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누스는 인기 있고 존중받는 교부이지만, 그의 철학(함)의 의미와 사상편력은 대중에게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물론 생전에 이미 백여 권이 넘는 방대한 저작을 남긴 사상가의 정신을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유명세에 비해서 「고백록」을 제외한 그의 다른 작품들은 제대로 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철학적 논리를 명료하게 보여 주는 「아카데미아학파 반박」은 아우구스티누스 철학의 입문서로서도 훌륭한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본서는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권에서는, 인간이 진리를 찾아내야 행복한가, 아니면 찾는 노력만으로 행복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며, 제2권과 3권에서는 아카데미아학파의 주장을 논하면서 현자와 행복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독자들은 본서를 통해서 진리를 향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열정과 신뢰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전적인 투신을 요청하는 아우구스티누스 철학의 싹
아우구스티누스는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교부이다. 그의 「고백록」 우리말 번역과 편역은 정확히 몇 종이 되는지 헤아리기도 쉽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는 가장 이해하기 쉽지 않은 고대 교부 중 한 사람일 것이다. 우리말 번역 수준과는 별개로, 그가 여러 사상을 만나고 종합한 고대인이라는 사실 자체가 이해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아학파 반박」은 아우구스티누스의 동향 후원자인 로마니아누스에게 헌정된 책이다. 제1권에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벗 알리피우스가 조교 역할을 하는 가운데, 로마니아누스의 아들 리켄티우스와 그의 벗 트리게티우스가 벌이는 토론이 주를 이룬다. 제2권과 3권은 아카데미아학파의 회의론을 본격적으로 논박한다. 이 책이 겨냥하는 것 중 하나는,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엄존하기에 철학적 탐구가 의미 있음을 철학하는 젊은이들에게 역설하는 일이다. 화자로 등장하는 두 젊은이의 토론도 여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본서를 집필한 후 40여 년 뒤 퇴고하면서 본서의 목적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진리를 발견할 수 없다는 절망을 많은 사람들에게 심어 주는 사람들의 논리, 그리고 현자賢者라면 그 무엇에도 동의해서는 안 된다고, 어떤 사물도 확연히 드러나고 확실한 것처럼 승인해서는 안 된다고 금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내 정신으로부터 힘닿는 대로 이론적으로 몰아내기 위함이었다.”(341쪽) 이러한 말은 진리의 어떤 국면을 인식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발언이다. “철학에 전적으로 몰입하지 않는 한 진리 자체”(143쪽)를 볼 수 없다고 이해했던 아우구스티누스는 스스로를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진리를 온몸으로 찾아 헤맨 끝에 진리를 긍정하기에 이른 현자였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서구 문화의 두 줄기인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합류하는 지점에 서 있다. 그의 초기 대화 여덟 편 안에서 이미 이러한 사상적 종합의 싹을 엿볼 수 있는데, 첫 번째 대화편인 「아카데미아학파 반박」에서도 서구 그리스도교 철학의 태동을 감지할 수 있다. 독자들은 전적인 투신을 통해서만 진리에 이를 수 있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신념을 확인하면서, 고대의 흥미로운 철학 논쟁이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고,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아카데미아학파 반박」에서 아우구스티누스를 아우구스티누스로 만들어 준 단초,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녹아든 그의 철학의 싹을 만나게 된다.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에 입문하려는 독자들은 우선 「고백록」과 더불어 아우구스티누스의 동료주교 포시디우스가 쓴 「아우구스티누스의 생애」를 읽어 보기 바란다. 사상가 이전에 인간 아우구스티누스를 깊게 알려 주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을 더 깊이 탐색하고 싶은 독자들은 라틴어 한글 대역본인 「그리스도교 교양」 「자유의지론」 「참된 종교」 「요한 서간 강해」 등도 같이 읽기를 권한다. 다행스럽게도 “하느님을 만나는 인간의 길”이라 일컫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삼부작 중 「고백록」은 우리말 번역으로, 「신국론」과 「삼위일체론」은 대역본으로 나와 있다. 두껍고 쉽지 않은 내용이라 독해가 만만치 않으나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을 깊이 이해하려면 꼭 읽어야 하는 책들이다.
‘교부 문헌 총서’를 내면서
해제
1. 아우구스티누스 철학 입문 『대화편』
1.1. 그리스도교 철학의 태동
1.2. 여덟 편의 대화
1.3. 대화라는 방법
1.4. 아우구스티누스의 철학함
2. 첫 대화편 『아카데미아학파 반박』 저술 계기와 연대
2.1. 집필 계기
2.2. 집필 시기
2.3. 집필 의도
2.3.1. 회의론의 극복
2.3.2. 학문적 훈련
2.4. 본서의 등장인물
2.4.1. 로마니아누스
2.4.2. 트리게티우스
2.4.3. 리켄티우스
2.4.4. 알리피우스
2.4.5. 나비기우스
2.4.6. 모니카
3. 『아카데미아학파 반박』 내용 개관
3.1. 본서의 구성
3.2 .‘철학함’을 촉구하는 두 편의 헌정사
3.3. 『아카데미아학파 반박』 제1권 개괄
3.3.1. “진리를 찾고 있다면 발견하지 못해도 행복한가?”(1,2,5-4,12)
3.3.2. 어떤 사물에 관한 지식이 지혜인가?(1,5,13-8,23)
3.4. 『아카데미아학파 반박』 제2권 개괄
3.4.1. 신아카데미아학파의 주장이 무엇인가?(2,4,10-6,15)
3.4.2. 진리 근사치란 무엇인가?(2,7,16-13,30)
3.5. 『아카데미아학파 반박』 제3권 개괄
3.5.1. 현자는 지혜에 동의해야 하는가?(3,3,5-6,13)
3.5.2. 진리는 포착될 수 있는가?(3,7,15-9,21)
3.5.3. 지성에 파악되는 바가 아무것도 없는가?(3,10,22-13,29)
3.5.4. 동의와 승인에 대해서(3,14,30-16,36)
3.5.5. 아카데미아 회의론의 숨은 의도(3,17,37-20,43)
4. “내가 속는다면 나는 존재한다”
5. 번역 대본과 현대어 번역본
본문과 역주
제1권: 지혜 탐구에 관하여 리켄티우스와 트리게티우스가 무엇을 토론하였는가
덕을 닦기에 적합한 인물에게 운명과 섭리는 무엇을 갖다 주는가
지나친 순경順境은 지혜에 지장이 된다
그러면 역경逆境이 사람을 지혜로 이끌어 가는가
토론에 부칠 사안들이 무엇인가
토론할 논제들
진리의 탐구만으로 현자가 되는가, 진리의 획득으로 현자가 되는가
툴리우스 키케로의 권위를 대다
툴리우스의 권위도 분별해서 살펴야 한다
완전한 탐구라면 목적을 달성할 것인가
목적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은 방황하고 있는가
허위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방황은 안 하는 것인가
탐구만으로 과연 누가 행복한 삶에 도달하는가
삶의 바른길이 지혜인가
지혜란 탐구하는 바른 이성이다
지혜가 각 사람에게 달리 보일지라도 지혜는 지혜로서 시인되어야 한다
지혜는 인간사人間事와 신사神事에 관한 지식이다
신술神術도 지혜에 속하는가
점쟁이 알비케리우스를 두고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지식은 입증을 포함한다
신술은 지혜에 해당하지 않는다
신술은 공기의 어떤 생물들이 하는 짓으로 돌린다
진정한 인간사와 신사는 어떤 것인가
지혜란 지식인 동시에 탐구인가
아우구스티누스가 지금까지의 토론을 간추리다
토론자들을 칭찬하다
제2권: 아카데미아의 견해에 관하여 알리피우스가 무엇을 옹호하였는가
혼미함과 아둔함으로 인해서 아카데미아학파의 무기를 당해 내지 못하였다
로마니아누스는 수덕修德에 적합한 인물이다
로마니아누스는 극진한 아량으로 아우구스티누스를 후원하였다
로마니아누스는 하느님의 시종
플라톤학파들의 책과 바오로의 책을 읽다
옛사람들의 덕성은 그만한 광채를 띠고서 예우를 받고 있다
물리적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이 지혜로 이끌어 주는가
낙담하거나 선입견을 가지면 진리를 발견하는 데 지장을 받는다
올바로 탐구하지 않으면 진리를 찾아내지 못한다
리켄티우스와 트리게티우스가 이미 해명한 것이 무엇인가
아카데미아학파는 무엇에도 동의하려고 하지 않는다
아카데미아학파는 개연성을 따르는 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알리피우스에게 신아카데미아학파의 유래를 설명해 보라고 권하다
아르케실라스는 중기 아카데미아학파를 설립하였다
아스칼로나의 안티오쿠스는 아카데미아학파에 분열을 가져왔다
리켄티우스가 아카데미아학파에 관한 토론을 회피하려고 핑계를 찾다
그는 연극을 즐긴다
리켄티우스가 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 꾸중을 듣다
어떤 사람을 전혀 모르면서도 그와 비슷한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가
진리를 모른다면 진리의 근사치를 따르는 일도 못하리라
알리피우스가 질의응답에 끼어들다
관건은 말이 아니라 삶에 있다
개연적인 것은 사람마다 달리 볼 수 있다
아카데미아학파가 개연적이라는 어휘로 말하려는 내용이 무엇인가
아카데미아학파가 생각한 ‘개연성’으로 말하자면
지혜의 탐구로 인도하는 무엇이었을 수 있다
리켄티우스가 아카데미아학파의 입장을 포기하면서
토론의 명분을 견지하지 못하다
알리피우스가 아직까지는 아카데미아학파를 편들어 방어하지만
지혜의 시작에 관해서는 그들과 공감하지 않다
제3권: 아우구스티누스가 지혜에 동의하는 일이 적절한지 토론하다
앞서 다룬 바를 간추리다
행운이 삶의 필요에 무엇을 베풀어 주는가
현자는 행운을 업신여기고 사는데
죽으면서도 그렇게 할 것이다
현자는 지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현자는 자기가 지혜를 안다고 수긍해야 한다
리켄티우스는 헬리콘의 샘에서나 물을 마시고 싶어 했다
자기에게 그렇게 보인다는 말은 그렇게 보인다는 사실을 안다는 말이다
지혜로운 사람에게는 지혜로운 사람이 지혜를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혜로운 사람이 지혜를 알고 있든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든 지혜는 존재하는 무엇이다
어떤 것이 누구에게나 그렇게 보인다면, 우리는 신성의 도우심을 입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가
지혜로운 사람은 진리에 동의해야 마땅하다
우리에게 어떻게 보이든 그렇다고 믿어야 한다
지혜를 거론하면서 어느 편을 들기로 한다면
질의응답보다는 강의가 낫겠다
툴리우스가 아카데미아학파 현자에 관하여 논하는 바를 인용하여 소개한다
현자들이 임석하고 키케로가 변호하는 장면을 가상하고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아카데미아학파가 허영을 도모하는 것으로 단죄한다
아카데미아학파는 제논과 논쟁하면서 진리를 정의하려고 시도한다
지혜에 대한 탐구가 존재하지 않거나 지혜가 존재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인간을 지혜의 탐구에서 돌아서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아르케실라스에 맞서서 진리를 파악할 수 있다거나, 아니면 지혜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해야 마땅하다
카르네아데스가 무엇이 과연 확실하게 파악되는지 시비한 것은 잠꼬대였다
물리 세계에 관하여는 반립 명제도 참일 수 있다
세계에 관해서 신체의 감관은 속을 수 있으나 정신의 지각은 속지 않는다
수의 이치는 확실하게 파악될 수 있는가
개별적 표상을 두고 신체의 감관이 속을 수 있겠지만 정신의 지각은 속지 않는다
윤리 도덕에 관해서 반립 명제들로 언표되더라도 어떤 것들은 참이다
행동을 하면서 신체의 감관은 속을 수 있지만 정신의 지각은 속을 수 없다
변증술로 개진하는 내용은 확실하다고 파악할 수 있는가
지혜로운 사람에게 지혜가 보일지라도 반드시 동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혜로운 사람이 지혜를 수긍할 수 없다고 가정해 보자
확실하게 파악하는 사람은 승인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승인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
도달하지 못한 사람은 헤매기 마련임을 신화가 보여 준다
오류를 범하는 자는 범죄한다
자신에게 어떻게 보였느냐가 죄책을 면해 주지 않는다
플라톤은 누구의 가르침을 들었고 무엇을 가르쳤을까
폴레몬과 아르케실라스는 제논에 대항하여 플라톤의 가르침을 비의秘義처럼 보존하였다
카르네아데스가 크리시푸스에게 맞서 무엇을 했던가
카르네아데스는 진리의 유사성이나 개연성에 입각해도 행동은 가능하다고 가르쳤다
툴리우스도 마지막에 안티오쿠스에 반대하여 취한 행동
지금은 어떤 철학자들이 생존하고 어떤 가르침을 펴고 있는가
철학에 정통한 아우구스티누스는 지혜로운 사람들의 권위와 그리스도의 권위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알리피우스가 아우구스티누스의 논지를 받아들이고 그에게 찬사를 보내다
청취자들은 아직도 뭔가를 더 듣고 싶어 하였다
『재론고』 1,1,1-4
서간 1: 헤르모게니아누스에게
인명 색인
작품 색인
성경 색인
글쓴이 : 아우구스티누스
북아프리카 타가스테에서 태어났다(354년). 어머니 모니카는 독실한 그리스도인이었으나, ‘지혜에 대한 사랑’(철학)에 매료된(373년) 청년 아우구스티누스는 진리를 찾아 끊임없이 방황하는 삶을 살았다. 한때 마니교와 회의주의에 빠지기도 했던 그는 밀라노의 수사학 교수로 임명되면서 출셋길에 올랐다(384년). 밀라노에서 접한 신플라톤 철학, 암브로시우스 주교의 설교, 수도생활에 관한 증언 등을 통해 그리스도교에 눈을 뜨기 시작했으나, 머리로 이해한 그리스도교 진리를 아직 믿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엉거주춤 망설이며 살아가다가, 마침내 바오로 서간을 ‘집어서 읽으면서’(Tolle! Lege!) 회심하였고(386년), 행복한 눈물 속에 세례를 받았다(387년). 교수직과 재산을 미련 없이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소박한 수행의 삶을 엮어 가던 그는 뜻하지 않게 히포 교구의 사제(391년)와 주교(395년)로 서품되었고, 40년 가까이 사목자요 수도승으로 하느님과 교회를 섬기다가 석 달 남짓한 투병 끝에 일흔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430년). 『고백록』Confessiones을 비롯한 수많은 저술(책, 서간, 설교)과 극적이고 치열한 삶은 그리스도교 철학과 신학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교부들 가운데 우뚝 솟은 큰 산인 아우구스티누스는, 그리스 철학 체계 속에 그리스도교 진리를 깔끔하게 정리해 냄으로써 ‘서양의 스승’이라고도 불린다.
옮긴이 : 성염
1972년 가톨릭대학교 졸업 후, 1976년 광주 가톨릭대학교에서 신학석사, 1986년 교황청 살레시오 대학에서 라틴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8~2005년 한국외국어대학교와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2003~2007년 주교황청 한국대사를 역임했다. 그간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및 이사장, 서양고전학회 회장, 한국서양중세철학연구소 이사, 서강대 철학연구소 소장, 우리사상연구소 소장, 한국가톨릭철학회 이사 등 다양한 학회 활동과,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한국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천주교 인권위원회, 한국가톨릭교수회 등 각 분야의 사회 활동을 하면서 많은 저서와 주해서, 번역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주요 저서로는 『사랑만이 진리를 깨닫게 한다』 『님의 이름을 불러 두고』 『라틴어 첫걸음』 『고전 라틴어』 『하느님을 만난 사람들』 『미사 해설』 등이, 아우구스티누스 주해서로는 『신국론』 『자유의지론』 『그리스도교 교양』『삼위일체론』 등이, 기타 고전 주해서로는 키케로의 『법률론』, 단테의 『제정론』, 피코 델라 미란돌라의 『인간 존엄성에 관한 연설』 등이, 역서로는 『신은 존재하는가? I』 『인간의 죽음』 『아시아의 해방신학』 『아시아인의 심성과 신학』 『해방신학』 외 다수가 있다. 이 밖에도 수십 편의 학술 논문과 사전 항목을 집필했다.