제의 따뜻하고 진솔한 이 고백록을 읽고 우리 모두 잠시라도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이해인 수녀의 추천사 중)



■■ 책 속 한 구절

우리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수많은 삶의 현상들이 왜 일어나는지 알지 못합니다. 때론 그 원인을 찾으려 과거와 현재의 페이지를 돌려보기도 하고, 때론 하늘을 탓해 보기도 하지만 결국에 우리는 알아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절대자에게 맡길 수밖에 없음을 다시 고백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현실의 내’가 반쪽이었음을 들여다보는 그 순간부터 ‘나’라는 한 인간의 재창조는 시작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누군가에게로 ‘하나 됨’을 향하여 하나씩 채워져 갈 것입니다.


어둠이 시작되는 그 시간, 그곳에는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통해 비추는 빛만이 성당 안 제대를 비추고 있습니다. 하나둘씩 지친 몸을 이끌고 모여든 큰 성당 안에는 깊은 침묵이 흐르고, 저녁 기도서를 준비하는 책장 넘기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끝나갈 때쯤 성당 뒤편에서는 둔탁하고 단순한 나무 종이 울립니다. 곧 사라질 석양빛에 비추어진 십자가를 향해 모두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묵직하고 컬컬한 사제들의 목소리만이 하느님을 향한 기도를 만들어 냅니다. 


모든 인간들은 이렇게 잃어버린 길을 다시 찾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크고 작은 삶의 목표들, 그것이 무엇이었든지 그 안에서 오는 긴장감 속에 어떻게 풀어 가야 할지 기도하며 살겠지만, 여유라는 하느님의 시간을 빼앗겨서 조급함이라는 시험에 들지 않도록 조심하며 살기로 다짐합니다. 내 뜻이 커지는 기도가 정작 하느님의 큰 뜻을 저버리게 함을 깨닫고, 다시 겸손을 청하게 됩니다.


추운 겨울 어느 날 새벽 일찍 일어나 식복사 자매님과 김밥을 직접 싸고 그 전날 밥솥에 넣어 두어 따뜻해진 베지밀 두유를 챙겨 들고서,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장터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아침 장을 분주히 준비하는 그분들 사이를 지나가면서 조용히 김밥과 따뜻한 두유를 놓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삶, 영성의 진정한 출발은 광야를 걷는 것입니다. 그곳은 이제까지 우리를 방해했던 수많은 인생의 먼지로부터 해방되는 곳입니다. 그곳에서만이 우리 자신의 영과 그분의 영이 만날 수 있습니다. 광야로 가고자 하는 이들은 그곳에서 40일, 이스라엘 백성의 40년을 온전히 맛보고 느낄 것입니다. 





추천의 글


1. 긴 이야기, 그리고 다시 그 자리로…


2. Les dix Commandements(십계)


3. 석양 속에 올리는 남자들의 기도 소리


4. 나의 첫사랑 마냐니타


5. 내가 봉고차를 운전하는 이유


6. 새벽 장날 따뜻한 베지밀과 김밥 이야기


7. 돌침대보다 더 좋은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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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인생의 마지막 선물 – 성당 열쇠


10. 고해소에서 야단맞은 신부


11. 하느님과 당신이 만나는 자리 


12. 빛바랜 9일 기도 책자들


짧은 후기





SSP




시골 장터로 김밥 배달하던 '얼굴없는 神父'를 아십니까

김한수 종교전문기자(조선일보)


천주교계 화제의 책 '성당지기…' 사제의 삶 기록한 익명의 신부

두유 배달·부부 신자에 반지 선물 "신자들 위한 '성당지기' 되고파"

일러스트=이철원

저자가 정체를 꼭꼭 숨긴 책 한 권이 천주교계에서 화제다. 지난해 11월 출간된 '성당지기 이야기'(성바오로출판사). 5개월 만에 3쇄 6000부를 인쇄했고, 팟캐스트 '수도원 책방'에 소개되며 신자들 사이 조용한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책에 적힌 저자 이름은 'SSP'. 200여쪽 책을 다 읽으면 저자를 추리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서는 있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 막내로 태어나 신학교 졸업 후 프랑스 리옹과 이탈리아 로마에 유학했으며 귀국 후 시골 성당 주임신부를 거쳐 신도시로 온 50대 중반의 사제다.

수채화풍 에세이로 읽히는 책을 펼치면 인기의 비결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양(羊) 냄새 나는 목자(牧者)'로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제를 발견할 수 있어서다. 시골 성당 주임 시절 저자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성당 난방을 켜놓은 후 승합차를 몰고 마을 어르신들을 새벽 미사에 실어날랐다. 신자들은 농사지어 5일장에 팔아 생계를 잇는 이가 대부분. 장날이 주일과 겹치면 미사에 못 온다. 신부는 새벽에 장터를 찾아 신자들에게 따뜻한 두유와 김밥을 배달했다.

성당에 속한 공소(公所) 중엔 한센인 공동체가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방문할 때마다 분위기가 냉랭했다. "커피 한 잔 주세요" 하면 신자들이 난처해하며 "커피 드셔도 되겠어요?" 물었다. 신부가 자신들을 멀리 한다고 짐작한 것. 신부는 한센인 공소를 매주 방문했고, 매월 마지막 주엔 한센인들을 성당으로 초대해 함께 미사를 올렸다. 어느 날 신부의 휴대전화에 모르는 번호로 문자메시지가 왔다. '씬부님, 싸랑합니다. 항상고맙듭니다.' 한센병으로 손가락을 잃은 신자가 손등으로 글자판을 눌러 쓴 메시지였다. 한번은 신자들이 신부에게 '돌침대'를 선물하고자 모금했다. 신부는 그 이야기를 듣고 '다른 이벤트'를 꾸몄다. '혼인 갱신식'. 부부 신자들을 성당으로 불러 모아 각자 사랑 고백을 하게 하고, 돌침대 대신 은반지를 마련해 그들 손에 끼워 드렸다.

신도시 아파트로 둘러싸인 가건물 성당으로 옮긴 신부는 또다시 일을 벌였다. 신부들에겐 '휴일'인 월요일 저녁에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성경 읽기, 성경 필사에 이어 예수님이 직접 화법으로 말씀하신 구절 필사 운동을 시작했다. 텅 비었던 성당에 점점 신자들이 늘었다. 고마워서 선물을 하기로 했다. '장궤(長跪)틀' 즉 '기도 의자'다. 시간 나는 대로 나무를 자르고 깎고 다듬어 252개의 '기도 의자'를 만들고 측면엔 '하느님과 당신이 만나는 자리'라는 글귀를 새겼다.

SSP 신부가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은 한센인의 문자 외에도 '버스표 10장'이 있다. 20여년 전 사제품을 받고 보좌 신부로 지내던 어느 날, 집에 들렀다 성당으로 가려 할 때 어머니가 '어떻게 가겠느냐' 물었다. "택시를 타거나 신자의 차를 얻어타고 가지요. 왜요?" 그러자 어머니는 '사제 서품 선물'이라며 버스표 10장 한 묶음을 내놓았다. "아들 신부님은 버스 타고 다니시오. 신부님이 만나는 신자들 대부분이 버스 타고 다닌다오." 게으른 마음이 일 때마다 그는 버스표를 꺼내본다. 신자들에게 대접 받고 가르치려는 사제가 아닌 '성당지기'가 되려 다짐한다. 성바오로출판사의 한 신부는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하셔서 약속하고 책을 냈다"며 "신부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0/201804200000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