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결핍 안에서 발견하는 행복의 길
멕시코에서의 정착 과정과 선교 활동을 중심으로 담아낸 《너무 깊이, 너무 오래 감추지는 마세요!》와는 달리, 《너라도 끝까지 걸어야 한다》는 멕시코 선교 사제로서의 삶 안에서 “교회의 길, 사제의 길, 신앙의 길”을 찾기 위한 저자의 고민과 깊은 묵상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멕시코 선교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가난과 질병 등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멕시코인들에게 깊은 애정을 느끼며 희망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희망은 바로 신앙의 길임을 일깨워 준다. 신앙의 길은 하느님 안에서 고독과 결핍을 추구하는 것이며, 그래야 행복 안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로지 믿음으로써 떠나는 고독한 길, 생존에 가장 소중한 그물을 버리고 주님을 따르는 결핍의 길을 걸어는 것이 신앙입니다. 더 사랑하기 위해서 더 홀로 있고, 더 가지기 위해서 더 버려야만 하는, 사랑과 존재에 대한 이 역설의 길을 떠나는 것이 인생입니다. ……
아무도 걸어가지 않는 길, 모두 멈추어 서 버린 그 길을 한 걸음 또 한 걸음 쉬지 않고 걸어가야만 하는 것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소명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소명에 대한 한 선교 사제의 고민과 반성을 담은 단상입니다.
― 머리말 중에서
사랑이 전부입니다
최강 신부가 선교하는 곳은 멕시코 남부 캄페체 시다. 그는 얼마 전까지 아메리카 대륙에서 제일 처음으로 미사가 열렸던 성 프란치스코 본당에서 주임 사제로 일했고 이제는 콘코르디아 본당에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신학교에서 교회법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교구 법원에서도 계속 일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빠듯한 일상 가운데서도 그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일이 있다. 길거리 미사와 병자 방문이다. 그는 가난한 이들과 병자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직접 그들을 위로하며 하느님 사랑을 전한다.
엘다 할머니가 고해소를 매일 닦고, 움베르토 씨가 성당의 궂은일을 처리해 주듯이 신자들은 교회와 신부님에 대한 사랑이 깊다. 신자들은 대부분 가난하게 살면서도 선교 수도회 후원회를 위해 정성껏 봉헌을 한다. 최강 신부는 이 사람들을 가슴 깊이 사랑한다. 비록 대도시인 멕시코시티에 가면 유명한 곳에서 사진만 찍고 제대로 구경도 못하는 촌스러운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이들에게서 오히려 자신이 치유를 받기도 한다.
최강 신부가 이렇게 치유를 받을 수 있는 까닭은 닫혀 있지 않고 열려 있음에서 찾을 수 있다.그는 왜 저를 이렇게 약하게 만드셨는지 고백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술에 부정적인 동네라 포도주를 몰래 사러 가야 했는데 점장에게 들키고, 성당에 자주 도둑이 들어 종지기 훌리앙 씨를 해고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도 이를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나눈다. 오히려 이러한 작은 일상 한가운데서 깨닫는다. 그의 깨달음에는 이렇게 인간적인 냄새가 난다. 바로 사람에게서 찾은 희망인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게 꿈?
최강 신부는 도토리묵 가루 한 봉지, 오뎅 한 조각이 무척이나 소중한 삶을 살고 있다. 그가 사는 멕시코 캄페체는 한낮이면 40도 가까이 온도가 올라가고 스콜도 자주 내린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골목이 물에 잠겨 모기가 창궐하기도 하는데 그래서 치쿤구니아 열병으로 신자들이 힘들어 하기도 한다. 게다가 자주 정전이 일어나며 수돗물도 자주 끊겨, 마실 물도 없고 화장실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곤 한다. 그런 곳이기에 그의 사제 생활은 결코 편하지 않다.
그러나 오히려 그러한 곳에 있기에 그는 숨도 고르지 못한 채 앞으로만 돌진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더 자세히 바라볼 수 있다. 가장 힘든 길을 걸을 때 우리가 잊고 있는 고마움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는 우리에게 무엇이 행복인지, 무엇이 꿈인지 가르쳐 주고자 한다. 그는 꿈은 좀 더 거창하고 어려운 것을 일컫는 말인데, 요즘처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게 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꿈은 우리가 끝까지 걸어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뜨겁게 내려쬐는 태양 아래서 잠깐만 걸어도 마치 멱을 감은 듯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됩니다. 하지만 저는 벌써 6년째 제의를 입고 영대를 걸친 채 걸어서 병자 방문을 다니고 있습니다. 걸으면서 길에서 만나는 신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일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면서 병자들을 방문하면 조금이나마 그분들의 아프고 서러운 심정을 헤아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깊은 병을 앓고 있는 신자를 방문하고 나와서 다시 한 걸음 한 걸음 다음 환우를 향해서 걷다 보면 이렇게 성한 두 다리로 걷고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큰 고마움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 ‘너라도 끝까지 걸어야 한다’ 중에서
더 가난하고, 더 소외되고, 더 낮은 곳으로
최강 신부는 가난한 가운데서도 더 낮은 곳으로 가는 삶을 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가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도 그 폭우를 뚫고 공소에 미사를 나가야 했던 까닭은 그의 위로가 필요한 늙고 가난한 어부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가 선교사에게 큰 의미가 있는 성 프란치스코 본당에서 다른 본당으로 옮긴 까닭도 더 낮은 곳에서 실천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다.
그는 이러한 삶을 이 책을 통해서도 실행하고 있다. 최강 신부는 다음 카페 최강일기(http://cafe.daum.net/frchoikang)를 통해 신자들과 교류하고 있는데, 여기에 실린 글도 그동안 <노란리본 최강일기>라는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골라낸 것이다. 그는 특히 지난 세월호 참사 이후 게시판에 올리는 글 마지막에 언제나 세월호 유가족과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았다. 또 이 책은 세월호 유가족과 희생자에게 헌사를 바쳤으며 이 책의 인세 전액은 한국외방선교회 차원에서 세월호 피해자 유족을 위해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에 지원될 예정이다.
이처럼 낮은 데서 머무는 삶을 사는 사제가 건네는 말을 한번 들어 본다면 당신에게도 낮은 곳에서 사는 은총이 함께할 것이다. 최강 신부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연민 속에서 선교 사제로 살아가는 사명과 행복을 되새기듯이 그의 책에서 최강 신부와 동행하다 보면 고통과 혼란 속에서도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는 기쁨과 행복을 다시금 발견할 것이다.
머리말
우리가 걸어야 할 길 · 5
제1장
갈비탕 배달 왔어요!
사랑하다가 죽어 버려라 · 15
엘다 할머니가 고해소를 닦는 이유 · 22
인연은 허망하고 사랑은 어리석다 · 26
단장지애 · 30
갈비탕 배달 왔어요! · 33
딱 걸렸네 · 37
첫 고해성사는 이렇게 · 41
공정한 평등 · 45
자비의 문 · 49
촌티가 좋아 · 53
왜 저를 약하게 만드셨나요? · 57
귀는 두 개, 입은 하나 · 61
푸드 마일리지 · 64
꼬깃꼬깃 접힌 50페소 두 장 · 68
잘 놀다 갑니다 · 72
슬리퍼에게 작별을 고하며 · 76
문어 라면과 사모곡 · 80
미개, 아직 열리지 않은 삶 · 84
사랑의 혁명은 현재 진행형 · 88
두 개의 수레바퀴처럼 · 93
라 쿠카라차 · 97
감정의 내공을 쌓으려면 · 101
수인의 기도 · 105
송양지인 · 109
잉여에 집착하지 마세요 · 112
달빛이 창문을 두드릴 때 · 116
신사의 조건 · 119
제2장
사람답게 사는 게 꿈이라니요
당신이 교회입니다 · 125
롤 모델, 함제도 신부님 · 128
종교가 선택인 시대의 신앙 · 132
빗자루 구원 · 136
너와 나는 행복을 잊어버렸다 · 139
사람답게 사는 게 꿈이라니요 · 142
너라도 끝까지 걸어야 한다 · 146
어묵을 놓고 추억을 먹다 · 150
에베레스트 · 154
역사란 무엇인가? · 158
옴니부스 옴니아 · 162
이태석 신부님을 그리며 · 166
기적의 주인공이 되는 방법 · 170
이판과 사판 · 174
인걸은 간데없네 · 179
자기 인식과 고독에 대하여 · 183
종말의 시작 · 187
뜻밖의 횡재 · 191
당신을 안아 드리겠습니다 · 195
제3장
돌아갈 집이 있는 행복
알았으면 안 했어 · 201
하루에 10분 · 205
비 오는 날의 커피 한 잔 · 209
호기심과 두려움 · 213
로베르토와 미겔에게 · 217
돌아갈 집이 있는 행복 · 221
부에노스 디아스, 에르마노스 · 225
생활의 달인 · 229
소중한 것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 법 · 233
인생의 목적 · 236
신앙과 공존할 수 없는 것 · 240
씨베르 축복식 · 243
예수님은 메시아가 아니었다 · 247
영원이 당신 안으로 들어갈 때 · 251
행위의 근원과 목적 · 255
바람 속에서도 풀은 다시 일어나고 · 258
바람에 날린 꽃씨 하나처럼 · 262
만물유전 · 266
시간의 밖으로 뛰쳐 나가라 · 270
거선지 · 274
글쓴이 : 최강 스테파노 신부
한국외방선교회 소속 선교 사제. 200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로마 라테란 대학교에서 교회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멕시코의 캄페체 교구에서 성 프란치스코 성당을 거쳐 현재는 콘코르디아 성당에서 본당 사제로 사목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나는 넘버 쓰리가 두렵다》, 《밴댕이 신부의 새벽 고백》, 《실패하니까 사람이다》, 《너무 깊이, 너무 오래 감추지는 마세요!》가 있다.
http://cafe.daum.net/frchoi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