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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유다인과 유다교를 알아야 하는가
예수는 유다교가 지배하던 시기에, 유다인으로 이 땅에 오셨다. 그리고 그 안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또 부활하셨다. 유다인의 삶을 이해하지 않으면 예수의 삶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바빌론 유배를 당한 이후로 유다인들은 뼈저리게 후회하고 반성했다. 400년 이상 노예로 비굴하고 모욕적으로 살게 된 이유가 율법을 지키지 않아서라고 생각했기에 율법에 천착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무너지지 않고 자신들의 공동체를 일으켜 세우기도 했지만 반작용이 너무 컸다. 안식일에는 물건을 옮기거나 글을 쓰거나 불을 붙이는 일조차도 해서는 안 되고, 해가 지면 2천 보 이상 걸어서는 안 되며, 병을 고쳐 주어서도 안 된다. 모든 질병은 죄의 열매이고, 나병은 특히 질적으로 더 나쁜 병이다, 여자는 미천한 존재니 교육을 시키거나 받아서는 안 되며,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 사람 수를 셀 때는 여자를 빼야 한다는 등 모두 함께 잘 살기 위해서 만든 법이 일부 계층 몇몇만 빼고는 모두를 옥죄고 억압하는 법이 되어 사람과 사람을 구분 짓고 고립시키며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먼저다
이런 분위기에 반기를 드는 용감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예수’이다. 안식일을 위해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안식일이 있는 것이며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도둑질, 살인, 탐욕, 시기, 교만, 어리석음 등 사람에게서 나오는 악한 생각이라고 말씀하셨다. 또한 한 여인이 동전 두 닢을 헌금하자 많은 돈을 헌금한 남자가 아닌 이 여인을 칭찬하신다. 율법에 맞춰 사람을 보지 않고, 힘 있는 자들이 만들어 놓은 틀에 갇히지 않으셨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룩함과 속됨을 구분하지 않으셨다. 남녀, 어른 아이를 구분하지 않고 병든 이들, 가난한 이들을 감싸 안고 이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셨다. 그리고 그 대가로 괘씸죄를 뒤집어쓰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예수처럼 바른 이야기를 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이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이다. 논리적으로도 객관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습관처럼 관습처럼 듣고 보고 배우면 아무 생각 없이 이에 따르기 쉽다. 문제가 있어도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깨달았다고 해도 눈치를 보느라, 내가 가진 작은 권리나 특권을 잃어버릴까 봐 모른 척 고개 돌리기 십상이다. 예수는 우리에게 물으신다. 너희는 어떤 사람이냐, 너희도 그 옛날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고 사람들을 차별하고 구별하던 그런 사람들처럼 살고 있지는 않느냐고.


2년 동안 서울주보 「불기둥」에 실린 편안하고 아름다운 글
이 책은 2년 동안 가톨릭 서울주보 「불기둥」 칼럼에 실린 글을 모은 일종의 묵상집이다. 쉽고 편하게, 적절한 사례와 문구로 예수가 살았던 시대와 유대인으로 살다 간 예수의 삶을 보여 준다. 이 책을 통해 예수가 살던 당시의 유다인 사회,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 예수의 삶과 내 삶 등을 비교해 보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자세, 하느님 아버지가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소중하고 값진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 차 례

•머리말 4 


제1부

유다인, 그들은 누구인가

예수, 유다인으로 이 세상에 오시다 13

유다인의 ‘힘’은 어디서 오는가 15

길을 떠난다는 것은 18

당신에게는 ‘구별’되는 무엇이 있습니까 20

히브리 민족, 이스라엘 백성 그리고 유다인 23

유다인은 왜 교육에 심혈을 기울였을까 26

히틀러는 왜 회당부터 파괴했을까 29

랍비, 살아 있는 유다교의 상징 33

추방당한 자들과 그들의 유배지, 디아스포라 36

왜 탈무드인가 39

할례, 하느님과 맺은 특별한 계약의 징표 42

안식일, 그 크나큰 의미 44
특별한 백성의 특별한 날, 파스카 51

유다인들의 가장 성대한 축제, 초막절 55

매일 밤 유언처럼 남기는 말, 셰마 59

왜 성경는 그리스어로 쓰여졌을까 63

거부하기에는 너무나 매혹적인 그리스 문화 66

알렉산더 대왕의 죽음, 유다이즘의 위기를 부르다 69

내가 갖는 것, 그것이 나의 정의다 72

가장 힘들 때, 나와 함께 계시다 75

세상의 빛, 빛의 축제 하누카 79

차라리 나를 죽여라 82

벗어난 게 아니라 해방된 것이다 85

유다인의 정신적 지주, 토라 88

그리스의 정신과 로마의 칼 사이에서 91


제2부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빈 방 있습니까 97

스물아홉 살의 석가와 서른 살의 예수 99

거기서 그분을 만나게 될 것이다 102

어떤 모습이 진짜 모습일까 104

예수가 사랑한 이방인의 땅, 갈릴래아 106

하느님은 어떤 모습일까 108

열두 사도는 어떤 사람들이었나 111

안식일을 지킬 수 없었던 사람들, 암하아레츠 114

소외된 여성에게도 인간적인 관심을 117

허상뿐인 신앙, 예수를 죽음으로 몰아넣다 121

당신 곁에는 부정 탄 이웃이 없나요 125

내가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128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한 마음만이 131

철저한 이론론자, 까다로운 바리사이파 133

부단한 노력에 뜨거운 박수를 136

당신의 눈을 막고 귀를 가리는 것 140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마저 142

내 원수는 누구인가 145

우리의 아빠, 모든 이의 아버지 148

바라는 대로 해 주어라 150

실천하는 사람만이 하느님의 나라로 153

예수의 권위는 사랑의 권위 157


제3부

엠마오로 가는 길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자 163

예수, 인기의 절정에서 비극을 준비하다 167

적게 사랑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 170

예수, 블랙리스트에 오르다 172

예수는 유죄다 174

고난받는 예수 안에 감추어진 할렐루야 177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180

모든 그리스도인의 축제, 도미누스 데이 182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야 만다 184

적의 손에 죽느니 차라리 내 손으로 187

엠마오로 가는 길, 그 뜨거운 열정 191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응답, 저는 믿나이다 194
​언제 열매가 열릴지 모르지만 198


 

글쓴이 : 김지영 신부

평화방송 · 신문 운영본부장을 역임하고 평화방송의 대표 프로그램인 ‘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 ‘김지영 신부의 1분교리’, ‘김지영 신부의 The 해피’ 등을 진행했다. 또한 서울주보에 성서 묵상 ‘불기둥’, 교리 상식에 관한 ‘묻고 알고’, ‘클릭 교리’ 코너에 글을 썼으며 2017년부터는 ‘김지영 신부의 교리 산책’을 통해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