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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전 문명, 고대 동양, 그리고 그리스도교 탄생 이후까지

변화된 지옥의 모습을 탐구하다!

지옥은 죽음 너머의 세계로 사람들의 오랜 논쟁거리였다. 누구도 가 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였기에 사람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이를 두려워했다.

《간략한 지옥의 역사》는 시대에 걸쳐 지옥에 대한 의식 변화를 살펴보며 지옥이라는 이 주제가 이제는 신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심리학적 연구, 정신 분석학, 사회학, 그리고 철학적 연구를 통해 자신 안에 자신만의 지옥을 옮겨 놓는 것임을 시사한다.

이 책은 크게 구전 문명, 고대 동양, 그리고 그리스도교의 탄생 이후로 세분화하여 지옥에 대한 논의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당시 지옥을 어떻게 여겨졌고, 생각했는지, 그리고 이러한 지옥을 무슨 수단으로 이용했는지를 알아본다. 프랑스 역사학자인 저자 조르주 미누아는 역사적 기록, 성경, 논문 등에서 발췌한 기록을 바탕으로 지옥에 대한 인간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슬픈 곳이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신비로운 방법으로 지상 생활을 계속하는 곳으로 지옥을 소개한 구전 문명, 도덕적 법령을 준수하고 이를 어기는 사람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고대 동양의 고등 종교, 지옥을 철학적으로 해석하려고 했던 고대 이방인들, 그리고 저세상에서 형벌의 장소로 여겨진 그리스도교까지 《간략한 지옥의 역사》가 소개하는 다양한 기록을 통해 지옥에 대한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지옥, 일시적인 삶에서 영원한 삶

그리스도교 탄생 이전과 이후의 변화

고대 : 사회 안에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수단

《간략한 지옥의 역사》는 고대부터 그리스도교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이 각각의 문명권에서 지옥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조명한다. 시체를 매장하는 관습은 기원전 5000년 무렵부터 나타난다. 이는 사후세계 대한 믿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지옥을 의미하는 장소로도 볼 수 있으며, 죽은 이후에도 지상 생활을 계속한다는 믿음과도 연관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옥은 슬픔의 장소로, 그곳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으로, 그리고 슬기로운 방법으로 지상 생활을 지속하는 곳으로 소개된다. 고대 사람들은 사회와의 유대 관계를 통해 지옥에서의 삶이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공동체를 위해 살았던 사람은 하늘로 가는 반면, 여기에 배제된 사람들은 지옥에 간다는 것이다. 각각의 운명은 공동체로부터 분리될 수 없었다.

하지만 동양의 문명에서는 죄를 지어 벌을 받는 곳으로 지옥을 소개한다. 이때부터 도덕적 행위의 법들이 발전하고 개인에게 적용되는 법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지키는 수단으로 지옥을 활용한 것이다. 한편 동양의 고등 종교들에서 지옥은 일시적인 특징을 지니는데, 이후 거대한 윤회의 흐름 안에 다시금 통합되어 완성된 삶으로 인도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고대 이방인들의 경우, 시인들이나 철학자들의 고찰을 통해 형벌에 대한 지옥을 규정했다. 그리하여 종교적 특징은 부족했지만 윤리적, 법률적, 시적 또는 철학적 관점에 따라 악에 대한 해결책을 지옥으로 제시했다. 그리하여 지옥에서 당하는 형벌은 로마의 법률이 부과한 형벌들과 매우 유사했다. 그러나 고대와 마찬가지로 지옥은 일시적인 상태였다.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태어날 수 있었는데 동양의 종교에서 말한 윤회와 유사하다.

 

그리스도교 안에서 지옥의 역사

사실 구약 성경에서는 지옥이 나타나지 않는다. 기원전 3세기 이후에야 하느님께서 죽음 이후 악인에게 벌을 내리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된다. 아마 이 시기부터 다른 문명과 접촉이 시작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 악인은 지옥 대신 이 세상에서 단죄를 받는다. 신약 성경에서도 지옥은 지하 세계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바오로 서간에서도 지옥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훗날 영혼이 어떻게 되는지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다. 가난과 핍박으로 지상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보답받고 싶어 했다. 그리고 지상 생활에서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이 이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 알고 싶어 했다. 그러나 성경에는 막연하게만 나와 있었기 때문에 이 누락된 부분을 외경 저자들이 채워 넣었다. 그들은 여러 고통스러운 방법들이 악인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묘사했다. 이를 시작으로 지옥에 대해 연구가 시작되었다. 불명확한 지옥에 대한 연구가 신중하게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 지옥에 대한 교의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오랜 연구 끝에 영원한 생명에 대한 교의가 확정되었고, 1439년 피렌체 공의회에서 마침내 지옥에 대해 확정 짓는다.

“가톨릭교회 밖이나 혹은 이방인, 유대인, 믿지 않는 이, 일치로부터 떨어져 나간 이들이라 하더라도 영원한 삶에 참여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악마와 그들의 천사를 위해 미리 준비된 영원한 불 속에서 고통을 받을 것이다. 이러한 삶은 죽음 이전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거룩한 로마 교회는 굳건하게 믿고 고백하고 선포한다.” - 본문 119쪽

이렇듯 그리스도교의 지옥은 이미 다른 전통을 수용하고, 논쟁하고 오랜 기간 선별하여 매우 잘 정돈된 모습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지옥의 활용과 변형

사람들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고통을 지옥의 실재로 떠올리며 묘사했다. 많은 예술가, 저술가, 그리고 설교가는 지옥을 두렵게 묘사하여 저세상에서의 고통을 탁월하게 소개했다. 사람들 안에 저주의 두려움을 일으켜 그들의 영혼을 구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17세기 이후 가톨릭교회가 개혁된 이후(트리엔트 개혁)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표현들이 사라지면서 지옥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도 서서히 사라졌다.

이후 프로테스탄트의 탄생과 그리스도교 자유주의자들이 등장하면서 지옥에 대한 개념은 서서히 변화한다. 지옥의 찬반 논쟁이 계속되고, 철학자들과 교회의 공식적 입장이 서로 대립되면서 신자들의 마음속에는 지옥에 대한 공포가 약화되고 현실적인 지옥과 순수한 인간적인 지옥이 자리 잡게 된다. 특히 19~20세기 사이 지옥의 개념 자체가 변화한다. 지옥이라는 용어는 고통의 상황으로 표현되었다. 또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과거 그리스도교의 공포의 사목에서 사용되었던 지옥은 현대 교회에 방해물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한편, 20세기에 들어서서 세상에 일어나는 너무도 충격적인 사건들은 무신론자나 학자들에게 지옥에 대한 개념을 살펴보게 인도했다. 그들은 지옥을 저세상에서의 일이 아닌, 현 인간의 상황에 사회적 삶에 뿌리 내린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지옥을 나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찾았다.

 

그리스도인에게 지금 꼭 필요한 도서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정치 불안으로 분열된 사회, 경제 불황, 물질 만능 주의 현상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의 삶을 끝내 버리려는 사람도 늘어난다. OECD 국가 자살률 1위인 한국 사회에 《간략한 지옥의 역사》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물론 14세기처럼 지옥을 두렵게 묘사하여 사목하려는 것은 옛 방식이다. 그러나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구원을 꿈꾸었던 초기 그리스도인처럼 어려운 현실을 이겨 내고 영원한 생명을 꿈꾸며 이러한 지옥에 떨어지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면 팍팍한 삶에 좀 더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서론 6

제1부 구전 문명 속의 지옥 10

Gli Inferi delle civiltà orali

제2부 고대 동양의 고등 종교 안에 나타난 지옥 25

Gli inferi delle grandi religioni orientali dell`antichità

제3부 고대 이방인들의 지옥 42

Gli inferi pagani classici

제4부 성서와 히브리인들의 지옥 67

L`inferno biblico ed ebraico

제5부 그리스도교의 지옥의 개념과 그 완성 86

Concezione dell`inferno cristiano e sua elaborazione

제6부 그리스도교 지옥으로부터 유래된 지옥들 120

Gli inferni derivati da quello cristiano

제7부 중세부터 16세기에 나타난 지옥의 활용 134

Usi dell`inferno dal Medioevo al secolo

제8부 지옥의 전성기와 지옥에 관한 논쟁(17-19세기) 163

L`inferno tocca il suo apogeo ed è messo

in discussione (dal al secolo)

제9부 지옥의 변형(19-20세기) 198

Le metamorfosi dell`inferno (e secolo)

참고 문헌 226




글쓴이 : 조르주 미누아

본프랑스의 역자 학자로서 2007년까지 생 브리 외의 에르네스트 르낭 고등학교에서 역사와 지리를 가르쳤다. 그는 「간략한 악마의 역사」(1999), 「고대부터 르네상스 시대까지의 노년의 역사」(1998), 「무신론의 역사」(2003), 「교회와 전쟁: 성서 시대부터 원자 폭탄의 시대까지」(2003), 「웃음과 조소의 역사」(2004) 「불행의 역사: 우울에서 우울증까지」(2005)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옮긴이 : 고준석 신부

1996년에 가톨릭 사제로 수품받았다. 로마 교황청립 라테란 대학에서 사목신학 석사와 박 사 학위를 받았고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종교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수궁동 성당 주임 신부를 거쳐 현재는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부 소장을 맡고 있다. 번역서로 《스승 프란치스코》(하양인, 2016)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